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석은 대박, 이주노는 쪽박 왜?
양현석은 대박, 이주노는 쪽박 왜?
  • 김민주 
  • 입력 2005-10-17 09:00
  • 승인 2005.10.17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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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와 아이들의 전 멤버인 양현석과 이주노의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90년대 인기 정상에 있었던 서태지와 아이들이 해체 이후 10년이 지난 지금, 한 명은 성공한 음반사업자로, 한 명은 실패한 음반사업자로 재기를 노리고 있는 상태기 때문이다. 이들의 운명이 이렇게 달라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그들이 살아온 지난 10년을 통해 되짚어봤다. 90 년대 십대들의 우상이었던 서태지와 아이들의 전 멤버 양현석과 이주노가 연예 ‘음반기획 비즈니스’ 분야에서 서로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어 관심이 쏠리고 있다.

92년 발표한 서태지와 아이들의 1집 앨범 ‘난 알아요’는 전 국민이 모두 가지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켰고, 이후 2집, 3집, 4집이 잇따라 대히트를 기록하면서 한국 대중음악사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지난 96년, 국내 최정상의 자리에 군림하던 이들의 돌연 ‘은퇴선언’은 국내 수많은 음악 팬들과 대중음악업계 관계자들을 충격에 빠뜨리기에 충분했다. 이들은 은퇴후 각자 개인적인 삶을 살기 시작했는데, 서태지는 미국으로 떠나 자기만의 음악활동을 시작했고, 이주노는 음반프로듀서, 양현석은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차리게 된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고 했던가. 이들 멤버는 한때 국내 최정상의 자리에서 모든 것을 얻은 것처럼 보였지만, 각자 개인이 하고 싶은 일에 전념했을 때의 결과는 서로 판이하게 달랐다.

이주노, ‘자만’으로 사업실패

국내에서 음반 사업을 하고 있는 이주노와 양현석. 같은 출발지점에서 시작했지만, 어느 순간 이 둘의 운명은 180도 달라졌다. 이주노는 지난 6월 자서전 “난 영원한 춤꾼이고 싶다”를 출간해 자신이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 벌어놓은 재산 40억원을 모두 탕진한 사실을 고백했다. 때문에 현재 자신은 빈털터리라는 것. 이런 사실은 얼마전 TV 프로그램의 대담을 통해 더욱 자세하게 알려졌고, 네티즌들은 톱스타였던 이주노의 이런 상황에 의아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에 인터넷 게시판에는 “이주노가 40억 재산을 탕진한 이유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이 끊이질 않았다. 우연히 길거리 춤꾼들의 춤을 보고 자신도 춤을 춰야겠다고 생각했다는 이주노. 오로지 ‘춤추는 것’ 밖에 몰랐던 그가 음반 사업을 시작하면서 고전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그의 실수는 바로 ‘자만’이었다. 그는 자신의 자서전을 통해 “너무 이른 나이에 성공해 자만에 빠졌고, 수지타산을 계산하지 않고 사업에 뛰어들어 결국 실패를 맛봤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처음 서태지와 아이들을 해체할 때 받은 수 십 억원과 자신이 프로듀싱한 그룹 ‘영턱스클럽’의 초기 성공으로 돈이 무한정 있다고 착각했다는 것. 게다가 그는 자신이 만든 음반회사 ING의 경영상태가 점점 악화되어 가는 상황에서도 ‘돈’ 문제에 둔감한 성격 때문에 넋 놓고 있다가 걷잡을 수 없이 무너졌다고 한다. 이렇게 영턱스클럽의 4집과 허니패밀리 1집 등이 잇따라 실패했고, 자신의 첫 솔로 앨범인 ‘바이오닉 주노’까지 약 8억원의 손해를 입으면서 집과 땅까지 팔아야 하는 사태를 맞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는 지난 6월 자신의 자서전 출간과 함께 지난 과거를 청산하고 이제 다시 새로운 재기를 꿈꾸고 있다. 그가 야심차게 음반제작을 준비한 신인은 바로 지난 9월 데뷔한 팝핀현준.

이주노의 유일한 애제자로 알려진 그는 이주노와 7년 이상을 동고동락하며 제작자 이주노의 재기와 가수 팝핀현준의 성공을 꿈꿔왔다. 돈이 없어 데뷔를 너무 늦게 시켜줘 미안하다는 이주노, 재능이 탁월함에도 이주노에 대한 믿음으로 7년을 기다려온 팝핀현준. 이 둘이 새로운 인생의 출발선상에 선 것이다. 이주노는 과거의 실패를 통해 인생에서 잃은 것보다 얻은 것이 더 많다고 말한다. 비록 집의 크기가 줄어들고, 용돈이 줄었지만 말이다. “물질적으로 조금 힘들지만 정신적으로 부자가 되어 있다”는 이주노. 그는 세상에 부러울 게 없었던 톱스타에서 지금은 빈털터리 음반제작자가 됐지만, 여전히 춤추는 게 좋다고 말할 정도로 순수함이 남아있는 춤꾼이기도 하다.

양현석, 대인관계가 성공요인

반면, 서태지와 아이들의 전 멤버였던 양현석의 행보는 매우 화려하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공식 해체 이후인, 96년 그는 현기획을 설립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탄탄대로는 아니었다. 4억원을 투자하면서 야심차게 준비했던 R&B 그룹 킵식스가 흥행에 실패했기 때문. 이후 양현석은 힙합듀오 지누션을 선보이면서 더 많은 돈을 투자해 음반사업에 본격적인 승부수를 던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양현석의 이런 모험은 ‘흥행 성공’이라는 성적표로 돌아왔다. 98년 그는 YG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고 음반 사업을 더욱 확대시켰다. 이렇게 해서 YG 엔터테인먼트에는 지누션을 포함해 원타임, 세븐, 렉시 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인기 스타들이 포진하고 있을 정도로 거대한 회사가 됐다. 그리고 회사의 규모는 지난해 매출 160억원이란 수치만 보더라도 쉽게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커졌다.

또한 올해는 그 매출을 200억원까지 내다보고 있다고 한다. 음반기획이 사업의 전부가 아니다. 양현석은 퇴폐문화의 주범처럼 여겨져 왔던 홍대 부근에서 자신이 직접 ‘NB’라는 클럽을 운영하면서 홍대 일대의 클럽문화를 정착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기도 했다. 연예계 안팎에서는 양현석의 이런 성공 요인은 그의 원만한 ‘대인관계’ 덕분이라고 보고 있다. 그의 가장 큰 장점이 바로 ‘인연을 소중히 한다는 것’. 한 번 인연을 맺은 사람들은 끝까지 믿고 같이 갈수 있는 신뢰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그의 회사 직원뿐만 아니라 소속 스타들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양현석을 믿고 따르는 연예인들이 줄을 잇고 있을 정도다. 혼자 감당하기에는 회사의 규모가 너무 커졌다며 내년에는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는 양현석의 열정은 좀처럼 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민주  kimm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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