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프랑켄슈타인
[일요서울 | 김정아 기자] 세간에서는 프랑켄슈타인을 영원불멸에 도전하려는 인간의 처절한 고뇌와 욕망을 그린 창작 뮤지컬의 대명사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 작품을 좀더 깊게 들여다보면 빅터 프랑켄슈타인의 극적 광기 뒤에 숨어있는 지극히 안쓰러운 인간애를 발견하게된다.
어린 시절 빅터는 세상에 존재했던 단 하나의 이름, 어머니를 그 당시 창궐했던 전염병으로 잃게 된다. 어머니는 아들에게 영원불멸의 존재며 기댈 수 있는 최후의 안식처다. 빅터의 어린시절은 그런 어머니가 부재다. 모정을 향한 강렬한 그리움이 낳은 트라우마가 영원불멸하는 괴물을 만드는 데 집착하게 만든 것이다. 이는 광기의 결과물, 매혹적인 인간괴물이 슬퍼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빅터가 어린시절 그리운 어머니를 목놓아 부르는 장면이 그의 손에 죽임을 당한 인간괴물 앙리를 부르는 마지막 장면과 너무도 흡사하게 닮아 있다. 이러한 미묘한 부분들을 살려내는 데 배우들은 집중했다.

이처럼 광기에 의한 처참한 결과를 낳았던 예는 시·공간을 불문하고 어디에서나 공존했다. 전세계가 공감할 수 있는 글로벌한 소재로 만들어진 프랑켄슈타인에서는 무엇보다도 이러한 ‘광기’를 제대로 표현해내는 것이 급선무였을 것이다. 또한 장르가 스릴러이기에 인간의 심리적 측면을 설득력있게 표현해 내야 했다. 이에 제작팀은 인간의 어둡고 고독한 모습을 단순히 보고 듣는 데에 그치지 않고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생동감 있는 연출에 촛점을 맞췄다. 이러한 짜임새를 바탕으로 신이 되려 했던 인간과 그러한 인간을 동경했던 피조물의 이야기가 시작됐다.
극상에서는 1인2역을 소화해내며 전혀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는 배우들의 활약이 눈에 띈다. 철학과 과학, 의학을 아우르는 천재지만 강한 트라우마를 지닌 인물과 격투장의 주인으로 냉혹하고 부정적이며 욕심 많은 인물을 소화해낸 배우는 유준상과 박건형, 전동석이다. 제작진은 극을 이끌어가는 메인 인물인 만큼 인지도 있는 배우의 섭외에 공들였다. 드라마, 스크린, 연극이라는 장르는 연계되어 있는 듯하지만 각 장르가 독립적이어서 추구하는 스케일이나 배우들의 신체 조건이 다르다. 이러한 조건의 한계를 의지로 극복한 현역 배우들이 투입된 만큼 스토리의 완성도는 더욱 높아졌다.
다음은 앙리 뒤프레와 괴물역을 맡은 배우 최우혁, 박은태, 한지상이다. 인간과 괴물 사이를 오가며 극상에서 가장 유연한 모습을 지녀야 한다. 때로는 매혹적이면서도 미묘한 동정심을 유발하는 역을 소화해내야 했다. 이러한 점에서 신예의 발굴을 매우 성공적이다. 인간을 동경하지만 주인에게 버림받고 혹사 당해 인간을 증오한 복수의 피조물 역할을 제대로 소화해 냈다.
빅터 프랑켄슈타인의 가문의 비밀과 아픔을 가슴속에 간직한 여인이며 그의 행동을 유일하게 이해하는 엘렌과 격투장의 주인 자크의 부인 역할을 해낸 서지영의 활약도 눈에 띈다. 거칠고 천박한 성격으로 돌변할 때는 극상에서 잊혀지지 않는 파워있는 가창력을 선보였다.
<ACT 1>의 ‘한잔의 술에 인생을 담아’라는 넘버는 오페라 감성에 재즈풍의 리듬이 가미돼 흥이 넘치는 앙상블의 향연을 느낄 수 있다. <ACT2>의 에바의 역동적인 춤이 인상적인 ‘인간행세'넘버는 라틴풍의 리듬을 덧입혀 삼바분위기를 자아냈다.
2014년 개관 10주년을 기념한 충무아트홀이 그동안 쌓아온 역량과 다양한 네트워크를 활용해 탄생시킨 뮤지컬인 만큼 심혈을 기울인 기획·제작력도 눈에 띈다.
뮤지컬 레베카 무대처럼 물과 바람, 불을 자유자재로 무대 영상과 구현했던 웅장함보다는 배우와 스토리에 집중할 수있는 세심한 무대 장치를 구현해 내는데 집중했다.
이러한 제반 조건을 갖춘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한국 창작 뮤지컬의 시장을 넘어서 전 세계의 컨텐츠로 발전할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1818년 출간한 영국의 여성작가 메리 셸리의 소설을 원작, 김희철 프로듀서, 왕용범 연출, 이성중 음악감독을 비롯한 크리에이티브팀이 만든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오는 3월 20일까지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감동을 나눈다.
jakk3645@ilyoseoul.co.kr
김정아 기자 jakk3645@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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