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심 대결에 우는 카드·이통사
표심 대결에 우는 카드·이통사
  • 박시은 기자
  • 입력 2016-02-04 09:50
  • 승인 2016.02.04 09:50
  • 호수 1136
  • 4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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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철마다 반복되는 수수료·통신비 인하 압박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오는 4월, 20대 총선이 재계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야 구분 없이 선거철마다 쏟아져 나왔던 포퓰리즘 법안들에 대한 우려다. 특히 카드업계는 카드수수료 이슈가 논란이 되고 있다. 정치권이 개입해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면서 카드사와 가맹점 간의 갈등이 더 깊어졌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시장 원칙을 벗어난다는 불만도 나온다. 이동통신업계도 마찬가지다. 선거철마다 단골손님처럼 통신요금 인하가 요구돼온 것이다. 하지만 만족도가 낮아 전시행정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시장 원칙 아닌 선심성 의심 요구 반복
막상 소비자 반응은 시큰둥…갈등 지속

카드업계 “”지금의 방식 금융발전 도움 안돼”
통신업계, 데이터 중심 시장 흐름 읽기 필요

재계의 정치권 시장 개입 우려는 최근 벌어진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 논란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최근 카드업계가 일부 일반가맹점을 대상으로 한 수수료 인상을 놓고 갈등을 겪는 과정에서 정치권이 개입해 갈등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카드 수수료 논란은 카드사들이 “매출액 3억~10억 원의 일반가맹점 중 일부를 대상으로 수수료를 올리겠다”고 통보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수수료 인상통보를 받은 가맹점은 전체의 10% 수준으로 추정됐다.

카드사의 이 같은 결정은 지난해 말 금융위원회가 영세·중소가맹점의 수수료율을 일률적으로 0.7% 포인트 낮춘 게 발단이 됐다. 수수료율 인하로 약 7000억 원의 수입이 감소하는 상황이 됐고, 영세·중소가맹점이 아닌 일반 가맹점 25만 여 곳에 수수료 인상을 결정한 것이다. 이 중에는 지난해 12월 말 영세, 중소가맹점으로 포함됐다가 매출액이 늘면서 일반 가맹점이 된 곳도 포함됐다.

하지만 가맹점주들의 반발이 거셌다. 가맹점주들 입장에서는 금융당국이 지난해 11월 “일반가맹점의 경우 수수료율을 평균 0.3%포인트 인하될 것”이라고 발표한 것과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약국이나 주유소 등 업종의 가맹점주들이 대거 인상 대상에 포함돼, 카드사들이 일반가맹점에 영세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인한 손실분을 떠넘겼다는 비판도 나왔다.

갈등이 깊어지자 여·야 정치권도 잇따라 수수료 인상을 비판하고,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등 압박에 나섰다.
결국 카드사들은 일부 일반가맹점을 대상으로 한 수수료 인상안을 철회했다. 원가상승을 이유로 한 수수료 인상을 요구했지만 없던 일로 한 것이다.

다만, 연매출이 늘어 ‘영세가맹점’에서 ‘일반가맹점’으로 재분류된 매장들의 경우에는 인상안이 그대로 적용된다.

또 일부 카드사는 최종적인 철회 결정을 내리지 않고, 가맹점들과 재협상을 이어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포퓰리즘 시선, 왜

문제는 이 같은 결정이 정치권의 개입에 따른 압박이 영향을 미쳐 내려졌다는 점이다. 특히 2000년대 중반부터 신용카드 사용 비중이 늘어나면서 가맹점들의 수수료 부담이 커졌고, 여기에 표를 의식한 국회가 가세하면서 이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로 인해 카드수수료 인하 논란과는 별개의 논란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정치권의 개입이 오는 4월 이뤄질 총선을 의식했다는 의혹과 함께 포퓰리즘이란 비판의 목소리가 커진 것이다.

특히 일반가맹점의 경우 가맹점과 카드사의 사적인 계약에 따라 수수료율이 결정짓게 돼 있다. 그런데 정치권은 영세·중소가맹점처럼 정부가 수수료율을 결정하지 못하는 원칙을 무시하고 수수료 인하를 요구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실제로 카드사의 수수료 수익 부분은 총선 시기와 맞물릴 때마다 전년도 대비 하락세를 탔다.

금융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총선이 있던 시기를 전후로 카드사들의 가맹점 수수료 수익 비중은 전년도 대비 1%포인트 수준으로 하락했다.

지난 2008년 18대 총선이 있던 시기에는 전년도 42.4%에서 41.0%로 떨어졌다. 2012년 19대 총선 때도 전년도 47.5%에서 46.6%로 줄었다. 2012년도 경우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가 4%대에서 2%대로 대폭 인하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카드업계는 “표심잡기에 급급한 전시행정”이라며 “카드사와 가맹점이 자율로 매겨야 할 수수료율이 매번 공론화되는 게 부담스럽고, 수수료 인하를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이라도 줬으면 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금처럼 국회가 압력을 넣고 정부가 눈치를 보면서 시장에 개입하는 식의 문제 해결은 국내 금융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고비용의 결제시스템 개선을 비롯한 대안 마련을 게을리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총선 앞둔 지금은

이 같은 논란은 이동통신업계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가계 통신비 문제는 대통령 선거와 국회 총선 등 때마다 반복돼온 단골 공약 소재로 불린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7년 대선 당시 ‘통신비 20% 인하’ 정책을 내세운 바 있다. 초 단위 요금제 도입, 가입비 및 문자서비스(SMS) 요금인하 등의 정책 추진이 주 골자다. 2011년에는 일괄적인 이동통신 기본료 인하(1000원+SMS 50건)를 진행했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공약이자 국정과제로 ‘통신비 부담 경감’ 정책을 내세웠다.

그러다 지난해 4월 재보궐선거를 앞두고도 통신비 인하는 다시 한 번 뜨거운 감자가 됐다. 당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행 통신 서비스 요금에 포함된 기본료를 폐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지난해 국정감사를 앞두고서도 업계는 통신비 인하 압박을 받았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1주년과 오는 4월 이뤄질 총선이 가까워진 시점이었다는 것이 배경으로 지목된다. 단통법의 경우 시행 초기부터 개정 논란이 끊이지 않은 데다가 단통법 시행 후 이동통신사들의 배만 불린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총선도 가까워져 2015년 국정감사에 통신비는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이 때문에 오는 4월 전까지 이동통신업계는 다시 통신비 인하를 골자로 한 논란을 겪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같은 정치권의 행보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기본료 인하 시행 당시 소비자들은 “고작 1000원 싸졌냐”는 반응이 다수였다. 이동통신사들의 수익감소가 생겼더라도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인하 금액이 아니라는 반응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지 못하는 인위적인 가계통신비 인하 대책보다 서비스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현재 이동통신시장은 스마트폰 대중화로 인해 주요 서비스가 ‘데이터’가 됐다. 데이터가 가계통신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월 통신 서비스 이용료를 일괄적으로 일부 깎아주는 것은 체감이 적을 수밖에 없다. 각 소비자들이 선택한 요금제와 단말기 종류에 따라 요금수준이 천차만별로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정치권은 소비자들의 마음도 얻지 못하고, 이동통신 업계와 ICT(정보통신기술) 산업의 불만도 늘어난 결과를 맞이했다.

업계는 정부의 인위적인 가격통제가 아닌, 다양한 서비스 및 요금 경쟁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통신 시장이 이미 스마트폰 중심으로 재편됐고, 이를 고려한 네트워크 시장 규제의 틀도 개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seun897@ilyoseoul.co.kr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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