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의 시대’라고 불리는 요즘, 너무나도 느리고 답답한 사랑을 하고 있는 한 여인이 있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송윤아(34)’. 그는 지난 2일 기자시사회를 통해 처음 공개된 영화 ‘사랑을 놓치다(감독 추창민, 제작 시네마서비스)’에서 가슴과 머릿속에서만 사랑을 외칠 뿐 현실에서는 전혀 내색하거나 표현하지 못하는 ‘구세대식’ 사랑을 연기한다.
송윤아의 색깔이 느껴지는 영화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안타까운 만남과 헤어짐만을 반복해 신세대들에게는 자칫 지루해 보일 수 있는 사랑이지만, 송윤아는 이 역할이 “딱 내 역할”이라고 한다. 이미 3년전 처음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받아 보고 한번 지나쳤으나 3년만에 같은 시나리오가 다시 송윤아의 손에 들어와 이게 ‘자신의 영화인가’라는 운명적인 생각이 들었다는 것. 사실 송윤아는 그동안 ‘종이학’, ‘미스터 큐’, ‘반달곰 내사랑’, ‘호텔리어’ 등 ‘TV 드라마’에서는 그녀의 연기력과 존재감을 인정받는 작품들이 많았다.
반면, ‘불후의 명작’, ‘광복절 특사’, ‘페이스’ 등 그녀가 출연했던 ‘영화’에서는 송윤아의 색깔이 드러나거나 선굵은 무게감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때문에 송윤아 역시 이번 작품에서는 자신의 색깔과 무게감을 보여줄 수 있는 영화라고 자신하고 있다. 그리고 그녀의 이런 자신감은 영화 곳곳에서 아주 잘 느껴진다. 또한 추창민 감독 역시 “3년전 이 영화를 준비했을 때 송윤아를 염두에 두고 작업을 했다”고 했을 정도로 이 작품은 정말 송윤아의 색깔과 아주 잘 어울린다.
노메이크업 송윤아 “너무 예뻤다”
송윤아의 영화에 대한 자신감은 우선 여배우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노메이크업’을 하고 ‘허름한 의상’을 입고도 “예쁘다”는 평을 받을 수 있다는 데서 나온다. 송윤아는 영화 내내 후줄근한 면티에 촌스러운 시골 아줌마 치마를 아무렇게나 걸쳐 입고 등장한다. 그 동안 늘 도시적이고 세련된 이미지를 보여주던 송윤아의 이미지가 단숨에 180도 변해버린 것. 뿐만 아니라 극중 털털한 여자 ‘연수’를 표현하기 위해 아예 맨 얼굴로 촬영에 임하기도 했다. 아무리 노메이크업이라도 세수하고 로션만 바른 채 영화를 찍는 여배우가 어디 또 있을까. 게다가 헤어스타일 역시 언뜻 보면 전혀 신경쓰지 않고 질끈 동여맨 평범하기 그지없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그녀는 예뻤다. 아무리 화장을 안하고 허름한 옷을 입고, 아무렇게나 머리를 묶어도 영화 속 송윤아는 영화 스태프들과 기자들에게 “너무 예뻤다”는 평을 받을만큼 신선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에 대해 송윤아 역시 “추창민 감독께서 완벽한 노메이크업을 요구했고, 나도 그렇게 하는 게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그렇게 했다”며 “신기하게도 촬영 내내 피부가 베스트 컨디션을 유지해줘서 정말 다행이었다”고 기분좋은 웃음을 지었다. 또한 네 발 달린 짐승에게 알레르기가 있는 송윤아는 극중 수의사 역을 맡아 때아닌 마음 고생을 해야 했다. “극중 수의사라는 역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강아지를 안아주고, 주사도 놔주는 장면이 있었어요. 제가 네 발 달린 동물 알레르기 때문에 피부 트러블과 입술에서 피가 나는 등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어요. 하지만 정작 영화에는 나오지 않아서 속상해요.”
“사랑이 없다면, 인생이 아니다”
이 작품은 송윤아가 ‘광복절 특사’ 이후 두 번째로 스크린에서 설경구와 호흡을 맞춘 영화다. 송윤아는 두 번이나 같이 영화에 출연한 설경구에 대해 “예전에는 몰랐는데, 이번 영화에서 보니까 잘 생긴 배우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면서 “하지만, 설경구씨의 거친 욕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것 같았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마지막으로 송윤아는 “인생에 사랑이 없다면, 인생이 아니다”라며 “관객들이 우리 영화를 보며 자신의 사랑을 돌아볼 시간을 갖게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민주 kimmj@li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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