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랄 도축 논쟁
할랄 도축 논쟁
  • 박찬호 기자
  • 입력 2016-02-04 11:11
  • 승인 2016.02.04 1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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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도입 ‘할랄 산업’… 끔찍한 동물학대 수반

기절시켜 도축하는 것이 인도적” vs “기절시키는 것 비인도적단칼에 도축 

[일요서울 | 박찬호 기자] 듣기도 부르기도 생소한 할랄이라는 단어가 최근 얼마간 핫 키워드로 부상했다. 2015년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UAE할랄식품관련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부터다. 1000조 원이 넘는 세계 할랄 시장에 본격 합류하게 됐다며 야단법석이다. 정부 역시 할랄 식품시장에 우리 농식품 본격 수출의 계기를 마련했다며 후속 조치 마련에 분주하다.
 
세계 할랄 식품시장은 블루오션으로 주목 받고 있지만 우리 농식품, 특히 축산물 수출은 쉽지 않아 보여 과도한 의욕이 아닌가 우려된다.
 
할랄 식품은 모든 종류의 비육류(야채·과일·곡류와 해산물)와 함께 육류 중에서도 소···사슴··오리가 속한다. 그런데 허용된 육류라도 이슬람법에 따른 도축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할랄식품이 될 수 없다. 도축 작업자는 무슬림이 맡아야 한다. 도축 전에는 성지 방향으로 가축을 놓고, 기도문을 외워야 한다. 무엇보다 산 가축의 목을 단칼에 잘라 동·정맥을 끊고 몸 안의 피를 모두 빼내야 한다. 타격요법으로 가축을 기절시켜 도축하는 관행 도축 방식과 사뭇 다르다. 할랄의 입장에서 보면 우리의 도축방식은 이미 죽은 더러운 고기에 해당한다. 그들의 주장대로 언뜻 상상하면 살아있는 가축을 단칼에 베는 것이 정갈하고, 가축의 고통도 덜할 듯 싶지만 실상은 그리 단순치가 않다.
 
할랄 도축을 중단하라는 동물보호단체의 시위가 113일 열렸다.
 
할랄 도축은 동물이 고통 받지 않도록 단칼에 죽이는 이슬람의 전통 도축법이다. 서양에서는 동물을 도축하기 전에 먼저 기절을 시킨다. “기절하지 않은 상태에서 도축하면, 동물이 극심한 고통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이슬람 주장은 이와 다르다. 이들은 동물을 기절시키는 것은 단순히 움직이지 못하게 마비시키는 행위일 뿐이라며 “(할랄 방식대로) 목을 치면 동물이 곧바로 의식을 잃으면서, 지체 없이 숨지게 된다고 주장했다. “목을 치는 것이 오히려 더 인도적이란 주장이다.
 
이슬람 교도는 돼지고기를 제외한 염소, , 소고기 등의 육류를 먹을 수 있다. 율법에 맞게 마련된 이슬람 음식을 할랄 푸드라고 한다. 이들 육류를 조리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도축을 해야 한다. 그런데 이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제기됐다.
 
할랄, 의식 있는 상태서
공포 겪는 비인간적 도축
 
국내 동물보호단체 케어(CARE)’ 회원 7명은 113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비인도적 할랄 도축장 건설 계획을 중단하라며 시위를 벌였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할랄 도축장 설립과 관련해서다. 농림축산 식품부는 올해 할랄 도축장 사업55억 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다음 달까지 관련 사업자를 뽑기 위한 공고를 낼 예정이다.
 
동물보호단체 케어는 할랄 도축은 동물이 살아있는 상태에서 죽이는 것이라며 이는 동물보호법에 위배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동물보호법 10조에는 도살 과정에서 동물에게 불필요한 고통이나 공포, 스트레스를 주어서는 안된다면서 반드시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다음 도살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고 돼 있다.
 
이들의 주장처럼 이슬람에선 정말 동물을 산 채로 죽일까.
 
할랄 도축은 정해진 규율에 따라 행해진다. 이를 자비하(zabiha)’라고 한다. 자비하를 어기고 도축된 고기는 하람(haram)’으로 분류돼 먹지 않는다. 하람은 이슬람어로 금지된 것을 뜻하는 말. 자연사한 고기도 여기에 해당한다. 따라서 자연사한 동물 육류는 먹을 수 없다.
 
자비하를 위해선 먼저 동물의 머리를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의 신전을 향해 눕힌 뒤 비스밀라(Bismillah·‘신의 이름으로’)”라고 외치고 동물이 고통받지 않도록 단칼에 죽여야 한다.
 
이 작업은 매우 까다롭다고 알려져 있다. 날이 선 칼로 목을 쳐서, 호흡기와 정맥을 단번에 끊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동물이 고통을 받지 않는다고 한다.
 
이 부분에서 논란이 제기됐다. “고통 없이 도축하는 게 자비하의 원래 목적인데, 이때 척수를 그대로 두기 때문에 동물이 의식을 잃기 전까지 고통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척수는 몸 전체의 감각을 담당하는 기관. 이 때문에 동물이 도축되기 전에 의식을 갖고 있는지 아닌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척수 건드리면 안돼
 
영국 과학잡지 뉴 사이언티스트대부분의 서양 국가에선 동물들을 도축하기 전에 기절시키는 작업을 거친다200910월 보도했다. 그런데 BBC20143할랄 음식과 관련된 원칙을 감시하는 비영리기구 HFA에 따르면, 이슬람에선 도축을 위해 동물을 기절시킬 수 없다고 다르게 보도했다.
 
논란이 일자 영국 무슬림협회(MCB) 사무총장 슈자 사피는 20143월 가디언에 서양에서는 도축 전에 기절을 시키는데, 이 방식은 오로지 동물을 움직이지 못하게 마비시키는 행위일 뿐이라며 이와 달리 (자비하를 포함한) 이슬람의 종교적 도축은 인도적이라고 주장했다. 영국 매체 더 위크는 지난해 2이슬람 교도들을 인용해 “(자비하 방법대로) 목을 치면 동물이 의식을 잃으면서, 지체 없이 곧바로 죽게 된다고 전했다.
 
영국 동물보호협회 RSPCA기절하지 않은 상태에서 동물을 죽이면, 극심한 고통을 느끼게 된다고 주장했다. 협회에 따르면 소의 경우 목이 잘렸을 때 의식을 잃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22~40. 영국 농장동물복지위원회(FAWC)의 크로스토퍼 와치스 박사는 기절 없이 도축을 당했을 때 동물이 고통을 느낀다는 증거는 많이 있다고 말했다.
 
동물단체 케어는 할랄식품 시장 개척이라는 명분은 정부가 오직 경제적 논리만으로 정책을 개발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라면서, “무역증진과 이윤추구만이 선진국이 아니다. 할랄은 비인도적인 도축방식이며 이를 비난하는 전 세계 여론에 귀를 기울이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chanho227@ilyoseoul.co.kr
 

박찬호 기자 chanho22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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