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 김효주 시즌 첫 우승…올림픽출전권에 활시위 당기다
LPGA 김효주 시즌 첫 우승…올림픽출전권에 활시위 당기다
  • 김종현 기자
  • 입력 2016-02-04 10:03
  • 승인 2016.02.04 10:03
  • 호수 1136
  • 5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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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효주 선수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지난 시즌 美 LPGA 투어 우승의 절반가량을 거둬들인 한국선수들이 올 시즌도 개막전부터 거센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1승을 추가하며 루키 시즌을 끝낸 김효주(21·롯데)가 바하마 클래식 우승을 거머쥐며 정상을 향한 선전포고에 나선 가운데 특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골프에 출전하기 위한 출전권을 놓고 박빙의 대결이 예상돼 귀추가 주목된다.

 112년 만에 정식 종목된 골프, 첫 금메달 놓고 전 세계 골퍼들 각축전
 최종엔트리까지 도망자와 추격자의 공방전…한 두 경기에 희비 엇갈려

김효주는 지난 1일(한국시간) 바하마 파라다이스의 오션클럽 골프코스(파73·6625야드)에서 열린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개막전인 퓨어실크 바하마 클래식에서 최종합계 18언더파 274타를 기록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대회 마지막날 4라운드에서 공동 선두에 1타 뒤진 공동 3위로 출발한 김효주는 전반에 버디 4개를 골라내며 우승 경쟁을 이어갔고 17번 홀(파3)에서 우승에 쐐기를 박는 결정타를 날려 버디 8개, 보기 1개로 7언더파 66타를 기록하며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김효주는 우승 상금 21만 달러와 함께 LPGA 통산 3승을 기록했다. 그는 LPGA투어 데뷔 전인 2014년 메이저대회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지난해 미국 무대를 밟았고 같은 해 3월 파운더스컵에서 우승한 바 있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 김효주는 나흘동안 높은 샷 정확도(파4·파5홀 티샷 92.86%, 어프로치샷 75%)를 보였고 그린 플레이(라운드당 퍼트수 26.75개)도 흠잡을 데 없을 정도로 최고의 경기감각을 선보였다.

그는 4라운드 후 가진 인터뷰에서 “톱10이 목표였지만 우승까지 차지해 기쁘다. 2타차로 앞섰지만 다른 선수(루이스)가 2온을 할 수 있는 18번 홀에 있어서 긴장했다”며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이 같은 김효주의 돌풍에 골프계가 술렁이고 있다. 당초 이번 대회 우승 후보로는 2위를 차지한 스테이시 루이스(31·미국)가 유력했다.

세계랭킹 1위인 리디아 고(19·뉴질랜드)가 결장했고 2위인 박인비(28·KB금융그룹)도 1라운드에서 허리 통증으로 기권하면서 루이스의 우승 확률이 올라갔다.

또 그는 4라운드에서 우승 투지를 다지며 5타를 줄이는 등 김효주를 맹추격했다. 하지만 최종합계 16언더파 276타로 만년 2위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하면서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지난 시즌 한국선수의 최대 피해자로 꼽히는 루이스는 2014년 아칸소 챔피언십 우승 이후 번번이 한국선수들의 선전에 막혀 아홉 차례나 2위에 머물러야 했다.

▲ 김세영 선수
이외에도 지난해 이 대회 우승자인 김세영(23·미래에셋)은 9번홀(파4)에서 나온 더블 보기에 발목이 잡혀 루이스, 안나 노르드크비스트와 함께 공동 2위에 머물렀다.

또 이일희(28·볼빅)는 합계 15언더파 277타로 공동 5위, 곽민서(25·JDK멀티스포츠)는 14언더파 278타로 공동 8위를 기록했다. 전날 파4홀에서 티샷을 홀에 넣어 LPGA투어 사상 최초로 ‘홀인원 겸 알바트로스’를 기록한 장하나(24·비씨카드)는 13언더파 279타로 공동 11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류 열풍에
올림픽출전권 급부상

이로써 김효주는 시즌 시작을 우승으로 장식하며 세계랭킹 10위에서 7위로 껑충 뛰어오르게 됐다. 또 올림픽 출전권 획득에 청신호를 켜게 되면서 출전권 전쟁의 불씨를 당겼다.

