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류제성 언론인] 더불어민주당이 ‘정윤회 문건’ 유출로 검찰에 기소됐다가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상태인 조응천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을 영입했다. 문재인 전 대표가 조 전 비서관이 운영하는 홍대앞 횟집을 수차례 찾아 설득한 결과라고 한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하다가 여러 의혹에 휩싸여 사직한 인물을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지도 않은 시점에 야당이 입당시킨 일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더민주당 입장에서 ‘조응천 영입’은 약일까, 독일까.
여권에선 당연히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청와대는 “불순한 의도를 가진 영입”이란 반응을 보였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막장 패륜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라고 했다.
야권에서도 현 정부 청와대 참모 출신을 총선에 활용하기 위해 끌어들인 건 정치도의에 어긋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들의 비판적인 시각 때문에 ‘독’이 될 것이란 견해다.
하지만 더민주에선 조응천 카드를 4월 총선은 물론, 2017년 대선에서도 유효적절하게 써먹을 수 있는 보약이 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문 전 대표가 일개 청와대 비서관 출신을 삼고초려한 이유가 된다.
조 전 비서관은 공안통 검사 출신으로, 국정원장 특보 등을 거쳐 청와대 민정라인의 핵심에서 근무했다. 당연히 그에겐 여권 내부를 깊숙이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일종의 ‘X파일’을 들고 야당으로 건너간 셈이다.
당장 수면 밑으로 잠복한 상태인 정윤회씨를 비롯한 박근혜 정부 장외 실세들의 국정농단 의혹이 다시 쟁점으로 부상할 수 있다. 새누리당이 조 전 비서관을 영입한 더민주를 향해 “최악의 인재영입 케이스다. 초조하고 다급한 모양”이라고 비판했지만 실제로 초조하고 다급한 쪽은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조 전 비서관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업무상 취득했던 정보들을 선거에 활용할지도 모른다는 지적에 대해 “청와대를 향해서 무슨 얘기를 하려고 입당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른바 청와대의 문고리 3인방이 실세냐’는 질문에 “있다면 나중에 밝혀질 것이고, 없다면 그냥 없는 것으로 되지 않겠느냐”고 말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
조 전 비서관이 마음먹기에 따라 그의 입에서 메가톤급 파장을 일으킬 이슈들이 쏟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업무상 취득한 정보를 누설하는 건 위법 행위이므로 당 지도부에 슬쩍 흘리는 방식으로 쟁점화 시킬 수도 있다.
청와대 한 참모가 조 전 비서관의 야당행을 비판하면서 “처음부터 불순한 의도로 문건 유출 사건에 개입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한 말은 그런 파장을 우려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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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제성 언론인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