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살인사건' 19년 만에…진범은 '패터슨'
'이태원 살인사건' 19년 만에…진범은 '패터슨'
  • 김현지 기자
  • 입력 2016-01-29 17:07
  • 승인 2016.01.29 17: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요서울 | 김현지 기자]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장판사 심규홍)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패터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범행 당시 패터슨의 나이가 만 18세 미만이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징역 20년은 패터슨에게 선고할 수 있는 법정 최고형이다.

현행 소년법은 최대 징역 15년을 선고하도록 규정돼 있어, 사형 및 무기징역은 선고할 수 없다. 하지만 살인 등 강력범죄를 저지른 경우 특정강력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최대 징역 20년 선고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29일 법원은 패터슨에게 유죄 판결을 내리면서 당시 패터슨과 함께 있던 한국계 미국인 에드워드 리(37) 역시 범행을 공모했다는 사실도 인정했다.
 
하지만 이 사건의 용의선상에 올랐던 리는 이미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아 처벌할 수 없는 상태로, 지난 1997년 잘못된 기소에 대해 당시 검찰 및  재판부는 여론의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재판부는 이날 판결문에서 "패터슨은 햄버거 가게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던 생면부지의 피해자를 별다른 이유없이 뒤에서 흉기로 공격해 살해했다""피해자의 목, 가슴 등을 흉기로 모두 9차례 찔러 피해자를 과다 출혈로 즉시 사망에 이르게 하는 등 범행수법이 너무나 끔찍하고 죄질이 불량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패터슨의 범행으로 피해자는 당시 22세 젊은 나이로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을 추구할 권리 등을 포함한 기본권의 전제인 생명을 잃게 됐다""모든 기회를 한순간에 전면적으로 박탈당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숨져 피해자의 부모는 사랑하는 아들을 잃게 됐고, 아들과의 교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행복이 모두 사라졌다""사랑하는 부모, 누나들, 여자친구를 남겨두고 영문도 모르고 죽어갔을 피해자의 원통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재판부는 또 "이같은 끔찍한 범행을 저지르고도 지난 199745일 최초 진술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공범인 에드워드 리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면서 자신의 범행을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다""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피해 변상은 물론 진심어린 위로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패터슨이 당시 18세 미만의 소년이었고,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범행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책임에 상응하는 엄한 형벌로 처벌함이 마땅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이런 맥락에서 "패터슨에 대해서는 무기징역형을 선택한다""다만 패터슨이 범행 당시 18세 미만 소년이었기 때문에 특정강력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징역 20년을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사건의 진범을 잡지 못해 미궁 속에 빠져 있던 이태원 살인사건은 지난 199743일 오후10시께 발생했다. 당시 서울 이태원에 있는 한 햄버거 가게 화장실에서 대학생 조모(당시 22)씨가 흉기에 수차례 찔린 채 숨져 있었다. 범인으로 한국계 미국인 에드워드 리(37)씨가 지목돼 살인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검찰은 리의 단독 범행으로 결론을 내려 리에게 살인 혐의를, 패터슨에게 증거인멸 및 흉기소지 혐의를 적용해 구속기소했다.
 
1심과 2심 모두 이를 유죄로 인정했다.
 
하지만 19984월 대법원은 리의 혐의에 대해 증거 불충분을 근거로 무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고,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그해 9월 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복역 중이던 패터슨은 특별사면을 받은 뒤 검찰이 출국정지기간을 연장하지 않은 틈에 19988월 미국으로 출국했다.
 
조씨의 유족은 패터슨을 살인 혐의로 고소했지만, 패터슨의 출국으로 사건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표류했다. 검찰은 이후 수사를 통해 패터슨을 진범으로 지목, 2009년 미국에 패터슨에 대한 인도를 청구했다. 이후 2011년 검찰은 패터슨을 살인 혐의로 기소하기에 이르렀다.
 
그해 5월 법무부는 미국 당국과 공조해 패터슨을 미국에서 검거했다.
 
당국은 패터슨을 범죄인인도 재판에 넘겼고, 201210월 미국 LA연방법원은 패터슨의 한국 송환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923일 패터슨은 여론의 대대적인 관심을 받으며 국내로 송환됐고, 자신은 범인이 아니며 "범인은 (에드워드) "라고 지목하기도 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15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이 사건 범인은 사람을 흉기로 깊게 찌르고 9회 난자해 현장에서 사망케 하는 등 그 잔혹성은 악마적이라고 할 것"이라며 "일면식도 없는 피해자를 뚜렷한 이유 없이 살해한 범행으로 어떠한 경우에도 용서할 수 없다"고 강조, 패터슨에게 법정 최고형인 징역 20년을 구형한 바 있다.
 
반면 패터슨은 이날 열린 최후 진술에서 "제가 하지 않은 범행으로부터 자유를 찾기 위해 힘겹게 싸우고 있다""검찰의 공소사실은 진실과 전혀 다르다. (나는) 희생양이다"라고 주장했다.
 
yon88@ilyoseoul.co.kr

김현지 기자 yon88@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