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이 알려주는 몰라서 못쓰는 정부정책
[일요서울]이 알려주는 몰라서 못쓰는 정부정책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6-02-04 10:08
  • 승인 2016.02.04 10:08
  • 호수 1136
  • 38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돈 없어도 병원간다’ ‘경차 사면 유류세 환급’…무슨 말?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제도시행 십수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홍보부족으로 알려지지 않는 것들이 많다. 그야말로 몰라서 못쓰는 제도들이다. 대표적인 것이 ‘응급의료비 대불제도’다.

또한 ‘경차 유류세 환급’제도도 마찬가지다. 이 제도는 10명 중 2명만 알고 있다고 한다. 이외에도 긴급복지지원제도 등이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유명무실화 되고 있다. [일요서울]이 그 내용을 알아본다.

홍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문제’
악용하는 사례 많아…보완책 더 필요

시행 25년째인 ‘응급의료비용 미수금 대지급제도’가 홍보 미흡 등으로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응급의료비용 미수금 대지급제도’(이하 대불제도)는 의료기관에서 응급 환자에게 진료를 우선 실시한 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이 해당 의료기관에 진료비를 대신 지급, 차후 환자에게 상환 받는 제도로 갑작스럽게 응급실을 이용한 환자가 돈이 없어도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지난 1995년 도입됐다.

▲ <뉴시스>
이는 촌각을 다투는 응급 환자가 당장 돈이 없어 진료를 받지 못하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생긴 것이다. 
대불제도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법률이 정한 응급 상황에 해당하면, 동네 병원 응급실부터 대학병원 급 의료기관까지 이용할 수 있다.
대불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 응급 증상에는 급성의식장애·호흡곤란, 급성복통, 광범위 화상, 급성 시력손실, 소아경련성 장애 등이다

신청 방법도 간단하다. 응급실 창구 직원에게 환자의 신분을 알려주고 “응급 의료비 대불제도를 이용하겠다”고 말하고 병원에 준비된 응급진료비 미납 확인서를 작성하면 된다.
만약 병원이 거부할 경우 건강 보험 심사 평가원의료급여 관리부(02-705-6119)나 건강 세상 네트워크(02-2269-1901~5)로 연락해 도움을 청하면 담당자가 병원에 진료를 받아들이도록 조치해준다.

진료비는 최장 12개월 분할 납부할 수 있는데, 국가가 지원하기 때문에 이자는 따로 없다.
환자 또는 대납 의무자가 비용을 상환하지 않으면 심평원이 재산 상황 등을 파악해상환 소송을 제기한다
건강 보험심사평가원 관계자는 “국가가 대납한 진료비 청구서는 퇴원 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환자 본인의 주소지로 보낸다”며 “본인이 지급 능력이 없으면 배우자 , 부모 , 자녀 등 상환 의무자에게 청구서를 발송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국민의 인지도는 낮다. 실제 중앙응급센터 ‘2014년 대국민 응급의료서비스 인지도 및 만족도 보고서’ 결과를 보면 응급의료비용 대불 제도에 대한 시민들 인지도가 고작 20.9%밖에 안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2010년에 9.8%에 비하면 대폭 상승한 수치지만 시행한 지 25년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20.9%밖에 인지를 못한다는 것은 문제로 제기된다.

몰라서 못 쓰는 제도라는 빈축을 사는 이유다. 일부 병원 실무 담당자가 이 제도를 잘 몰라 우왕좌왕 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일부 병원에서는 대상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무분별하게 신청하고 보는 ‘묻지마’ 신청을 꺼려해 홍보를 하지 않는다. 만취자들을 비롯한 일부 환자들의 악용을 방지하기 위해 따로 안내를 하지 않는다는 게 해당 병원 관계자의 공통된 설명이다.

누굴 위한 제도?

일반인에게 제대로 홍보가 이루어지지 않는 제도는 또 있다. ‘경차 유류세 환급 제도’다. MB정부 출범때인 2008년 만들어진 제도이며 한시적으로 도입한 제도로 2년마다 갱신해 운영하고 있다.

유류세 환급 대상은 배기량 1000cc 미만, 길이 3.6m, 너비 1.6m, 높이 2.0m 이하인 자동차 소유주다. 단 가구당 경형 승용차 또는 승합차 각각 합계가 1대인 경우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환급액은 연간 10만 원으로, 휘발유·경차는 ℓ당 250원의 교통·에너지·환경세를, LPG 부탄은 ℓ당 275원의 개별소비세를 환급해준다. 휘발유 또는 경유는 연간 400ℓ를 지원받는 셈이다. 단 장애인과 국가유공자는 환급대상에서 제외된다.

환급 방법은 간단하다. 신한카드 경차 환급용 유류구매카드(경차사랑 유류구매전용카드)를 발급받아 주유할 때 해당 카드로 결제하면 된다. 신용카드는 청구금액에서 ℓ당 환급액이 차감돼 청구되고, 체크카드는 통장 인출금액에서 ℓ당 환급액을 차감하고 인출한다.

유류구매카드 발급 절차는 차량등록증과 신분증 사본만 있으면 신한카드 누리집(www.shinhancard.com)이나 전화(080-800-0001) 또는 직접 방문해 신청할 수 있다.
문제는 이 제도 역시 제대로 홍보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경차유류세환급제도는 애시당초 중대형차와의 형평성 문제로 한시적인 제도로 2년만 운영 후 2010년 폐지된다고 했으나 폐지당해의 12월 말에 2년 연장을 발표했고 2014년 또 다시 연장이 발표됐다. 

지난해 5월 기준 경차 등록대수는 168만 대이며, 환급 대상자는 65만여 명이다. 이 중 혜택을 본 사람은 20%에 해당하는 13만 명에 불과했다. 이에 국세청은 혜택을 못 받은 52만 명 전원에게 유류세 환급 혜택 안내문을 발송했지만 늑장 대처라는 지적은 피할 수 없다.

이 제도가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는 것도 문제다. 현재 경차 유류세 환급제도는 2년마다 연장하고 있지만 종료 시점 때마다 폐지설이 제기돼 2016년 이후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따라서 안내문 발송으로 대상자가 제도를 알게 된다 하더라도 혜택은 올해가 마지막일 수 있다.

경차 구입 때 안내 부족 문제도 제기됐다. 지난해 경차를 구입한 다수의 사람들이 유류세 혜택과 관련해 어떤 설명도 듣지 못했다는 하소연을 유명포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외에도 긴급복지지원제도 등도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제도는 갑작스러운 위기상황으로 생계유지가 어려운 저소득가구에게 주는 혜택이다. 주소득자의 사망, 가출, 행방불명, 구금시설 수용 등으로 소득이 없거나 가족으로부터 방임 또는 버려지거나 학대 등을 당한 경우, 화재등으로 거주하는 주택 또는 건물에서 생활하기 곤란한 경우, 이혼 주소득자의 휴업, 폐업, 실직으로 생계가 곤란한 경우 등이 속한다.

이에 따라 정부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는 누리꾼도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지며 제도 홍보에 대한 필요성이 재차 강조되고 있다.
한 누리꾼은 “홍보 안 되는 제도일지라도 관심있게 찾아보고 받아먹을 건 정당하게 받아먹을 수 있는 현명한 국민이 되어야 겠다”며 정부 불신을 표출했다.

이어 “대불제도, 유류세 환급제도, 긴급복지지원제도 등이 ‘아는 사람만 이용할 수 있는’ 제도로 전락, 도입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어 홍보 강화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