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세대 新중매시장…"스마트폰에서 이상형 고른다"
2030세대 新중매시장…"스마트폰에서 이상형 고른다"
  • 장휘경 기자
  • 입력 2016-02-04 10:11
  • 승인 2016.02.04 10:11
  • 호수 1136
  • 2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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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장휘경 기자] 젊은 세대에게 전통적인 중매는 이제 사어(死語)나 다름없다. 결혼 상대를 결정하는 주체가 당사자가 아니라 부모였던 1960년대까지만 해도 결혼 상대의 얼굴을 보지도 않고 혼인한 경우도 있었다. 결혼을 당사자 간의 결합이라기보다는 가족의 결합으로 여겼던 인식 탓이다. 아직까지도 중국은 부모가 짝을 찾아주는 경우가 많으나 우리나라는 최근 모바일 중매시장이 성행하게 되면서 당사자 간의 결정으로 결혼이 이뤄지는 예가 많아졌다.

 
주말에 중국 상하이(上海)의 한 공원에 가면 벽에 길게 늘어선 각종 광고지를 볼 수 있다. 언뜻 보면 벼룩시장 같다는 생각이 들겠지만, 이는 중국의 부모들이 자녀의 배우자를 찾기 위해 걸어놓은 정보지.
 
매년 합산하면 100만 명 이상의 부모들이 주말마다 상하이 인민공원에 몰려들어 자녀의 학력, 직업, 연봉, 성격 등 개인에 대한 모든 정보를 걸어놓는다. 한 마디로 중매시장이 서는 것.
 
중국은 남성이 여성보다 3000만 명 정도 많다. 그러나 상하이 중매시장에 나온 매물은 딸이 더 많다.
 
딸과 맺어줄 사위 찾기에 혈안이 된 부모들이 며느리를 찾는 사람들보다 더 많아서다. 이곳에서도 화이트칼라 직종이 인기가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위 찾는 이들에게 인기 키워드는 부유’ ‘풍부’ ‘거침없는’ ‘책임감이 뛰어난등이다. 반대로 며느릿감 찾는 이들의 관심 키워드는 예쁜’ ‘귀여운’ ‘참한’ ‘예쁘장한’ ‘조용한’ ‘얌전한등이다.
 
중매시장은 오전 9시쯤 시작해 오후 5시쯤 끝나는데 자녀 몰래 중매 시장에 와서 며느리나 사위를 찾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인기 중매시장은 어떤 식으로 형성돼 있을까?
 
중매혼이 부모나 친척이 소개하는 방식에서 전문 중매인으로 무게 중심을 옮겨간 것은 1960년대 후반 상류층 결혼에 소위 마담 뚜가 등장하면서부터다. 하지만 산업화, 도시화를 겪으면서 점차 부모의 목소리보다 결혼 당사자의 의사 결정력이 커졌다.
 
1970년 이후에는 결정은 본인이 하되 부모의 동의를 전제로 하는 절충적인 결혼이 늘어났다. 그러다가 1980년대부터 중매는 결혼의 한 형식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소개팅 정도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부모의 판단은 절대적인 힘을 발휘하기보다 결혼 당사자에게 확신을 주거나 의사결정을 미루게 하는 정도로만 반영되곤 했다.
 
이런 상황에서 80년대 중반 결혼정보회사가 태동했다. 한국적인 중매의 전통에 정보기술(IT)을 결합한 형태이자 중매 결혼과 연애 결혼을 절충한 성격으로 결혼 적령기 세대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1990년대 중반 들어 해마다 두 배 가까이 매출이 늘 정도로 폭발적으로 성장했지만 지금은 주춤한 상태다.
 
