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송승환 기자] 본선도 아닌 예선에서부터 권모술수(權謀術數)가 판을 치고 있다. 4월 13일, 제20대 총선을 앞둔 정치권의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더민주)에서 ‘당비(黨費) 대납’ 의혹이 불거져 당무감사원(원장 김조원)이 특별감사에 본격 착수했다. 당무감사원은 경위 파악을 위해 조사팀을 꾸려 경기도당과 지역위원회 등으로부터 받은 입당원서 등 서류를 조사하고 있으며, 당사자와 추천인 면담 등 강도 높은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경기 고양 덕양을 당비 대납 의혹에 대한 특별감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조직적 대납(代納)의혹을 뒷받침하는 문건이 확보됐다. 본지가 확보한 당비대납 문건에 따르면 개별 당원명의의 당비가 고양시 관내 특정은행 지점에서 20∼30초 간격, 집단적으로 입금됐다. 문건에 따르면 지난 2014년 8월 24일 오후 2시쯤부터 시작됐다. 당시 덕양을 지역위원회에서는 위원장 경선을 앞두고 수백여명의 당비대납이 이뤄졌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당시 당비 대납의혹이 제기돼 조사결과 당비를 낸 것으로 접수된 당원 가운데 100여명이 당비를 낸 적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나 대납 주체를 확인하지 못했다.
문제는 이같은 대납의혹이 작년 11월에 또 제기됐다는 점이다.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국회의원 후보자 공천을 위한 경선을 대비한 것으로 해석된다.
덕양을 지역위원회 소속 일부 당원들은 지난해 11월 불법당비신고센터에 4건의 대납 의혹을 신고했다. 이에 따르면 작년 7월 더민주당(당시 새정치민주연합) 경기도당 당비 계좌에 6000원씩 수백명 이상의 당비가 20∼30초 간격으로 무더기 입금됐다는 것이다.
신고가 되지 않은 경우까지 감안한다면 광범위한 당비 대납이 이뤄졌을 공산이 크다.
특정은행의 2∼3개 지점에서 집단으로 입금돼, 후보자 경선을 염두에 둔 대납의혹을 불러왔다. 더민주당 당무감사국은 당무감사원의 특별감사 지시에 따라 현지조사 등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기관에 입금의뢰자 등을 확인하면 진상규명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송두영 전 지역위원장
당비대납자 형사고발 촉구
이같은 지역구 당비 대납 의혹에 대해 지난 1월 13일 총선 예비후보가 당의 신속한 조사를 촉구했다. 송두영(51) 전 덕양을지역위원장(전 한국일보 기자)은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체적으로 당비 납부계좌에 입금된 시간, 장소, 납부자를 확인한 뒤 사실 여부를 규명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송 전 위원장은 “신속한 조사를 바탕으로 혁신위원회의 혁신안을 이행해야 할 것”이라며 “혁신안대로 당비 대납자 및 배후조종자에 대해 응당한 조처가 따라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또 “당비 대납자를 사법기관에 형사고발할 것을 요구한다”며 “검찰과 경찰도 이번 사건에 대해 철저히 수사해줄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송두영 전 지역위원장은 3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100명만 들어와도 국회의원 후보가 바뀐다”며 당비 대납이라는 편법으로 꾸린 권리당원 1000여 명의 위력을 설명했다.
더민주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1000원 이상 당비를 한 달 이상 내면 권리당원이 될 수 있고, 매달 1000원 이상의 당비를 6개월 이상 납부하면 당내 경선에서 투표권을 갖는 권리당원이 된다.
앞서 송 전 위원장은 자신이 출마한 지난 2014년 12월 덕양을지역위원장 경선에서 문용식(55)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소통위원장 측의 당비 대납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문 위원장은 3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금시초문”이라며 “당비 대납은 있어서도 안되고 있을 수 없는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다.
지역구의 더민주당 소속 총선 예비후보는 송두영 전 지역위원장, 문용식 당 디지털소통위원장, 정재호(51) 입법정책연구소 우리고양 대표, 강동기(36) 당 안보특별위원회 부위원장 등 4명이다.
한편, 선거관리위원회는 당비와 송금수수료 등의 대납행위를 공직선거법 위반사항으로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또 더민주당은 혁신안에서 당비대납이 확인될 경우 당직자격 박탈과 공천 불이익 등을 명시하고 있다.
송승환 기자 songwin@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