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감독의 공격형 축구, 스타 없이도 골로 빛나…차기 감독 급부상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이렇다 할 스타선수 없이 최약체로 분리되던 올림픽축구대표팀이 세간의 우려에 대해 아시아 23세 이하 챔피언십 4강전을 우승으로 이끌면서 결국 8회 연속 본선 진출이라는 신기록을 달성, 대반전을 이뤘다. 더욱이 선수들이 마음껏 활약할 수 있는 밑그림을 그린 신태용 감독의 ‘팔색조 전술’이 빛을 발하면서 한층 성숙한 한국축구의 기대주들을 탄생시켰다.
신 감독의 공격형 축구, 스타 없이도 골로 빛나…차기 감독 급부상
최약체의 반전 슈틸리케 화색…실력으로 합류한 황희찬 국대도 월반

특히 이번 대회는 2016 리우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을 겸하고 있어 3위 안에 들면 본선행이 확정되는 가운데 신태용 호는 결승진출에 성공하며 세계최초 8회 연속 올림픽 본선진출이라는 진기록을 수립했다. 또 1994년 바르셀로나올림픽 일본전을 시작으로 최종 예선 34경기 연속 무패 기록도 덤으로 챙겼다.
이번 4강전의 백미는 신 감독의 이색전술로 귀결된다. 그는 전반에 수비 전술로 카타르의 힘을 빼고 후반에 선수 교체로 승부수를 띄워 적중했다.
대회 처음으로 신 감독은 전반전 기존의 포메이션인 4-2-3-1 대신 3-4-3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는 지난해 코파아메리카(남미국가대항전) 우승국 칠레의 전술에서 영감을 받았다. 중앙 수비 3명을 세워 8강전까지 11골을 뽑아낸 카타르의 공세를 받아냈다. 전반 10분 모에즈 알리에게 헤딩 슈팅을 내줬고, 전반 18분 프리킥에 이은 문전 혼전 상황에서 또다시 알리에게 슈팅을 허용했지만 연제민(23·수원)이 몸을 날려 막아냈다.
카타르의 속도전에 고전하던 한국은 전반 25분 황기욱(20·연세대)의 중거리포 시도와 최전방 장신 스트라이커 김현(23·제주)의 머리를 겨냥한 포스트 플레이로 맞섰지만 골문을 가르지 못해 전반을 0-0으로 마쳤다. 하지만 후반 들어 올림픽대표팀은 승부를 걸었다. 후반 시작 3분 만에 류승우(23·레버쿠젠)가 선제골을 터뜨리며 기선을 제압했다.
이어 황희찬(20·잘츠부루크)은 후반 43분 권창훈(22·수원)의 결승골의 시발점이 된 패스를 했고 후반 추가시간엔 70m 드리블로 문창진(23·포항)의 쐐기골이 터지면서 결승진출을 확정했다.
올림픽 본선 진출
전술로 승리

더욱이 신 감독은 특별한 스타선수가 없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꾸준히 선수들에게 공을 들여왔고 지난해 12월부터 준비한 ‘팔색조 전술’이 본선진출에 주효했다.
신 감독은 이번 대회와 대회 직전 치른 두 차례 평가전을 통해 기본이 되는 주력전술인 다이아몬드 4-4-2를 비롯해 4-1-4-1, 4-3-3 등의 다양한 전술을 선보였다. 이처럼 매번 바뀌는 전술에 선수 구성까지 다양화하면서 상대 감독들을 긴장시켰다. 물론 우려할 만한 약점도 노출됐다. 다소 불안한 수비력과 한순간에 기회를 내주는 등 결승에 오르기까지 올림픽 본선 진출에 물음표가 따라다녔다.
하지만 신 감독은 전술의 힘으로 극복하며 모두가 웃을 수 있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그는 공격적인 선수로 구성돼 생긴 수비불안 문제에 대해 공격에 특화된 문창진을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까지 오가게 하거나 보다 적극적인 전방 압박으로 풀어나갔다.
또 전문 윙어가 없고 중앙 플레이메이커형 선수들이 다수라 공격 방식이 한정되는 약점에는 권창훈을 오른쪽에, 류승우를 왼쪽에 세워 측면과 주로 사용하는 발을 일치시키는 고정관념을 깨고 크로스 대신 돌파 후 슛을 노리는 지략을 선보였다. 카타르와의 준결승전에서 내놓은 쓰리백도 공격지향적인 운영과 수비안정의 절충안으로 평가받는다. 더욱이 카타르전 후반 교체 투입 카드를 활용한 공격적인 전략은 그간 공격지향적인 운영전략의 연장선이었다.
이 같은 신 감독의 고집스런 공격형 축구는 새로운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그는 수비 시 다소간의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전술의 초점을 득점 획득을 위한 공격에 맞췄고 한 골을 넣어도 추가득점을, 교체카드를 활용한 공세를 통해 ‘이기는 경기’를 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다소 무모해 보일 수 있지만 “지는 게임은 안한다”는 신 감독의 철저한 분석과 준비해서 비롯된 자신감이 묻어 있다고 평가했다.
이영표 KBS 해설위원은 이번 카타르 전에 대해 “신태용 감독의 전술적 승리”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정면 돌파로
지도자 능력 입증

