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껌딱지 해외출장 가족동행 실태
[심층취재] 껌딱지 해외출장 가족동행 실태
  • 강휘호 기자
  • 입력 2016-02-15 10:03
  • 승인 2016.02.15 10:03
  • 호수 1137
  • 3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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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석호發 파문 후폭풍 ‘호화판 외유’ 논란 확대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방석호 전 아리랑TV 사장이 업무상 해외출장 중 가족을 동반했다는 논란으로 사의한 가운데,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해외 출장 때 가족과 동행한 경우가 많은 것으로 조사돼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아울러 방석호 전 사장이 일으킨 가족 동반 해외출장 논란으로 앞서 외유 의혹이 있었던 이들까지 가시방석이다. [일요서울]은 어떤 이들이 외유 해외 출장으로 문제가 됐었는지, 또 이들의 가족 동행 실태는 어땠는지를 알아봤다.

사적 경비·지출결의서 위조 의혹 등 사건 확대
소문은 SNS를 타고…자랑 늘어놓다 망신살 뻗쳐 

아리랑TV와 같은 사례 많아 비판 목소리 가중
도덕적 해이 심각…실제 업무 규정 빈틈투성이

방석호 전 사장을 둘러싼 파문은 업무상 해외 출장 때 가족여행과 쇼핑을 즐기는가 하면 호화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최고급 차량을 렌트하는 등 국민혈세를 흥청망청 사용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일어났다.

아리랑TV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의 공공기관으로 운영 재원은 방송통신발전기금 등 공적 자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최민희 의원실이 아리랑TV 내부의 공익제보자로부터 입수한 내용에 따르면 방석호 전 사장은 2015년 9월말, 박근혜 대통령의 UN총회 참석을 위한 미국 출장 때 부인과 딸, 현지에서 유학 중인 아들 등 가족을 대동했다.

복수의 매체들도 방석호 전 사장이 지난해 9월 미국 출장을 가면서 가족을 동반해 현지에서 최고급 차량을 빌리고 호화 레스토랑, 쇼핑몰 등을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이때 사적 경비를 공식 출장비로 처리하기 위해 지출결의서를 위조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또 회사 경비로 숙식과 렌터카 비용을 충당하는 등 추석 연휴 포함 약 일주일간, 가족 여행이나 다름없는 출장을 다녀왔다고 전했다. 이러한 제보 내용은 최민희 의원실이 입수한 출장 관련 영수증과 지출결의서 등을 통해 사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방석호 전 사장은 2015년 9월말 박근혜 대통령의 UN총회 참석과 관련해 미국 출장을 갈 때 750만 원 상당의 항공편 1등석을 이용했고, 렌터카 비용으로 6일 동안 4140달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그 외의 지출 내역을 보면 미국 출장 도착 첫날인 9월 24일에는 뉴욕의 최고급 캐비어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고 한화로 100만 원이 넘는 930달러를 식사비로 지출하는 등 초호화판으로 돈을 쓰기도 했다.

더불어 2015년 5월에는 홀로 뉴욕 출장길에 올라 뉴욕에서 항공편으로 세 시간 거리인 노스캐롤라이나 듀크대 인근 최고급 식당에서 회삿돈으로 천 달러가 넘는 식사비를 지출했는데, 당시 방석호 전 사장의 아들은 듀크대에 재학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최민희 의원은 “국민 상식이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의 도덕적 해이로 범죄에 가깝다”며 “문체부와 방통위, 감사원은 조속히 전면적인 감사에 착수해 진상을 낱낱이 밝히고 방석호 전 사장이 흥청망청 쓴 국민혈세를 돌려받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아리랑TV는 문체부 소속 기관임에도 자체적으로 재원 마련을 하지 못해 매년 방통위로부터 방송통신발전기금(방발기금)을 지원받아 방송사를 운영하고 있다”며 “이처럼 재원구조가 열악한 상황임에도 그 수장이 회삿돈을 흥청망청 쓴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흔한 일, 흔한 비리  

마지막으로는 “박근혜 정부가 연초부터 줄곧 공공기관 부정부패 척결을 선포한 만큼 이번 방석호 전 사장의 부정부패에 대해서도 엄단해야 할 것”이라며 “방석호 전 사장은 당장 아리랑TV 사장직을 사퇴하고 자진해서 감사를 받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아리랑TV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방석호 전 사장은 2015년 9월 미국출장 시 가족을 동반 사실이 없다. 가족의 식사비를 법인카드로 지불하지도 않았다”면서 “출장 당시 모든 비용 지불은 아리랑 TV 유엔 방송에 관련된 내용이었다”고 해명했다.

