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영화에서 승부수를 던지던 30대 여배우들이 브라운관으로 복귀한 이후 해당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웬만해서는 깨기 힘들다고 여겨지는 40~50%를 넘나들고 있다. 때문에 여배우들이 나이가 들면 퇴장한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됐을 뿐만 아니라, 싱싱한 젊음을 지닌 신세대들에게 온 몸을 던져 망가지는 연기를 펼치고 있는 30대 배우들의 농익은 ‘연기’는 감히 따라갈 수도 없는 수준이다.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자신들의 색깔을 과감히 보여주고 있는 30대 여배우들의 매력속으로 들어가보자.
‘장밋빛 인생’의 최진실(37)
현재 TV 드라마 부분에서 30대 여배우 열풍의 선두자리를 지키고 있는 주인공은 KBS 드라마 ‘장밋빛 인생’의 히로인 최진실. 90년대 신세대 스타로서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최진실은 야구선수 조성민과 이혼 과정이 적나라하게 공개돼 톱스타로서의 이미지가 바닥까지 추락하는 아픔을 겪었다. 방송에는 앞으로 성공할 수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해냈다. 세련된 신세대 미시족의 이미지를 떨쳐내고, 뽀글뽀글 파마머리에 허름한 티셔츠를 입고 나타나 대한민국 아줌마들이 그러하듯이 시장에서 천원을 깎기 위해 싸움도 불사하는 억척녀로 변신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처음에는 그녀의 변신에 ‘의아함’을 나타냈지만, 횟수가 더해갈수록 최진실의 삶을 향한 처절한 몸부림은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했음에 아무도 이의를 달 사람이 없을 것이다.
‘프라하의 연인’ ‘너는 내 운명’ 전도연(33)
브라운관의 또 다른 30대 스타, 전도연. 그녀만큼 나이를 잊고 사는 배우가 또 있을까. 지난 9월 개봉한 영화 ‘너는 내 운명’에서는 에이즈에 걸린 다방 레지로, 또한 하루 차이를 두고 첫 방송을 탄 SBS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에서는 대통령의 딸로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종횡무진 넘나들며 인기 상종가를 달리고 있다. ‘너는 내 운명’은 300만명(10월 마지막주 기준)이 넘는 관객들이 찾았고, ‘프라하의 연인’ 역시 지난달 31일 30%가 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일으키고 있는 것.올해로 13년째 연기를 하고 있는 전도연은 귀여우면서도 섹시한 매력을 바탕으로 하며, 천의 얼굴을 지녔다는 평을 받을 정도로 천부적인 연기력의 소유자다. 순박한 시골소녀와 섹시한 요부, 청순하고 소박한 여인 등 그의 매력은 그 누구보다도 넓은 ‘연기의 폭’으로 꼽힌다.
‘삼순이 열풍’ 김선아(31)‘파리의 연인’ ‘루루공주’ 김정은(30)
사실 이들보다 앞서 시청자들에게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은 30대 여배우들 중에는 올해 초 50%라는 경이적인 시청률을 남기며 ‘삼순이’ 열풍을 일으켰던 김선아, 지난해 ‘파리의 연인’으로 안방극장의 눈과 귀를 모았던 김정은이 있다. 한국의 ‘브리짓 존스’라는 별명을 얻었던 김선아는 이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체중을 6kg이나 더 늘려가며 연기에 몰두하는 열정을 발휘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또한 ‘파리의 연인’에서 박신양과 로맨틱한 사랑을 보여준 김정은은 솔직하고 털털하며, 유쾌한 모습으로 드라마와 영화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스타다.
‘사랑은 기적이 필요해’의 김원희(34)
최근 30대 여배우 열풍에 단단히 ‘한 몫’ 하고 있는 또 한 명의 배우는 바로 탤런트 ‘김원희’. 5년만에 SBS 드라마 ‘사랑은 기적이 필요해’로 브라운관에 복귀한 김원희는 특유의 코믹함과 유쾌함으로 인기몰이에 나서고 있는 중. 그녀 역시 올 상반기, 가문의 영광 후속편인 영화 ‘가문의 위기’에 출연하면서 코믹멜로 연기의 진수를 보여주며 고정 지지층을 지니고 있는 배우다.
‘오로라 공주’의 엄정화(35)‘소년, 천국에 가다’ 염정아(34)
엄정화가 배우로서 지금처럼 행복한 적이 있었을까.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과 ‘오로라 공주’, 그녀가 출연한 영화 두 편이 충무로에서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기 때문. 그녀의 매력 역시 섹시·발랄·청순함을 오가는 카멜레온 같은 변신이다. 발랄하면서 섹시한 모습으로 출연한 ‘내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과 연쇄 살인마로 변신해 관객들의 가슴을 서늘하게 만든 ‘오로라 공주’는 엄정화의 재발견이라는 평을 받으며 호평을 받고 있다.
‘소년, 천국으로 가다’의 개봉을 앞두고 있는 염정아 역시 최근 스크린에서 높은 주가를 올리고 있는 30대 여배우다. 염정아의 매력 포인트는 능청스러운 자연스러움. 그는 영화 ‘여선생과 여제자’를 통해 망가지는 역할도 서슴없이 해내며, 그동안 멜로에 국한되어 있던 자신의 이미지를 탈피해 호평을 받은바 있으며, 이후 영화 ‘새드무비’와 ‘소년, 천국으로 가다’를 차례로 개봉하면서 충무로에서 그 연기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밖에 ‘대장금’과 ‘친절한 금자씨’열풍을 몰고온 톱스타 이영애(35)역시 빼놓을 수 없는 30대 여배우다. 또한 K2TV ‘슬픔이여 안녕’의 박선영(30)과 오연수(35), MBC 대하사극 ‘신돈’의 김혜리(37), SBS TV ‘들꽃’의 이아현(34), 12월에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태풍’의 주인공 이미연(35) 등이 그들의 찬란했던 20대를 지나 30대에 들어서 농익은 연기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여배우 기근으로 시달리던 충무로에 화색이 돌게 만드는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파 여배우들의 대거 등장이 TV와 극장가를 찾는 시청자나 관객들이 몰리게 만드는 요즘이다.
김민주 kimm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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