하지만 이 특별함은 선수들에게 그치지 않는다. 바로 신 감독 자신이 스스로 지도자로서의 능력을 증명한 셈이다. 신 감독은 축구계에서 비주류에 속한다. 대구공고-영남대 출신인 그는 선수시절 성남에서 13시즌을 뛰며 6차례 우승을 차지했다. 또 401경기에 출전해 99골 68도움으로 K리그 역사상 첫 60(골)-60(도움)을 달성했다. 그러나 국가대표팀과의 인연은 많지 않았다. 23경기(3골) 출전에 그쳤고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본선 출전 외에 월드컵 무대에 나선 경험도 없었다. 이 때문에 신 감독에게는 그저 ‘국내용’이라는 꼬리표만 따라다녔다.
지도자가 된 이후에도 국대 스타출신 지도자들에 비해 평가가 후하지 않았다. 2010년 친정팀 성남을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올려놓고 2011 FA컵 우승도 차지했지만 황선홍, 홍명보, 최영수 등 비슷한 연배의 사랑탑에 비해 주목을 받지 못했다.
프로감독 4년 경력의 그가 국가대표팀 수석코치가 되고, 지난해 2월에는 이광종 감독이 급성백혈병 진단으로 하차하자 대신 올림픽팀 감독을 겸하게 됐지만 일각에서는 신 감독의 지도력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달갑지 않은 외부의 시선에도 불구하고 신 감독은 꿋꿋이 지도자의 길을 걸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한국선수들을 빠르게 파악해 A대표팀을 단단하게 꾸리는 데 훌륭한 참모 역할을 해냈다. 여기에 올림픽대표팀에서 지도력을 발휘하며 조연에서 화려한 주연으로 탈바꿈했다.
지난해 10월 한 기자가 ‘2018년 월드컵까지 A대표팀 코치만 맡는 게 더 편한 길 아닌가’라고 묻자 신 감독은 “올림픽 감독은 도박과 같다. 난 날 믿는 쪽에 베팅을 했다”며 “만약 올림픽 출전권을 따지 못한다면 A대표팀 코치도 내려놓을 계획이다. 감독은 실패하면 결과에 책임져야 한다”고 말해 힘든 길이지만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형님 리더십…
최고의 무기는 배려

돌처럼 단단한 굳은 의지에도 불구하고 신 감독은 선수들과 격의 없는 사이로 유명하다. 성남 감독 시절에도 그렇고 이번 대회에서도 ‘형님 리더십’을 발휘했다. 그는 “우리 선수들은 학창시절 주입식 교육을 받아 늘 굳어 있다. 스스럼없이 장난을 쳐야 활발한 플레이가 나온다”고 털어놔 선수들이 가장 잘 뛸 수 있도록 만드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그 때문인지 몇몇 선수들은 그에게 ‘감독님’ 대신 ‘쌤(선생님의 줄임말)’이라고 부른다. 이번 대회의 해결사 노릇을 톡톡히 한 황희찬은 “쌤은 옆집 형님처럼 편하게 대해주신다”고 말할 정도다. 이처럼 신태용 감독의 진정한 무기는 전술과 전략이 아닌 선수들이 마음껏 경기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배려에서 비롯된다. 이에 아시아 U-23 챔피언십을 넘어 리우올림픽에서의 신 감독의 진검승부가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한편 이번 카타르 전에 슈틸리케 감독이 참관하면서 어린 선수들의 쇼케이스라는 의미가 더해졌다.
슈틸리케 감독이 U-23 선수들에게 관심을 갖는 이유는 간단하다. 당장은 합류할 수 없지만 2018년 러시아월드컵을 위해서는 이들 중 일부가 A대표팀의 주축 역할을 담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프로 5년차인 문창진도 눈도장 받기에 충분했다. 그는 지난해 부상으로 11경기 출장에 그쳤지만 이번 대회에서 한국 공격진 중 가장 빼어난 모습을 선보여 핵심전력으로 급성장했다. 문장친은 4골을 기록하며 권창훈과 함께 팀에서 가장 많은 골을 넣었다.
이미 슈틸리케호에서 입지를 굳힌 권창훈은 이번 대회에서도 맹활약하며 슈틸리케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는 부상에도 4골을 기록한 바 있다.
todida@ilyoseoul.co.kr
<사진=뉴시스>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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