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대우증권 합병 마찰 내막
미래에셋-대우증권 합병 마찰 내막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6-02-15 10:06
  • 승인 2016.02.15 10:06
  • 호수 1137
  • 3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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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소액주주 ‘반대’ 일도 하기 전에 ‘씁쓸’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KDB대우증권 소액주주들이 미래에셋증권과의 합병을 반대하고 나선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소액주주들은 지난 5일 KDB대우증권 사옥에서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의 합병 계획 철회를 강력히 요구했다.

미래에셋증권이 지불하기로 한 경영권 프리미엄은 합병 법인의 자본금에서 빠져나가기 때문에 합병 법인 부실화는 불가피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또한 LBO방식 인수의 적법성을 두고도 양측이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이에 따라 박현주 회장이 일을 하기도 전에 쓴웃음을 짓고 있다.

LBO 방식 문제점 지적…미래에셋 “문제 없다” 
존속법인·인수자금 논란…고민 깊어지나

LBO(Leveraged Buy Out)는 매수할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인수합병(M&A)을 하는 기법이다. 대우증권 노조가 가장 강력하게 반대하는 근거이기도 하다.

이자용 노조위원장은 주총 이후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해 말 대우증권의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매각가격을 극대화하기 위해 미래에셋증권을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면서 LBO 방식을 용인했다”며 “이 방식의 인수가 진행된다면 8000억원 규모의 LBO 인수금융을 대우증권에서 상환해야 하는 등 대우증권의 가치가 훼손되고 소액주주들에게 피해가 발생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미래에셋증권은 대우증권의 자산이 아닌 주식을 담보로 하기 때문에 LBO가 아니라고 주장을 하고 있다”면서 “LBO는 형사법 상 배임죄 해당 여부를 따지기 위해 외국의 사례에서 가져 온 개념인데, 배임죄의 해당 여부는 단순히 주식을 담보로 했는지에 따라 결정되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치권에도 이를 물으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 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에 대한 설득을 통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금융기관 LBO 금지, 국책기관의 LBO식 지분 매각 금지 등을 골자로 한 법안발의를 할 예정”이라며 “이후 이를 근거로 금융위원회에 미래에셋그룹에 대한 엄격한 대주주 심사요구를 통해 대주주 적격심사 불승인을 주장할 것”이라고 전했다.

보험영업 허가 취소?

노조는 합병과정에서 발생하는 세금을 줄이기 위해 대우증권을 존속법인으로 남기는 부분에 대해서도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대우증권이 존속법인으로 남을 경우 미래에셋생명의 보험영업 허가가 취소될 수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노조는 “대우증권을 존속법인으로 합병할 경우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미래에셋생명의 보험영업 허가가 취소될 수 있다”는 주장했다.
현행 세법에서는 존속회사가 합병 전에 소멸회사의 주식(포합주식)을 보유하게 되면 합병 후 존속법인과 주주들에게 소득세가 부과된다. 미래에셋증권은 대우증권의 주식을 우선 사들인 후 합병절차를 밟게 되는데, 미래에셋증권이 존속법인으로 남으면 사라지는 대우증권 주식에 대한 세금이 부과되는 것이다.

이 노조위원장은 “미래에셋증권이 존속법인이 되면 포합주식에 대한 과세문제로 주주는 물론 합병법인에 수천억 원의 세금이 부과된다”며 “현실적으로 존속법인으로 남기기가 쉽지 않다”고 주장했다. 일부에서는 최소 2000억 원 이상의 세금이 부과될 것으로 본다.

증권업계도 이번 사안을 예의주시 중이다. 서보익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래에셋증권은 합병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주주가치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서 연구원은 “그동안 증권사 인수합병은 인력 이탈, 시너지 약화 등 불리한 결과가 발생해 왔다”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미래에셋증권의 저력과 승자의 관용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미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은 대우증권 전 직원의 고용을 보장하고, 점포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박 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과거 합병시에는 구조조정을 많이 했다”면서도 “그런 선례를 따르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점포를 확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력 구조조정에 대한 노조와 직원들의 불안감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대우증권의 주가 흐름도 심상치 않다. 최근 한 달 새 주가가 20% 넘게 빠졌다.
대우증권 주가는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1만7000원대를 오르내렸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24일 KDB산업은행의 우선협상대상자 발표 이후 주가는 1만200원에서 2월 4일 기준 7820원까지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최근 주가 하락은 미래에셋그룹의 지배구조 불확실성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다.
차인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대우증권 인수계약 이후 절차에 대한 우려는 과도하다”면서 “최근 글로벌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증권업종 전체 주가가 하락한 영향에 여전히 주가는 저평가 국면”이라고 판단했다.

가치 훼손 이유 없다

미래에셋증권 측은 인수에 문제점이 없다는 입장이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미래에셋은 대우증권 인수를 통해 국내 자산규모 1위 증권사는 물론 글로벌 투자은행(IB)로 도약하려는 분명한 목표가 있다”면서 “이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대우증권의 가치를 훼손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대우증권 노조에서 과거 다른 기업의 LBO 사례를 들면서 현재 사안과 연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과거 LBO를 악용했던 경우와는 다르며, 적법한 절차를 통해 인수를 마무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미래에셋증권은 지난달 25일 대우증권 지분 43%를 2조3853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산업은행과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이후 대주주 적격성 심사 등을 거쳐 4월까지 인수를 마무리하고 연내 통합법인인 미래에셋대우증권(가칭)을 출범시킬 계획이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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