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류제성 언론인] 4·13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에서 ‘진박’(眞朴·진실한 친박)-가박(假朴·가짜 친박) 논란이 일어난 건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0일 국무회의에서 “진실한 사람만 선택해 달라”고 발언한 때부터다.
이후 ‘진박’을 자처한 박근혜 정부 내각과 청와대 참모 출신들이 줄지어 대구로 내려갔다. 주로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 가까운 초선 의원들이 있는 선거구에 출사표를 던졌다. 일종의 ‘표적 출마’였다.
하지만 이후 ‘진박’ 예비후보들의 지지율이 현역 의원들을 넘지 못했다. 그러자 그들은 스크럼을 짰다. 하춘수 전 대구은행장(북구갑),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동구갑), 추경호 전 국무조정실장(달성군), 윤두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서구), 곽상도 전 민정수석(중-남구), 이재만 전 동구청장(동구을)은 1월 20일 대구의 한 식당에 모여 선거보폭을 맞추기로 결의했다. 이른바 ‘진박연대’의 출범이다.
그러나 ‘진박연대’는 오히려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 지역발전을 위한 정책은 제시하지 않고 ‘박근혜 마케팅’에만 몰두하는 예비후보들을 유권자들이 탐탁찮게 본 까닭이다. 그러자 하춘수 예비후보는 ‘진박연대’에서 탈퇴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여의도 정치에 복귀한 친박계 좌장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개소식 정치’를 펼치면서 이들을 지원했다. 그럼에도 여론은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진박’ 예비후보들이 기대하는 건 두 가지다.
하나는 박 대통령이 직접 대구에 가서 힘을 실어주거나 간접적인 지원 메시지를 보내주는 일이다. 현 시점에서 대통령이 대구를 방문하면 ‘선거 개입’ 시비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현실성이 떨어진다. 대신 박 대통령이 메시지를 통해 노골적인 지지를 요청하지 않더라도 ‘진박’ 예비후보들에게 ‘박심’(朴心)이 실려 있음을 은연 중 알리는 방법은 있다.
대구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최경환 전 부총리의 활동으로 이제 ‘진박’ 예비후보가 누구인지는 유권자들이 알게 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다시 ‘국회심판’ ‘진실한 사람 선택’ 같은 추상적인 메시지라도 던져준다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하나 방법은 ‘진박’ 예비후보들이 현역 의원들과의 경선을 거치지 않고 전략공천을 받는 길이다. 친박계인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김무성 대표의 반대를 뚫고 공천관리를 책임진 이후 실제로 그런 움직임이 포착된다.
이 위원장은 대구 같은 당 강세 지역의 심사 기준에 대해 “당 지지율에도 훨씬 못 미치면 현역이라도 문제가 있다”고 말해 상대적으로 지지율이 낮은 현역 의원이 우선 컷오프 대상이 될 수도 있음을 내비쳤다. 또 ‘TK도 우선추천지역이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당연하다”고 말했다.
대구지역의 새누리당 지지율은 50~60%에 달한다. ‘진박’ 예비후보가 도전장을 낸 대구의 현역 의원들은 지지율이 20~30%에 머물고 있는 경우가 많다. 다만 인위적으로 현역을 쳐낼 경우 그들이 무소속 연대를 결성해 본선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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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제성 언론인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