김혁규 총리되면 그 밑으로 가야되니 …
김혁규 총리되면 그 밑으로 가야되니 …
  • 김종민 
  • 입력 2004-05-25 09:00
  • 승인 2004.05.25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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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17일 공식 사퇴하면서 정의장 후임체제를 둘러싼 우리당내 각 세력들의 움직임이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정 전의장의 입각이 확실시 되면서 우리당과 청와대의 관계도 큰 변화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의 입각 권유 이후 정 전의장은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오랜 시간을 끌며 고민을 거듭해왔다. 정 전의장이 선뜻 입각을 결정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정치권 일각에서는 차기 대권 경쟁자인 김혁규 전 지사가 ‘국무총리직’으로 1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에 오르는데 반해, 당의장이었던 정동영 의장이 김혁규 총리 밑의 ‘장관직’으로 위상이 격하된다는데 대한 불만이 이 같은 결정의 한 배경이라는 관측이다. 측근들 역시 이 같은 생각에 입각을 만류했다는 후문이다.

그 속내를 들여다봤다.‘입각이냐, 당 잔류냐.’ 거취에 관심이 쏠렸던 열린우리당 정동영 전의장이 결국 김근태 의원과 동반 입각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김근태 전 대표의 넓어진 정치행보에 비해 정동영 전의장은 자신의 정치적 행보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 초미의 관심사가 되어왔다.노대통령은 총선 직후 정 전의장에게 입각을 건의했고, 구체적으로는 ‘IT대통령’을 꿈꾸는 정 전의장의 꿈에 맞는 정통부 장관직이었다고 전해진다. 뿐만 아니라 기술총리격인 과기처 장관직 임명설까지 나돌았지만 측근들과 당사자인 정 전의장은 확실한 결심을 내 비추지 않아, 이미 ‘입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그렇다면 정 전의장이 청와대의 입각제의를 선뜻 받아들이지 않고 장고하고 있는 배경은 무엇일까. 정치권 일각에서는 차기대권경쟁에 나선 김혁규 전 지사와의 ‘격’이 맞지 않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영남을 기반으로 차기 대선주자로 나선 김혁규 전 지사가 ‘국무총리직’으로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의 자리에 오르는데 반해, 당의장이었던 정동영 전의장이 김혁규 총리 밑의 ‘장관직’으로 위상이 격하된다는데 대한 불만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물론 이같은 불만은 정 전의장만의 것이 아니라, 그의 측근들에게서도 나타난다.천정배 원내대표의 당선 축하모임을 겸한 지난 11일 밤 모임에 참석했던 정 전의장의 측근들이 입각반대 의사를 표명했다는 후문도 이 같은 배경에서라고 볼 수 있다.이날 참가자들은 “정 의장의 임기 2년 중 이제 겨우 4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선거에서 승리한 여당 대표를 입각시키는 것은 모양새도 좋지 않고 중앙당과 원내의 관계 정립을 위해서도 정 전의장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열린우리당 한 관계자는 “당 일각에서도 의장직을 좀더 유지하거나, 내각에 들어가더라도 부총리급으로 가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고 전했다.정 전의장의 입각에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진 한 측근도 “대부분의 측근이 부총리도 아닌 장관직 입각이 격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정 의장의 입각을 만류하고 있지만 김근태 전 원내대표와의 형평성 문제 때문에 입각 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다”고 말했다.하지만 차기를 위해서 우선 ‘원내진입’을 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정 전의장이 쉽게 입각을 결심하지 못하는 원인이 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총선 당시 ‘노인폄하’ 발언으로 선대위원장직과 함께 비례대표 의원 후보직을 포기한 후로 그는 17대국회가 시작되면 원외인사가 된다.

한 정치권 인사는 “한 동안 조용히 있다가 10월에 있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나가는 것도 정 전의장이 차기를 준비하는 한가지 방안”이라며 “10월 재보선을 나갈 계획인데, 장관을 3개월하고 그만 둘 수 있겠느냐”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인사는 “정 전의장에 대한 당내 평가가 지금 그다지 좋지 않은 것 같다”며 “노인폄하 발언을 비롯해 공천과정이나 총선 선거전략, 의장으로서의 리더십 등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 전의장에 대해 비판적인 사람들의 핵심은 의장으로서 전권을 쥔 활동을 놓고 평가했을때, 리더십면에서 차기 대권주자감으로서 회의적이라는 평가였다”고 전했다.

그는 또 “지금 원외인데 입각해서 경륜을 쌓고 정치권에 돌아온다는 건 너무 순진한 발상”이라며 “입각하면 내년 10월 재보선까지 수개월 동안 정치현장에서 떠나있어야 하는데, 차기를 노리는 사람이 누가 그렇게 하겠느냐”며 “정 의장은 분명 올해 10월 재보선에 출마할 것이고, 아마 그 전에 당의장 경선에 다시 나올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덧붙였다. 어쨌든 정 전의장은 지금 외롭고 서러워 보인다. 김혁규 지사와 김근태 의원은 음으로 양으로 노대통령의 지원하에 ‘잘나가는 대선주자’로 발돋움하고 있는 반면, 차기 1순위였던 정 전의장의 위상은 총선 이후 크게 뒤로 밀려났다. ‘노풍발언’으로 비례대표직을 포기한 ‘희생’도 살벌한 정치게임 세계에서는 별반 큰 의미를 주지 못한 것이다.

한편 정치권 인사들은 정 전의장의 입각에는 노무현 대통령과 정 의장의 정치적 이해가 맞물려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노 대통령으로서는 정 전의장과 김근태 의원 등 차기주자군을 내 각에 참여시킴으로써 차기대권 경쟁의 조기가시화를 차단하는 효과를 겨냥하고 있으며, 정 전의장은 국정운영 경험을 쌓는 동시에 차기를 겨냥한 조기경쟁에 따른 ‘상처’를 예방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차기 대권경쟁의 조기가시화는 ‘여권의 원심력 강화’에 따른 노 대통령의 조기레임덕을 가져올 수 있으며, 반대로 정 전의장에게는 정치 경제적 과비용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과도 일맥상통한다는 분석이다.

김종민  kjm9416@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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