112년 만에 2016 리우 올림픽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골프는 한 국가 당 최대 2명까지 출전할 수 있다.

단 세계랭킹 15위 이내 선수가 다수 포진한 국가는 최대 4명까지 참가할 수 있다. 이에 세계랭킹 15위 내에 무려 8명이나 랭크해 있는 한국여자골프의 경우 4장의 출전권을 놓고 각축전이 예상된다.

김효주 역시 지난 시즌 성적으로는 출전권 확보가 미지수였지만 시즌 첫 대회부터의 우승으로 기선제압에 나서면서 유리한 위치에 올랐다.

▲ 박인비 선수
현재 한국여자골퍼들의 세계랭킹을 따져보면 박인비가 2위, 김세영이 5위, 유소연이 6위고 김효주가 그 다음으로 올림픽 출전권역에 들어섰다. 김효주 역시 경기 후 “8월 올림픽 전까지 3승이 목표다. 이제 2승 남았다”고 각오를 전해 올림픽 출전 의지를 굳건히 했다.

하지만 현재 랭킹으로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양희영(27·PNS)이 랭킹 9위에, 전인지(22·하이트진로)가 10위를 달리고 있다. 랭킹 5위부터 10위까지 평점차는 겨우 0.79에 불과해 한 대회 우승만으로도 순위가 뒤바뀔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메이저 대회의 경우 포인트가 일반 대회의 두 배가 주어져 최종 엔트리가 확정되는 오는 7월 11일까지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게 관계자들의 판단이다.

이 때문에 골프팬들은 올림픽 메달 획득보다 어렵다는 한국 선수들의 올림픽 출전 경쟁이 이번 시즌의 또다른 볼거리가 될 것으로 보여 누가 최후의 4인에 이름을 올릴지를 두고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메달보다 어렵다는
출전권 주인공은

▲ 장하나, 유소연 선수(왼쪽부터)
더욱이 지난 시즌 신인왕을 놓친 김효주와 장하나는 올림픽 출전으로 아쉬움을 달랜다는 각오다. 또 올 시즌 LPGA 무대에 데뷔하는 전인지도 전세역전을 노리고 있어 박인비 정도를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안심할 수 없게 됐다.

랭킹 5위 김세영은 지난 3일 미국 골프채널과의 인터뷰에서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하는 것보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이 값지다. 왜냐하면 금메달은 최초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LPGA투어로 진출한 이유도 올림픽 출전 때문이었다”고 말할 정도다.

한국 선수 중에선 9번째 순위에 머무르고 있는 최나연도 올림픽 출전에 대한 의지를 나타냈다. 그는 “많은 한국인들이 리우 올림픽 여자 골프에서 금메달을 기대하고 있다”면서 “한 발 더 나아가 누가 금메달을 딸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많다. 이로 인해 선수들이 느끼는 압박감이 대단하다”고 고충을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시즌 첫 경기를 김효주가 우승하면서 골프팬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리우 올림픽을 앞두고 느낌이 좋다”, “올해 한국 선수들이 투어와 올림픽을 모두 정복할 예감” 등의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 최근 유행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등장한 ‘어남류(어차피 남편은 류준열)’, ‘어남택(어차피 남편은 최택’을 응용해 ‘어금한(어차피 금메달은 한국)’이라는 표현이 등장할 정도다.

남자부 티켓 2장에
후발 추격 거세

출전권을 놓고 벌어지는 경쟁은 남자골프도 마찬가지다.

세계랭킹 15위 안에 드는 선수가 없는 한국 남자골프는 이번 리우 올림픽에 2명의 선수가 출전할 수 있다.

지난해 말까지는 안병훈(25·CJ그룹)과 김경태(30·신한금융그룹)가 유력했다. 지난 2일 세계랭킹에 따르면 안병훈은 27위에 이름을 올렸고 김경태는 66위를 차지해 한국 남자 선수 가운데 1, 2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새해 들어 후발주자들이 추격에 불을 붙이면서 판세가 달라지고 있다. 우선 송영한(25·신한금융그룹)은 지난 1일 끝난 아시아 투어 싱가포르 오픈에서 세계랭킹 1위 조던 스피스(23·미국)를 따돌리고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해 랭킹이 204위에서 113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 송영한 선수
대회 개막을 앞두고 송영한의 우승을 점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스피스와 함께 유러피언 투어 신인상을 차지한 안병훈과 지난해 일본에서 5개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일본투어 상금왕을 획득한 김경태까지 쟁쟁한 실력자들이 즐비했다.

