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건강 증진’을 목표로 정부가 시행한 담배값 인상안이 시행 13개월째를 맞이한 가운데 담뱃값 인상 정책에 따른 최대 수혜자로 유통사들과 그 오너들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담배유통망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이들은 매년 막대한 수입을 얻고 있는 동시에 배당금으로만 수백억 원의 이윤을 챙기고 있다.
이 같은 구조가 가능한 이유는 담배 매출을 얻는 편의점을 소유한 유통사의 지분 대부분을 오너 일가가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모를 웃음 짓는 GS·BGF리테일, 코리아세븐
금연하려는 시민 줄고, 담배 판매량은 원점 수준
“담뱃값 2000원 인상 후 어떠한 변화가 있었을까”
담배값 인상 전 1550원이었던 세금은 3318원으로 올랐고 정부 세수는 전년보다 52% 상승했다.
지난달 17일 기획재정부의 ‘2015년 담뱃값 인상에 따른 효과’ 자료에 따르면 2014년 2500원이던 담배값이 지난해 4500원으로 인상된 후 담배 판매량은 33억2680만 갑으로 전년 43억5990만 갑보다 23.7%(10억3310만갑) 감소했다. 판매량은 담배제조사와 수입업체가 반출·통관한 담배를 도소매점에 판매한 양이다.
반면 가격인상으로 담배 세수는 더 늘어 2014년 6조9732억 원보다 3조5608억 원 늘어난 10조5340억 원을 기록했다. 편의점업계도 담배 판매세 이득을 봤다.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의 지난해 3분기 매출은 1조291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6% 증가했다. CU의 3분기 매출도 1조2062억3000만 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32.4% 뛰었다.
편의점 매출이 급증한 이유는 편의점 매출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담뱃값 매출이 가격 인상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기준 ‘담배 등 기타 상품군’의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5.3%를 기록했다. 하지만 소매담배판매주(편의점주)의 수익은 크게 늘지 않았다.
2014년 일괄 10%로 적용되던 담배 마진율이 답배값 인상 후 7~9%로 하향 조정됐기 때문이다. 4500원짜리 담배 한 갑 팔면 이윤의 35%는 본사에서 가져가고 편의점주에게는 278원만 남는다. 그나마도 카드 결제일 경우 수수료를 제하고 나면 200원대 초반이다.
누구를 위한 담배값 인상이냐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정부나 해당 업체는 뒤돌아 웃고 있을 수 있겠지만, 애연가들은 화가 날 상황”이라고 말했다.
오너 배만 불려
이처럼 편의점 점주들과 흡연자들은 울상을 지으며 반대 여론을 형성하고 있지만 한 발짝 떨어져 표정관리에 나선 곳도 있다. 담배 판매를 독식하고 있는 편의점을 운영하는 유통기업들이다. 매년 천문학적인 규모의 보수와 배당을 챙겨가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GS25 편의점을 소유하고 있으며, 이곳에 담배를 공급하는 옥산유통이다.
‘옥산유통’은 1997년부터 말보로 등을 생산하는 한국필립모리스와 상품 독점공급 계약을 맺고 할인마트와 편의점 등에 담배를 공급하고 있다.
내부거래를 통해 탄탄한 성장을 거듭해온 옥산유통은 매년 매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옥산유통의 자산총계는 2005년 4월 GS그룹으로 처음 계열 편입할 당시 200억 원 미만에 머물렀으나 2013년 기준 약 1400억 원으로 7배나 증가했다. 여기서 발생한 순이익의 절반은 배당을 통해 범GS그룹 3·4세들의 몫으로 돌아가고 있다.
지난해 4월 1일 기준 옥산유통의 대주주를 살펴보면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의 장남 허서홍 씨가 20.06%(2만60주)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이어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 장남인 허준홍 씨와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의 장남 허세홍 씨가 각각 19.04%(1만9040주), 7.14%(7140주)를 보유 중이다.
GS리테일은 허승조 부회장이 맡고 있다. 허승조 부회장은 GS그룹이 분리되기 전 LG그룹의 공동 창업자인 허만정 씨의 아들이다.
지난해 11월 기준 금융감독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허승조 부회장에게 지난해 급여 8억6700만 원, 상여 3억4600만 원 등 12억1300만 원의 보수를 지급했다. 허 부회장은 2013년에는 11억3700만 원의 보수를 받았다.
그나마 허 부회장은 GS리테일 주식을 가지고 있지 않아 배당은 받지 않았다. 하지만 그룹 지주사인 GS는 배당을 통해 303억7706만 원을 수령해 갔다. 허 부회장은 GS리테일 당기순이익(1113억 원)의 1% 정도를 보수로 받았고, 지주사인 GS는 배당으로 당기순이익의 30% 정도를 가져간 것이다.
편의점 CU를 운영하고 있는 BGF리테일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홍석조 회장은 지난해 28억98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기본급여만 10억4900만 원에 상여금 9200만 원, 여기에 경영성과를 평가해 추가로 지급할 수 있는 변동급이라는 명목으로 17억5100만 원을 수령했다. 의료비지원, 기념일 선물 등으로 600만 원의 기타근로소득도 챙겼다.
홍 회장은 지난해 51억6450만 원의 배당금도 받아갔다. 배당과 보수를 합치면 80억 원이 넘는 금액을 BGF리테일로부터 수령해간 것이다.
홍 회장뿐만 아니라 BGF리테일의 주식을 가지고 있는 친인척들이 받아간 배당금을 모두 합치면 89억6642만 원이다. 즉 BGF리테일은 100억 원이 넘는 돈을 홍 회장의 보수와 홍 회장 일가에 대한 배당으로 지급했다. BGF리테일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1015억 원인 것을 감안하면 당기순이익의 10%가 넘는 금액이 오너 일가의 주머니로 들어간 셈이다.
세븐일레븐을 운영하고 있는 코리아세븐은 비상장기업이라 임원의 보수에 대해서는 파악이 안 되고 있다. 다만 지난해 36억2276만 원 규모의 배당을 실시했다. 코리아세븐의 최대주주는 롯데쇼핑으로 롯데그룹 계열사 등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합치면 98.94%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즉 배당금은 대부분 롯데그룹 계열사들에 간 셈이다.
이에 한 편의점 업주는 “배당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해도 오너가 보수를 많이 받아간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화가 난다”며 “말로는 ‘상생’을 외치면서 사실상 본인들 주머니로 다 챙겨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토로했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