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중단 이후…北,기습결정 배경은?
개성공단 중단 이후…北,기습결정 배경은?
  • 장휘경 기자
  • 입력 2016-02-15 10:23
  • 승인 2016.02.15 10:23
  • 호수 1137
  • 1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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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기업 자산 반출 놓고 남북간 줄다리기 협상 불가피

[일요서울장휘경 기자]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에 대응해 북한이 지난 11일 전격적으로 개성공단을 군사통제구역으로 선포하고 남측 인원을 전원 추방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철수 작업을 하던 남측 공단 관계자들은 아연실색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이날 오후 성명을 통해 개성공업지구에 들어와 있는 모든 남측 인원들을 오후 5(우리시간 오후 530)까지 전원 추방한다면서 개성공업지구에 있는 남측 기업과 관계기관의 설비, 물자, 제품을 비롯한 모든 자산들을 전면동결한다고 밝혔다. 이어 추방되는 인원들은 사품 외에 다른 물건들은 일체 가지고 나갈 수 없으며 동결된 설비, 물자, 제품들은 개성시인민위원회가 관리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옮길 물량 많은데 인력·시간 턱없이 부족
정상화 기대공단 기업인들 전원 추방에 발만 동동
 
개성공단에 있는 봉제업체 근로자 A씨는 북측에서 트럭은 못 나간다는 얘기를 얼핏 들었다추방 이야기는 전혀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개성공단에서 철수작업을 벌이던 우리 측 일부 입주업체 관계자들은 원부자재와 완제품을 모두 포기하고 이날 밤 도라산 CIQ로 황망히 내려와야 했다.
 
오후 10시께 CIQ를 통해 귀환한 이들은 초췌한 모습이 역력했고 망연자실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무엇보다 북측이 자산동결 조치를 발표하면서 생산된 물자의 반출불가 결정을 내려 빈 트럭으로 돌아와야 했기 때문이다.
 
개성공단에서 신발 공장을 가동했던 B씨는 오전에 다행히 4t 트럭을 이용해 물건을 반출하고 오후에 추가로 완성품을 챙기던 중 북측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관계자들이 공장으로 들어와 물건을 가지고 나갈 수 없다고 말했다한동안 분위기가 삭막했다고 전했다.
 
그는 공단에 남은 원단과 신발 완제품 등이 가격으로 환산하면 10억 원 이상이라며 손실도 손실이지만, 앞으로 사업을 어떻게 이어나가야 할지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귀환 근로자 일부는 이날 오후 개성공단과 북측 남북출입사무소의 긴장된 풍경도 전했다.
 
이날 오후 630분께부터 우리 측 인원은 북측 남북출입사무소에서 3시간씩이나 대기했다. 일부 업체 근로자가 개인 소지품이 아닌 물품을 가져나가려고 하자 북측이 이를 현장에서 압수하는가 하면 인원을 일일이 확인하느라 시간은 한없이 지체됐다.
 
이제까지 보지 못하던 북한 무장 군인들이 북측 CIQ 앞에 서 있는 모습도 목격됐다.
 
이날 오전 개성공단에 들어갔다가 오후에 나온 C씨는 장총을 든 북한 군인들이 자세를 꼿꼿이 하고 정렬된 모습을 보였다면서 숫자는 한 십여 명 되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평소와 달리 무장군인의 모습을 보니 다소 긴장도 돼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앞서 귀환한 간호사 D씨는 북측 근로자들은 개성공단 중단을 원치 않는 분위기였다오늘 아침에는 평소보다 많은 (북한)군인들이 공단 인근과 군사분계선에서 이동하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분위기 삭막착잡
 
이날 오후 북한의 발표가 있기 전까지 우리 기업체 관계자들은 착잡하고 조용한 분위기 속에 완제품 등을 챙겨 남측으로 넘어왔다.
 
