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공공기관의 부채가 많을수록 연봉도 세다.”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노원 갑)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 같은 명제가 사실이다. 어떠한 근거에서 이런 결론이 나오는 것일까.
일각에선 낙하산인사의 전형적인 폐단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부 낙하산으로 투하된 인사가 판치면서 결국 공공기관 부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이같은 지적이 계속되고 있지만 이를 해결할 첫 단계인 근본 원인조차 규명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낙하산 인사…경영평가제도 유명무실케 해
대대적 손질 필요…국민혈세 낭비 막아야
공공기관 개혁은 박근혜 정부가 가장 주목하는 구조개혁이다.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은 집권 3년차 국정운영 구상을 통해 “공공부문이 선도적 개혁을 통해 다른 부문의 개혁도 이끌어야 한다”며 가장 먼저 공공기관 정상화 추진 의지를 밝혔었다.
이후 정부가 관피아 척결을 강조하면서 공공기관 인사 흐름이 크게 바뀔 것이라는 예상이 심도있게 전해졌지만 결과는 아쉬웠다.
사회공공연구원의 ‘공공기관 정상화? 낙하산 잔치는 계속된다’ 보고서 따르면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2년간 공기업·준정부기관에 임명된 낙하산 인사는 전체 임명자 928명 중 204명(22.0%)인 것으로 드러났다. 낙하산 인사가 5명 중 1명꼴인 셈이다.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공기업은 295명 중 89명의 낙하산 임원이 투입돼 30.2%에 달했으며, 준정부기관은 633명 중 115명으로 18.2%가 낙하산 임원이었다.
부채·연봉 1위는 어디
문제는 이런 낙하산 인사들이 공공기관 부채 증가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는 사실이다.
실제 이노근 의원이 기획재정부로부터 제출 받은 2015년 공공기관 현황 편람에 따르면 2014년 말 기준 공공기관 부채규모를 보면 중소기업은행은 204조 원, 수출입은행 6300억 원, 산업은행 247조 원, 투자공사 462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들 기업의 기관장 연봉을(2012~2014년 연봉 평균) 분석해보면 가장 높은 곳은 4억7051만 원을 받는 중소기업은행인 것으로 드러났다. 다음은 한국수출입은행장 4억5964만 원, 한국산업은행장 4억4661만 원, 한국투자공사 사장 4억2864만 원 순이다.
또한 3년 평균 공공기관 직원 1인당 연봉 순위를 살펴보면 한국투자공사가 1억384만원으로 1위, 한국예탁결제원 1억83만 원, 한국기계연구원 9866만 원, 한국원자력연구원 9702만 원,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9513만 원 순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연봉 상위 10대 기관장은 모두 대통령의 올해 연봉 2억1210만 원보다 많이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노근 의원은 “상당수 공공기관이 막대한 부채에 시달리고 있지만 정작 기관장은 대통령 연봉을 능가하는 고액 보수를 챙기고 있다”며 “특히 부채가 늘고 기관평가가 낮아도 임직원 연봉은 계속 인상하는 기관들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농어촌공사는 청렴도 평가등급으로 2013년 5등급(매우 미흡), 2014년 4등급(미흡)을 받은 데다 최근 3년간 부채도 매년 증가했다. 하지만, 기관장과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은 해마다 상승했다”며 “공공기관 부채를 세금으로 메워주는 만큼 공공기관 경영평가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손질을 통해 국민 혈세 낭비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찬가지로 한국해양수산연구원은 최근 2년간(2013~ 2014년도) 청렴도 평가 연속 4등급(미흡), 경영실적 평가 연속 C등급(보통)을 받았지만 같은 기간 기관장 연봉과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은 3년 내내 상승세를 기록했다.
국산업인력공단도 같은 기간 청렴도 평가 연속 4등급(미흡), 2014년 경영실적 평가 C등급(보통) 부채 887억 원으로 알려지는데 기관장 연봉은 물론 직원 1인당 평균 연봉과 신입사원 초임 연봉은 3년 내내 상승했다.
한국광해관리공단과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기관평가는 낮아도 임직원 연봉은 상승했다.
문제만 계속…
그렇다면 낙하산 인사들이 둥지를 튼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일로를 걷는 이유는 무엇일까.
재계 호사가들은 “낙하산 인사는 기관의 설립 목적에 어긋나거나 재무건전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 무리한 국책사업이라도 정부가 강요하면 수행할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재계 전문가는 “단기적 성과에 치중한 나머지 기관의 부채 증가에는 큰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명박 정부의 국책사업이었던 해외자원개발의 경우 에너지 공기업들의 무분별한 사업 추진으로 투자에 실패해 막대한 손해를 입은 사례가 속출한 바 있다”고 전한다.
일각에선 공공기관의 낙하산 인사를 근절하지 않고 공공기관을 개혁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라며 낙하산 인사 척결이 공공기관 ‘비정상의 정상화’의 신호탄이 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어 “낙하산 인사를 방지하지 못하는 현행 공공기관 인사제도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면서 “공공기관의 진정한 개혁은 비정상적 관피아 낙하산 관행부터 정상화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