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이한구 역할분담 與 총선 파워게임 점화
최경환·이한구 역할분담 與 총선 파워게임 점화
  • 류제성 언론인
  • 입력 2016-02-15 09:43
  • 승인 2016.02.15 09:43
  • 호수 1137
  • 1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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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유승민·MB계 연대로 친박계 돌파
▲ photo@ilyoseoul.co.kr

전략공천 총대 멘 이한구…최경환은 ‘개소식 정치’
김무성-유승민- MB계 연대로 친박계 돌파하기

[일요서울 | 류제성 언론인] 4·13 총선 공천 신청(2월 11일~18일)을 받고 있는 새누리당에서 ‘생존게임’이 시작됐다. 당내 각 계파가 벌이는 공천 전쟁은 그동안 탐색전 수준이었지만 공천관리위원회가 공식 출범한 2월 11일을 전후해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현재 새누리당의 세력 구도는 크게 친박계와 비박계로 나뉜다. 비박계에는 김무성 대표 계열, 유승민 전 원내대표 계열, MB(이명박 전 대통령) 계열이 혼재돼 있다. 전체 157명의 현역 국회의원 가운데 친박계와 비박계로 확연히 구분되는 사람은 각각 50명씩으로 세력균형을 이루고 있다. 나머지는 중간지대에 머물며 눈치를 살피는 모습이다.

친박계는 전쟁이 시작되자 전선을 두 갈래로 분리했다.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는 여의도 정치에 복귀한 직후부터 친박계 좌장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유승민몰이’에 나섰다. 친박계인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김무성 압박’에 착수했다. 김 대표와 유 전 원내대표는 친박계가 ‘공공의 적’으로 인식하는 비박계의 양대 축이다.

최 전 부총리는 유승민계를 고사(枯死) 시키는 역할을 맡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유 전 원내대표를 겨냥해 ‘배신의 정치’를 언급한 이후 대구·경북(TK)에 출사표를 던진 이른바 ‘진박’(眞朴) 예비후보들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최근엔 부산·경남(PK)과 수도권으로 활동 폭을 넓혔다.

유승민계와 ‘진박’의 싸움

당직을 맡고 있지 않아 평의원 신분인 최 전 부총리의 지원 방식은 ‘개소식 정치’다. ‘국회법 개정안 파동’ 당시 유 전 원내대표의 입장에 섰던 대구의 초선 의원 7명을 비롯한 유승민계 현역 의원에 도전장을 내민 ‘진박’ 예비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 인사말을 통해 손을 들어주고 있다.

그동안 추경호 전 국무조정실장(대구 달성),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대구 중-남구), 윤상직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부산 기장),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대구 동구갑), 권혁세 전 금융감독원장(성남 분당갑) 등 박근혜 정부에서 요직을 지낸 예비후보들의 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했다. 이들 지역의 현역 의원은 거의 모두 유 전 원내대표와 가깝다.

‘진박’을 자처하는 다른 예비후보들의 개소식 참석 요청도 잇따르고 있다. 최 전 부총리는 해당 예비후보가 출마하는 지역의 현역이 비박계일 경우 적극 참석해 지지를 호소한다. 같은 당의 동료 의원과 경쟁하는 진박 예비후보 출정식에 나가 손을 들어주는 건 매우 이례적이다. 이 때문에 그가 가는 곳의 예비후보들이 ‘진박’ 인증을 받는 양상이다.

최 전 부총리는 유 전 원내대표를 직접 겨냥하기도 했다. 그는 “(정부가) 경제정책을 펴는데,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며 뒷다리를 잡지 않았느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유 전 원내대표는 지난해 4월 국회 연설에서 박 대통령의 ‘증세 없는 복지’ 공약을 “허구”라고 비판해 청와대의 분노를 산 바 있다.

유 전 원내대표는 자신을 겨냥한 최 전 부총리의 맹폭에 정면대결은 자제하고 청와대를 겨냥해 ‘치고 빠지기’ 전략을 구사 중이다. 그는 “거리에서, 시장에서 주민들의 손을 잡으면서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말의 무거움을 절감하고 있다”며 헌법 1조 2항을 언급했다. 지난해 7월 원내대표직을 사퇴하면서도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천명한 우리 헌법 1조 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라고 말한 바 있다. 마치 박 대통령이 헌법을 지키지 않는다는 뉘앙스였다. 이에 최 전 부총리는 “대한민국 헌법1조는 대한민국에서 확실하게 지켜지고 있다. 헷갈리는 사람이 있어서…”라고 맞받아쳤다.

최 전 부총리의 유승민계 고사 작전은 시작에 불과하다. 특히 유 전 원내대표가 20대 국회에 진출하지 못하도록 막을 때까지 다양한 방법을 동원할 전망이다. 현재 여론조사 결과는 유 전 원내대표가 지역구인 대구 동구을에서 경쟁상대인 이재만 전 동구청장에게 크게 앞서 있는 것으로 나온다. 이대로 경선이 치러지면 유 전 원내대표가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다.