오전 도라산 CIQ를 통해 개성공단에 들어갔다가 낮 1230분께 남측으로 다시 넘어온 대다수 개성공단 입주업체 화물차량 운전자들은 현지 분위기가 어떠냐는 질문에 아직은 평소처럼 차분한 상황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의류용 실 22t을 개성공단에서 대형화물차에 싣고 나온 E씨는 오늘 공단 분위기는 평상시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단지 북측 근로자들이 출근하지 않아 완제품 실을 혼자서 차량에 옮겨 싣느라 좀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날 오후 530분까지 입출경은 계획대로 이뤄졌지만 북측 근로자들이 출근을 하지 않아 개성공단 업체 측 대부분이 제품, 자재 운송에 어려움을 겪었다.
 
한 개성공단 의류업체 법인장은 각사마다 가용 인원이 1~2명밖에 안 돼 화물트럭 기사와 업무자재, 완제품 일부를 실어내는 것 외에 다른 것은 손도 못 대고 있다지게차 동원이 필요한 한 업체는 일할 사람이 법인장밖에 없어 (법인장이) 손도 못 대고 가만히 있더라고 전했다.
 
그는 물량 중 약 10~20% 정도 반출한 것 같다전기, 수도는 현재까지 정상적으로 공급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때 공단에 들어가려고 대기했던 기업체 관계자들은 북한의 이번 조치에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개성공단에서 양말공장을 운영하는 K대표는 완제품뿐만 아니라 원단 등을 가지고 나와야 하는데 오늘 들어가지 못해 내일을 기대했다북한의 개성공업지구 폐쇄로 우리 재산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정부 보상도 보상이지만, 앞으로 공단이 폐쇄되고 수도권 등지에서 새로 사업을 하게 될지도 의문이라며 근로자 고용과 월급 등이 개성공단과 비교해 너무 차이 나 앞이 캄캄하다고 했다.
 
영구폐쇄 될 수도 있어
 
한편,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전면중단 조치에 대해 북한이 하루 만에 남측 인원 전원 추방'자산 전면 동결' 카드를 기습적으로 꺼내든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북한은 지난 20133차 핵실험에 대한 한미 연합훈련에 반발해 일단 통행제한 조치를 먼저 내리고 엿새째인 48일 김양건 당시 통일전선부장이자 대남담당 비서가 개성공단을 직접 방문해 가동 중단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때와 달리 우리가 공단 가동을 중단한 지 하루 만에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성명 형식으로 기습적이고 일방적인 통보를 했다.
 
조평통은 개성공단의 폐쇄와 군사통제구역 선포, 남측 인원 전원추방, 개성공단 내 자산동결, 군 통신선과 판문점 연락채널 폐쇄조치 등을 한꺼번에 내놓으면서 개성공업지구를 전면중단시킨 대가가 얼마나 혹독하고 뼈아픈 것인가를 몸서리치게 체험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 측이 3년 전에 비해 훨씬 신속한 반응을 보인 것은 우리 측에 개성공단 폐쇄에 따른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여유를 주지 않겠다는 계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지난 11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정부와 기업이 조치를 취할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으려고 북한이 전격적으로 대응했다면서 개성공단에 남겨놓은 기업 자산의 반출 문제 등을 놓고 향후 남북한 당국 간 밀고 당기는 줄다리기 협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우리 측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시점에 깜짝발표를 감행한 것이라며 북한이 과거 사례 등을 면밀히 분석하고 치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이날 남측 근로자의 추방 시한을 불과 30분 남겨둔 5시께 관련 내용을 전격적으로 발표한 점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북측의 발표 이전까지만 해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이 개성공단 가동에 대해 쉽게 결단을 내리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북측은 허를 찌르는카드로 맞선 셈이다.
 
전문가들은 북한 측의 이날 발표로 볼 때 개성공단은 사실상 영구폐쇄 수순을 밟을 공산이 큰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북한 당국이 숙련된 기술을 지닌 인력을 동원해 개성공단 생산라인을 자체적으로 가동하거나 중국 측에 요청해서 중국 기업들을 끌어들여 가동할 수도 있겠지만 남측으로부터의 전력공급 등을 감안하면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내다봤다.
 
hwikj@ilyoseoul.co.kr

장휘경 기자 hwik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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