각종 소비자 관련기관에 맞선 상대자의 직업을 속였다’ ‘가입만 시켜놓고 연락을 끊었다’ ‘업체가 갑자기 문을 닫았다’ ‘환불을 안 해주고 버틴다등의 결혼정보회사에 대한 원성이 들끓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에는 결혼정보업체 회원 출신(?)들이 차라리 우리끼리 만나서 좋은 인연을 맺어보자며 개설한 커뮤니티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
 
이에 따라 O2O(Oline to Offline·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연계) 산업이 빠르게 발전하며 남녀의 접촉 장소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확장되고 있다. 더불어 가입자의 신상을 검증하고 서로의 이상형에 가까운 이들을 매칭하는 소셜데이팅' 서비스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그래픽 디자이너 박모(27)씨는 처음 소셜데이팅 서비스를 접했을 땐 과연 믿을 만한 사람을 만날 수 있을지, 내 신상 정보만 인터넷에 떠돌게 되는 건 아닌지 의심스러웠는데 가입 후 일주일 정도 지켜보다가 남성 회원들의 진중한 메시지를 확인하면서 자연스럽게 이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소셜데이팅 서비스의 알고리즘은 회원의 프로필, 가치관, 취미, 성격 등을 종합해 적합한 상대를 추천한다.
따라서 가입할 때 자신의 신상 정보에 대해 일정 분량 이상을 자세하게 기재해야 하며 실제 자신의 모습이 나온 사진도 두 장 이상 공개해야 한다.
 
서로의 프로필을 접한 남녀 회원은 모두 'OK'를 눌러야만 휴대전화 번호 등 추가 정보가 공개되거나 대화창이 열린다. 실명은 공개되지 않지만 낯선 이에게 자신의 신상과 직결되는 휴대전화 번호가 공개되므로 신중할 수밖에 없다.
 
지인의 소개로 소셜데이팅 서비스를 이용하게 됐다는 대기업 사원 윤모(30)씨는 몇 년 전부터 부모님이 결혼정보회사에 가입하라고 권유하셨는데, 수백만 원을 들이지 않고도 어느 정도 조건이 갖춰진 상대방을 매칭받는 소셜데이팅 서비스가 훨씬 낫다고 털어놨다.
 
신원 인증 절차가 꽤 까다로운 소셜데이팅 서비스업체를 이용한 안모(26)씨는 소셜데이팅 서비스 가입자 중 소위 가벼운 만남을 원하는 속물들도 상당수 있는 게 사실이지만, 진지한 태도로 임하면 좋은 상대도 많다이 서비스에 대해 편견을 갖고 있던 친구도 이용해보더니 흔쾌히 새로운 데이트 문화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국내 최초의 소셜데이팅 서비스 '이음'의 관계자는 "이음을 통해 결혼까지 하게 된 커플 수를 정확히 집계할 수는 없지만, 배우자를 찾아줘 감사하다고 연락하는 회원들이 끊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회원의 가입 자격에 학벌, 직장 등 제한 자격을 둔 스카이피플'에서도 올해 들어서만 세 쌍 이상의 예비부부가 탄생했다. 이들은 결혼을 결심해 탈퇴를 결정하게 됐다며 회사에 직접 감사의 인사를 보냈다.
 
이같은 현상은 소셜데이팅 서비스를 통한 결혼을 염두에 두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프리미엄 소셜데이팅 서비스 아임에잇'의 관계자는 직장의 명함 등을 인증해야 가입이 되므로 아무래도 진지한 만남을 선호하는 회원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고 밝혔다.
 
국회입법조사처 자료에 따르면 국내 소셜데이팅 업체는 120여 개에 달하며 시장 규모는 최대 5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대표적인 업체 이음이 처음으로 모바일 데이팅 앱 서비스를 선보인 게 불과 5년 전이지만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글로벌 업체들도 한국 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2012년 등장해 미국의 대표적인 소셜데이팅 업체로 성장한 틴더가 한국 진출 6개월을 맞은 데 이어 독일의 스포티드, 프랑스의 해픈 등 글로벌 소셜데이팅 업체들이 줄줄이 한국 시장 본격 공략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이비스월드는 미국 소셜데이팅 시장 규모가 24억 달러(28,3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망했다. 모바일 큐피드 시대가 도래하는 분위기다.
 
hwikj@ilyoseoul.co.kr

장휘경 기자 hwik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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