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설연휴 미팅여행 성차별 논란
쿠팡 설연휴 미팅여행 성차별 논란
  • 강휘호 기자
  • 입력 2016-02-04 09:57
  • 승인 2016.02.04 09:57
  • 호수 1136
  • 35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남성은 4만9900원, 여성은 2만9900원 “남성 고객들은 호구?”

소셜커머스업체 쿠팡이 설연휴 남녀 간 단체미팅 상품을 내놓았다가 소비자들로부터 엄청난 질타를 받고, 판매를 종료하는 일이 발생했다. 당초 쿠팡이 계획한 것은 설 연휴 남이섬 여행이라는 제목의 여행 상품인데, 가격 책정이 문제가 되자 상품 판매 자체를 취소했다. 쿠팡은 해당 상품을 구입할 때 남성은 4만9900원, 여성은 2만9900원을 지불하도록 했다. 그런데 문제는 여행 상품 구성 중 돈을 더 낸 남성과 돈을 적게 낸 여성의 차이는 전혀 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를 접한 소비자들 대다수는 “왜 남성만 2만 원을 더 받는 것이냐, 남성 고객은 호구냐?” 등의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나이트클럽 식 가격 책정…뿔난 소비자들
쿠팡 측 “여성 참가자 모으려다 실수했다”

소셜커머스 쿠팡은 ‘설특집 솔로탈출 버스여행’이라는 주제로 여행상품 판매를 시작했다가, 지난달 28일 돌연 판매를 중단했다. 남녀 여행권 가격이 다르다는 이유로 항의가 빗발쳤기 때문이다.

논란이 된 상품은 당초 미혼 남녀 각각 20명씩 설 연휴기간 중 하루인 오는 2월 9일 강원도 춘천의 남이섬을 여행하면서 애인을 찾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남이섬에서 다양한 이벤트를 하고, 인근 경기도 가평에 위치한 아침고요수목원에서 야경도 감상하는 코스였다.

그런데 쿠팡은 설 연휴인 2월 9일 출발하고 남이섬을 하루 여행하는 이 상품권을 남성 4만9900원, 여성 2만9900원에 판매했다. 해당 상품 판매가 종료된 이후에도 이를 비난하는 목소리는 끊이지 않고 있고, 이를 구매했던 이들은 여행 계획을 취소해야만 했다.

이를 항의하는 고객들은 대부분 왜 성차별을 하는 것이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또 여행 과정 중 버스의 창 측은 여성, 통로 측은 남성이 앉는 것으로 해 세밀한 부분까지 차별을 두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문의를 통해 항의한 A씨는 “남자 여자 조건은 똑같은데 왜 남자가 2만 원을 더 지불하냐. 남녀비율은 기획한 측에서 책임을 져야지 왜 금액으로 남녀를 차별하는 거냐”고 따져물었다.

또 다른 소비자 B씨도 “논란의 소지가 있어서 들어와 봤는데 역시 그렇다. 남녀 금액차이에 대한 올바른 설명 없으면 쿠팡 사업을 접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제휴업체 탓으로 돌리지 말아라. 이를 진행한 쿠팡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다. 무슨 나이트클럽도 아니고 입장가격가지고 장난이냐. 다른 상품을 구매할 때도 남자가 좋아하는 물건 여자가 좋아하는 물건 가격이 다르냐”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들 가운데는 “XX 쿠팡, 아주 XX한다” 등의 조금 더 감정적인 반응도 상당수 보였다. 특히 가격이 낮게 책정된 여성들이 기분이 더 나쁘다는 반응도 있었는데 “남성들이 화를 내는 것이 아닌 여성들이 화가 나서 댓글이 달려야 한다. 왜 자존심 상하게 2만 원 적게 내고 기가 눌려 미팅을 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동근 양성평등연대 대표는 “기업들이 여성 우대정책을 실시해 더욱 이윤을 남기겠다는 것을 법리적 해석으로 비난하거나 비판할 수는 없다. 다만 이는 도의적인 부분에서 기업이 다시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며, 정부 기관들이 선도적으로 여성 우대 정책을 만연화 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는 것도 재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논란이 낳은 논란

남녀차별 논란이 확대되자 쿠팡은 판매를 종료하고, 구입자들 모두에게 환불을 완료한 상태이다. 그러나 쿠팡의 사과에도 여전히 성차별 파문은 ‘모방 논란’, ‘진정성 논란’ 등으로 퍼지고 있는 모양새다.

더불어 소셜커머스의 가격 정책이 유흥업소로 분류되는 나이트클럽과 비슷하다는 문제도 끊이지 않는다. 모방 의혹은 논란이 된 쿠팡의 미팅 여행 상품이 경쟁업체인 티켓몬스터가 2012년 2월에 출시했던 짝 여행을 그대로 가져왔다는 부분이다.

진정성 논란은 소비자들의 항의를 받은 쿠팡이 특별한 대응 없이 같은 내용의 댓글을 반복적으로 복사, 붙여넣기를 하면서 일어났다. 해당 상품의 문의 게시판을 보면 수십개의 댓글이 모두 같은 내용으로 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쿠팡이 작성한 댓글의 내용은 “의도와 달리 상품 가격으로 인해 논란을 일으킨 점 사과드린다. 해당 상품은 솔로 남녀 고객들을 위한 일회성 이벤트 상품으로서 여성 고객층의 참가 비중이 낮을 것으로 예상하여 가격 책정을 했으며, 결코 남녀 성차별 의도가 없었다는 점을 알려 드린다. 추후 이런 논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더욱 신중하게 이벤트 상품을 기획하겠다”고 설명한다.

한 업계의 관계자는 “소비자들과 직접 만나는 기업일수록 논란이 있을 때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더구나 남성과 여성 고객 상품의 차이가 있으려면 그에 합당한 논리를 보여줘야 논란이 적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와 같은 가격 책정은 업계 관행이나 실리적 이윤 추구를 위한 행동일 뿐, 논란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들도 있다. 한 고객은 “대부분 이런 이벤트는 남성보다 여성의 참가율이 적다. 그래서 비용이라도 좀 적어야 참가율이 높아진다. 남녀차별이라기보다는 보이지 않는 손의 법칙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여자 친구나 애인을 만들어주려고 하는데 그냥 좋게 생각하고 즐기면 되는 것 아니냐. 2만 원 비싼 것 때문에 그런 것이라면 그냥 신청안하면 되는 문제”라면서 개인적인 선택의 차이라고 보는 이들도 있다.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