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맘때쯤이면 한번씩 들춰보곤 하는 익숙하거나 낯설지 않은 두 이름, 태국과 푸켓. 청개구리가 되어버린 마음은 눈발이 날리는 날이면 더더욱 간절해져, 2월의 달력 위에 나란히 새겨진 빨간 숫자 들을 한없이 쳐다보게 한다. 고민 금지. 그곳으로 가는 길은 어렵지 않다.
이른 저녁을 먹고 비행기 에 올라 준비된 기내 문화생활에 지루하지 않을 만큼 빠져있다 보면 푸켓의 뜨거운 공기가 당신을 맞이한다.
두터운 외투를 벗어던지고 공항을 빠져나가면 첫 번째 미션 완료. 이제 남은 건, 잊고 지내던 여름휴가 본능을 마음껏 일깨우고 온전히 그 마음을 푸켓에 내어주는 것.
여전히 그곳에는 낯설거나 익숙하지 않은, 사랑스럽고 놀라운 기쁨들이 당신을 다정하게 맞이하고 있으니.
푸켓의 바다
태국에서 가장 큰 섬으로 태국을 넘어 동남아를 대표하는 휴양지, 푸켓. 태국을 찾는 여행객들은 이 섬에 발을 딛는 순간, 뜨거운 해변 위에서 태양보다 더 빛나는 자신의 모습을 그린다.

한 곳의 풍경에 마음을 전부 빼앗기지는 말자. 푸켓의 바다는 그러기에 너무나 많은 보석들을 간직하고 있다.
해변의 망중한
푸켓의 3대 비치라는 타이틀에 나란히 이름을 올린 까론 비치(Karon Beach)와 까따 비치(Kata Beach). 해안선을 따라 나란히 자리 잡은 두 비치가 한눈에 들어오는 곳에 섰다.
하늘은 이름 그대로의 하늘색을 선보이며 새하얀 뭉게구름을 군데군데 띄워 놓았고 하늘보다 조금 더 파란 빛깔을 띤 바다는 수평선과 해안선이 모두 둥근 곡선으로 이루어져 있어 바라보는 이들의 마음을 더욱 편안하게 해주고 있다.

로컬 버스 썽태우들이 줄을 지어 서 있는 입구를 지나 해변에 들어섰다.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가지각색의 풍경들이 해변을 지루하지 않으면서도 번잡하지 않게 해주고 있어 머물다 가고 싶은 욕심이 마구 솟구친다.
그중에서도 가장 부러운 사람들은 모래사장에 누워 책을 보거나 단순히 눈을 감고 있는 사람들, 로맨틱한 광경을 마음껏 연출하는 연인들 그리고 주변의 식당에 앉아 맥주 한 잔에 향기로운 요리를 먹고 있는 사람들. 그들이 진정 푸켓을 즐길 줄 아는 챔피언이다.
마음은 순식간에 변해버렸다. 세일링은 다음 기회에. 푸켓에서 누려야 할 첫 번째는 역시 해변에서의 망중한. 이곳에서는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바쁜 척하지 말자.
infor
까론 비치 까따 비치 |
탐험의 시간
찰롱베이 선착장에 여행객들이 모여 앉아 보트를 기다린다. 반나절이 넘는 시간을 친구가 되어 함께할 투어가 이곳에서 시작되기 때문. 까타말란(Catamaran)이라는 보트는 빠른 속력으로 물살을 가르며 목적지 마이통 아일랜드(Maiton Island)로 내달린다.
편안한 실내도 좋지만 역시 배를 탈 때는 야외에 나가 하나 둘 새롭게 펼쳐지는 세상을 만끽하는 것이 최고. 서양에서 온 커플은 이미 선두의 가장 좋은 자리에 누워 선탠을 즐긴다. 그들의 눈동자는 잠시도 쉴 줄을 모른다.



마이통 아일랜드 앞바다에 도착한 우리를 위해 준비된 것들, 돌고래 구경, 스노클링과 카약 그리고 섬 탐험. 돌고래를 만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하늘의 뜻이면서도 투어 호스트의 직감과 능력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이다. 일행들이 스노클 장비를 착용하고 물속으로 들어가자 물고기들이 주위로 빠르게 몰려든다.
누군가가 뿌려주는 물고기밥 때문. 한층 더 아름다운 바닷 속 풍경이 만들어진다. 물속에 들어가기 싫은 이들은 유유히 카약을 타고 바다 위를 누빈다. 보트에서 마이통의 해변까지 직접 카약을 타고 가기도 한다.
하얀 모래사장 뒤로 펼쳐진 야자수 군락의 이국적인 풍경이 섬 안으로 발걸음을 이끈다. 발품을 팔지 않고 그저 해변에 있는 카페에 앉아 시원한 음료를 한잔하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다.
해가 서서히 바다를 향해 떨어지는 시간, 보트는 마이통 아일랜드를 떠나 새로운 볼거리를 찾아간다. 그동안 준비되는 뷔페식 저녁 식사는 본격적인 투어의 낭만을 준비하는 시간. 음식을 담은 접시를 들고 선상으로 나왔다.
바다 위로 태양이 붉게 물들기 시작한다. 마음 속 깊은 곳에 숨어있던 나의 영혼도 어느새 함께 물들고, 푸켓에 와 있음을 다시 한번 진하게 깨닫는다. 떠나온 나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는 순간이다.
올드타운… 시내 문화 산책
푸켓의 속살이 궁금해 길을 나섰다. 역사의 한 페이지로 기억되는 푸켓의 옛 모습도 궁금하고 이곳의 트렌드 세터(Trend-Setter)들이 만들어가는 요즘 푸켓의 면모도 보고 싶었다. 그 궁금증을 천천히 걸으며 하나씩 풀 어갈 수 있는 곳이 푸켓 올드타운이다.


푸켓 올드타운에는 당시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고풍스러우면서 이국적인, 이곳만의 독창적이고 특별한 아름다움이 소문을 타고 세상에 퍼졌다.
중국인들이 거주하던 쏘이 로마니(Soi Romanee)의 작은 골목에 들어서니 시노-포르투기스 양식의 예쁘장한 건물들이 파스텔 톤의 색을 입고 로맨틱한 분위기를 물씬 자아낸다.
골목 안의 오래된 이발소 앞을 지나다가 재미있는 광경을 목격했다. 연세 지긋해 보이는 중국계 이발사가운영하는 이곳에 비슷한 연배의 서양 할아버지들이 찾아왔다.
그들은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며 즐거워했고 한 서양인의 머리를 중국계 이발사가 잘라주었으며 그 모습을 다른 이들이 카메라에 담았다. 올드타운이 한창이던 시절 흔히 볼 수 있었을 법한 풍경. 푸켓 드라마의 한 장면을 감사히 담아간다.

infor 쏘이 로마니 |
뜨겁고 로맨틱한 밤
빠통으로 대표되는 푸켓의 밤은 여느 휴양지 못지 않은 화려함과 낭만을 지녔다. 빠통의 골목골목은 환하게 빛나고 불꽃처럼 타오르며 또 향기롭게 무르익는다.



내 몸에 선사하는 감동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넘쳐나는 푸켓 여행에서 반드시 챙겨가야 할 것이 있다.


푸켓에서는 내 몸에 무한한 감동을 선물하자. 힘들고 지친 미래의 어느 날, 뒤돌아보며 몹시 그리워할 수 있을 만큼.
<프리랜서 김관수 기자>
<사진=여행매거진 GO-ON 제공>
프리랜서 김관수 기자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