또한 “출장비 정산과정에서 영수증을 꼼꼼하게 챙기지 못한 점은 실무진의 실수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문체부 특별조사가 곧 나올 예정이다. 이에 성실히 응해 객관적으로 진실을 밝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이와 같은 논란은 방석호 전 사장 딸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아빠 출장 따라오는 껌딱지 민폐딸”이라는 글과 함께 현지 사진 등을 올리면서 더욱 심각해졌다는 부분이다.

아버지의 해외 출장 논란을 딸이 앞장서 키운 꼴이다. 실제로 해외 출장 때 가족과 동행했다는 글이 그동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카페·블로그 등에 많이 올라오는 것으로 나타나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SK텔레콤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 스마트 인사이트가 2015년 1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블로그, 카페, 뉴스, 게시판 등에 올라온 해외여행 관련 31만6226건의 버즈(Buzz)를 분석한 결과, 해외출장과 관련된 버즈 3222건 중 대다수가 가족과 동행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여행 목적은 휴식, 관광, 출장 순으로 확인됐고, 함께 가는 대상으로는 친구, 회사동료에 비해 가족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출장의 경우에는 가족과 동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업무상 해외출장 시 가족과 동행하는 경우 업무비용을 남용할 우려가 있고, 가족 경비를 자비로 지불하더라도 오해의 소지가 있기 마련이지만 주변인에게 자신의 해외여행 사실을 알리고자 이를 감수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실태를 입증하기라도 하듯 그동안 공공기관의 외유 논란은 끊이지 않고 제기돼왔다. 이들은 앞으로도 가족동반, 혹은 외유성 출장 논란이 일어날 때마다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2014년 은행연합회는 임원의 해외출장 시 동반 배우자의 여행경비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나 질타를 받은 바 있다. 이 같은 사실은 금융위원회의 종합감사에서 나왔는데, 보고서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임원 출장 시 ‘필요한 경우’ 배우자를 동반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때 세부 요건을 두지 않아 사실상 자의적 판단에 따른 동반을 허용하고, 여비도 전액을 지원했다. 임직원의 해외출장 시 지급되는 비용은 기본체재비, 일당체재비, 해외교섭비 등 비슷한 명목으로 중복 지급하기도 했다.

방지 대책도 미흡해

지난해 7월 1일 출범한 국토교통부 산하 주택도시보증공사(구 대한주택보증)의 일부 직원은 관련 업체로부터 경비를 받아 해외여행을 다닌 적도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강동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전북 남원·순창)이 주택도시보증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5명의 직원이 직무 관련 향응 및 금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형사처분을 받고 파면됐다.

해당 직원 중 한 명은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전신인 대한주택보증 때 관련 업체로부터 약 1000만 원의 경비 지원을 받아 중국, 태국 등으로 총 4차례에 걸쳐 17일간 골프와 관광 목적의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당시 강동원 의원은 “막대한 규모의 주택도시기금을 총괄운영하는 주택도시보증공사의 경영비리가 심각하다”면서 “국토교통부는 물론이고 감사원과 검찰 등 관련기관들이 특별점검을 해서라도 조직적이고 뿌리깊은 경영비리와 유착행위를 근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계를 차치하고 정치권 역시 이런 비판과 무관하지 않았다. 지난해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미국 출장 중 평일 오후에 부인과 함께 골프를 친 것으로 확인돼 비판을 받았고, 이완구 전 국무총리 후보자가 도지사 재임 시 국외 출장에 여러 차례 부인을 동반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곤욕을 치렀다.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지난 3일 “방석호 전 사장이 공적으로 써야 할 업무추진비를 호화 해외출장에 사용하고 자택 주변에서 사적인 용도로 법인카드를 쓴 것은 업무상 횡령에 해당한다"며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 단체는 “영수증 처리과정에서 동반자를 적당히 기재하라고 비서에게 지시한 의혹도 허위공문서작성 교사 혐의에 해당한다”며 “사퇴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고 수사로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동안 비슷한 논란이 있을 때마다 ‘사퇴’나 ‘사과’ 정도로 마무리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비리나 호화출장으로 인해 사퇴를 했더라도 공공기관 경영평가 성과급 지침에서 비리 의혹에 따른 사임이나 해임 또는 파면과 관련한 지급제한 항목이 별도로 없어 거액의 퇴직금 등을 받아온 관례들도 적지 않아 여론은 더욱 날을 세운다. 향후 적절한 대응방안이 나오지 않는 이상 똑같은 논란은 반복, 또 반복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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