하지만 그는 4라운드에서 1타를 줄이면서 합계 12언더파를 기록해 세계 1위 스피스를 1타차로 물리치고 정상에 올랐다.

특히 전날 낙뢰로 마지막 홀 1.5m거리의 버디퍼트를 남겨두고 경기를 중단했던 스피스는 “내일 다시 나와서 우승하겠다”고 말했고 1일 아침 이 퍼트를 무난하게 성공시키면서 송영한을 압박했다.

송영한 역시 전날 16번 홀에서 3.5m 정도의 퍼트를 남겨둔 상태에서 이를 실패한다면 스피스와 동타가 될 수 있는 고비였지만 무사히 넘기면서 승기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그 퍼트를 남겨놓고 잠을 자려고 하니 병에 걸릴 것 같았다”고 고충을 토로하면서도 “오르막 3.5m 거리의 파 퍼트였는데 잔디가 역결이어서 긴장했다. ‘에라 모르겠다. 운에 맡기자’는 심정으로 퍼트를 했는데 다행히 성공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처럼 2011년 프로 데뷔이후 한 차례도 우승하지 못했던 송영한이 뒷심을 발휘하며 세계정상을 꺾는 이변을 연출하면서 다시금 올림픽 출전권 쟁탈전에 합류했다.

올림픽 한국 남자 골프 대표팀 코치로 선입된 베테랑 최경주(46·SK텔레콤) 역시 2일 막을 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137위로 도약했다.

또 김시우(21·CJ오쇼핑)도 올 들어 PGA 투어에서 2개 대회 연속 톱 10에 들며 세계랭킹 171위에 이름을 올리며 출전권을 놓고 팽팽한 접전이 예상된다.

더욱이 한국 선수 중 상위권에 자리한 선수들 모두 우승 한두 번이면 얼마든지 순위가 뒤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최후의 승자가 누가 될지 아무도 예측하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코치 된 전설들
제 2의 전쟁 예고

▲ 최경주 선수
이와 더불어 최근 2년간 성적을 토대로 점수를 매기는 세계랭킹 산정 방식에 따르면 상위 랭커들은 잃을 점수가 많고 하위 랭커들은 획득할 점수가 많기 때문에 추격하는 선수들 입장에서는 올림픽까지 남은 대회에서 좋은 성적만 낸다면 충분히 리우행 티켓을 손에 넣을 수 있다는 기대를 품고 있다.

한편 리우 올림픽을 앞두고 대한골프협회는 최경주와 박세리를 남녀 골프대표팀 감독을 내정하고 금메달 사냥을 위한 최정예부대 구성을 위한 준비작업에 착수했다.

남자대표팀을 이끌 최경주는 1999년 한국인 최초로 PGA 투어에 진출해 통산 8승을 챙겼다. 또 지난해 열린 프레지던트컵에서 인터내셔널팀의 부단장을 맡아 지도력을 발휘했다.

여자대표팀 사령탑을 맡을 박세리는 1998년 LPGA에 진출, 통산 25승을 거둬 2007년에는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는 등 한국여자골프의 전설로 평가된다.

또 일명 세리키즈들로 불리는 수많은 골프 스타들이 전 세계를 호령하고 있어 리우 올림픽에서 선보일 이들의 합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와 함께 이번 리우 올림픽에는 전설과도 같은 역대 골프스타들도 코치진으로 대거 합류할 것으로 보여 코치진들의 머리싸움에 골프팬들의 관심이 뜨겁다.

우선 잭 니클라우스, 아놀드 파머와 함께 ‘골프 레전드 빅3로 불리는 개리 플레이어가 남아프리카공화국 수석코치로 합류해 루이스 우스투이젠, 찰 슈워젤 등 메이저 대회 챔피언들을 앞세워 남자부 금메달에 도전한다.

일본은 마루야마 시케키(PGA 통산 3승)를, 남녀 동반 우승을 노리는 호주는 이안 베이커(PGA 통산 2승)를 대표팀 코치로 임명했다.

todida@ilyoseoul.co.kr

<사진=뉴시스>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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