유승민의 생환은 박 대통령에게 큰 부담이 된다. 이 때문에 친박계 핵심에선 유 의원에게 아예 경선 참여 기회를 주지 않는 방법을 검토 중이다. 동구을을 전략공천지역으로 지정해 이 전 청장이나 제3자를 내리꽂는 상황을 가정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유 전 원내대표가 무소속으로 출마해 새누리당 공천자를 꺾고 당선되면 박근혜 정부에 치명상이 되므로 조심스럽다.

따라서 유 전 원내대표에게 경선 기회를 주되, 다른 선거구의 유승민계를 제거하는 작업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유 전 대표가 총선 후 독자세력을 구축하는 일을 차단하기 위한 ‘가지치기’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진박 예비후보들의 지지율이 좀체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아 그냥 경선에 맡기면 유승민계 현역이 유리하다. 이 때문에 친박 핵심부는 전략공천 카드를 활용할 태세다.

친박 핵심 전략공천 고집

총대를 멘 사람이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다. 이 위원장은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새누리당이 상향식 공천을 제도적으로 도입할 때 당헌·당규개정특위 위원장을 지낸 인물이다. 당시 그는 “공천권을 국민들에게 돌려주는 문제에 대해 현실적 방법을 찾아 효과적으로 실시하도록 결론 내렸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 “전략공천을 폐지하겠다. 단 여성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배려공천은 유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은 이후 말이 달라졌다. “성과가 낮거나 인기 없는 현역의원 교체가 필요하다”, “19대 국회에서 능력 부족이 확인된 사람은 상대평가가 아니라 절대평가를 통해 숫자와 관계없이 걸러내야 한다”며 사실상 전략공천 불가피론을 설파하고 있다. 자신이 앞장서 당헌·당규를 고쳤던 상향식 공천에 대해선 “취지는 아주 좋은데 실천할 수 있는 여건이 돼 있느냐 아니냐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이 현역 의원 컷오프와 전략공천이 가능하다고 보는 근거는 당헌·당규에 나와 있는 공천 자격기준, 우선추천지역, 단수추천제 같은 조항이다. 이들 규정은 해석하기에 따라 컷오프나 전략공천이 가능한 것으로 고집할 수 있다.

이에 “내가 있는 한 전략공천은 없다”고 했던 김 대표는 2월 11일 공천관리위원 임명장 수여식에서 이 위원장의 면전에 대고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드린다는 약속을 이행하는 것이 최고의 정치개혁이다. 룰대로 관리를 잘 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과거 전략공천의 칼날을 휘둘렀던 공천심사위원회가 아니라 단순한 공천관리위원회임을 명심하라는 경고였다.

결국 두 갈래로 진행되는 친박계와 비박계의 공천전쟁은 장기적으로 보면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둔 ‘내 사람 심기’ 경쟁이다. 김 대표 입장에선 총선 승리도 중요하지만 20대 국회에서 친박계가 가급적 배제돼야 2017년 대권 가도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

반면, 최 전 부총리는 이번 총선을 오는 7월 실시되는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잡기 위한 발판으로 삼으려 한다. 특히 7월에 출범하는 새 지도부는 차기 대선후보 경선을 관리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됐든, 제3의 인물을 영입하든 ‘김무성 대항마’를 내세우기 위해선 당권 장악이 전제조건이다.

유 전 원내대표는 무조건 살아남아 ‘TK 맹주’로 자리매김해야 미래를 기약할 수 있다. 친박계의 올가미를 뚫고 원내 재진출에 성공한다면 오히려 그가 ‘김무성 대항마’로 떠오를 수 있다. 친박계 입장에서 최악의 구도다.

이 같은 상황에서 세 갈래로 나뉘어 있는 비박계가 연합군을 형성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김 대표는 유 전 원내대표가 박 대통령에게서 내처질 당시 대구 의원들의 모임에 참석해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말한 바 있다. 두 사람이 뭉치면 PK(김무성)와 TK(유승민)가 결합하는 ‘영남연대’가 가능해진다.

또 하나의 비박계 세력인 MB계도 가세할 수 있다. 이재오·정병국 의원을 비롯해 옛 친이계 현역들과 이미 출사표를 던진 MB 정부 청와대 홍보수석 출신 이동관·김두우 예비후보 등이 당선되면 20대 국회에서도 ‘MB계’가 새누리당 세력의 한 축으로 자리잡게 된다.

만일 비박계 세력이 하나로 뭉치면 총선 후 대권-당권 역할분담론이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다. ‘김무성 대권주자-유승민 당 대표’나 ‘김무성 대권주자-이재오 당 대표’ 구도가 상정될 수 있는 셈이다.
ilyo@ilyoseoul.co.kr 

류제성 언론인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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