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세력 김무성 때리기 극비 카드 뽑았다
TK세력 김무성 때리기 극비 카드 뽑았다
  • 류제성 언론인
  • 입력 2016-01-29 10:28
  • 승인 2016.01.29 10:28
  • 호수 1135
  • 1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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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차기 대권 후보 놓고 격돌 예고
▲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친박계 핵심 ‘TK-충청연합’ 카드 밑그림 그려
윤상현·최경환 정지작업…‘DJP’연대 벤치마킹

[일요서울 | 류제성 언론인]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우리나라를 이끈 역대 대통령은 박근혜 현 대통령을 포함해 11명이다. 출신지역으로 보면 영남이 7명(박정희·전두환·노태우·김영삼·노무현·이명박·박근혜)으로 압도적으로 많다. 그밖에는 황해도(이승만), 충청도(윤보선), 강원도(최규하), 호남(김대중)에서 각 한 명씩을 배출했다.

하지만 윤보선 전 대통령은 4·19 혁명으로 내각책임제 하에서 1년 남짓 상징적인 대통령을 지냈으므로 충청 출신이 명실상부하게 대권을 잡은 적은 없다고 봐야 한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은 1997년 대선에서 충청권을 대표하는 김종필(JP) 전 국무총리와 ‘DJP 연대’를 이뤄 정권 창출에 성공했다.

충청도는 인구의 열세 등으로 단독 정권 창출이 어려운 상황이다. 충북 음성 출신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염두에 둔 ‘충청 대망론’이 나오지만 다른 지역의 정치세력과 연합하지 않으면 현실성이 부족하다.

이 대목에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대구·경북(TK)-충청 연합론’이 싹튼다. 지금까지 경남 합천 출신으로 대구공고를 나온 전두환 전 대통령을 포함해서 5명의 대통령을 배출한 TK에서 차기엔 마땅한 대권주자가 없다는 점도 ‘TK-충청 연합론’의 자양분이다.

특히 새누리당의 친박계에서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인 김무성 대표에 필적할 만한 인물이 없는 친박계가 충청 사람을 간판으로 내세운 뒤 TK 세력의 지원을 받아 부산 출신인 김 대표의 기세를 꺾고 정권을 창출한다는 그림이다.

홍문종, 이원집정부제 발언

이미 친박계 핵심인 홍문종 의원이 이원집정부제 개헌을 전제로 ‘반기문 대통령-친박계 총리’ 조합을 제시한 바 있다. 홍 의원의 카드는 ‘천기누설’이란 해석을 낳았다. 청와대도 박 대통령의 임기가 아직 2년 남짓 남았음을 감안해 ‘발언 자제’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후 홍 의원은 이 문제에 대해 기자들이 물으면 “노 코멘트”라며 입을 다문다.

사실 현재 정치상황으로 보면 차기 대선 이전에 개헌이 단행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그럼에도 ‘반기문 대통령-친박계 총리’ 카드는 여전히 유효하다. 현행 대통령제 하에서도 친박계, 특히 마땅한 주자가 없는 TK 친박계에겐 상당히 매력적인 카드다. 정치권에 세력이 없는 반기문 총장을 ‘얼굴’로 내세워 실권은 TK가 갖는 형태가 될 수 있다.

이런 시도가 충청과 TK 양쪽에서 진행되는 징후들이 있다. 충청에선 박근혜 대통령 정무특보를 지낸 윤상현 의원이, TK에선 경제부총리를 마치고 친박계의 좌장으로 등장한 최경환 의원이 움직인다.

지역구는 인천 남구을이지만 충남 청양이 고향인 윤 의원은 1월 24일 충청권 유력인사들의 모임인 ‘충청포럼’의 2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충청포럼은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설립해서 초대 회장을 맡은 ‘충청 대망론’의 진원지였다. 성 전 회장은 이 모임을 활용해 ‘반기문 대통령 만들기’ 꿈을 꿨던 것으로 알려진다.

윤 의원은 충청포럼 회장 취임사에서 “이제 충청포럼은 제2의 도약대에 섰다. 우리 자력으로 충청인의 위상을 드높이고 이 나라를 이끌어갈 주도세력으로 자리매김하도록 해야 할 때다. 지역적 한계를 넘어 대한민국 포럼으로 나가자”라며 의욕을 피력했다. 취임식엔 친박계의 맏형격인 서청원 최고위원과 정운찬 전 국무총리 등 충청 출신 유력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충남 공주가 고향인 정 전 총리도 반 총장이 끝내 정치입문을 고사할 경우 ‘대체재’가 될 수 있다. 반 총장의 경우 본인의 대권욕이나 나이(1944년생·대선 때 73세)를 볼 때 포기할 가능성도 있는 까닭이다. 반 총장의 동생인 반기상 전 경남기업 고문도 언론 인터뷰에서 ‘반기문 대망론’에 대해 “모두 설(說)이다. 나이가 젊은 분도 아니고…”라며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그러나 최근 반 총장의 여러 언행을 보면 대권 욕심이 있고, 여권에서 대망론을 펼칠 생각이 있음을 쉽게 읽을 수 있다. 특히 ‘박심’(朴心·박 대통령 의중)과 ‘반심’(潘心·반 총장 생각)이 교감을 나누고 있음을 알 수 있는 일들이 많았다.

‘박심’과 ‘반심’을 잇는 매개 역할을 최경환 의원이 맡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그동안 일부 언론에선 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최외출 영남대 부총장이 ‘새마을운동 세계화’를 화두로 반 총장과 접촉하면서 대선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해 왔다. 하지만 최 부총장은 “반 총장과 만나 지구촌에 새마을운동을 확산시키는 문제를 논의한 건 맞지만 대선 얘기를 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반면, 최 의원은 현역 정치인인데다, 평소에도 박 대통령과 깊은 교감을 나눈다는 점에서 ‘박심’과 ‘반심’을 서로 전달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 최 의원은 1월 21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에 대통령 특사로 참석했다. 이 자리서 반 총장과 25분간 만나 대화를 나눴다.

‘박심’ ‘반심’ 전달하는 통로

당초 두 사람은 이날 오후 2시 콩그레스 홀 미팅룸에서 만날 예정이었다. 하지만 반 총장이 교통체증으로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했다. 그러자 최 의원은 비행기 탑승 시간을 5시간 늦춰가면서까지 약속 시간과 장소를 바꿔 오후 7시에 반 총장을 만났다. 최 의원은 ‘차기 대권 후보와 관련한 논의는 없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권 후보 문제와 관련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가에선 최 의원이 반 총장에게 뭔가 메시지를 꼭 전해야 되는 피치못할 사정이 있어서 다른 일정을 변경해 가면서까지 만났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와 교감한 반기문 대망론’이 나오는 상황에서 온갖 억측을 감수하고 면담을 강행했기 때문이다.

최 의원의 ‘김무성 때리기’도 시작됐다. 다보스포럼에 참석하고 귀국한 23일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야당은 지금 경쟁적으로 인재영입을 하고 있는데, (이에 비해) 우리 여당은 조금 인재영입 노력이 부족하지 않으냐는 지적이 있다”고 말했다.

또 지난 25일 서울에서 대구·경북 언론사의 정치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선 “수도권의 신설·분구 지역(10곳 예상)에 새로운 인재를 영입하는 것은 상향식 공천과 상충되지 않는다. 정치에 있어서는 조화의 묘를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무성 대표가 공천과 관련해 3대 원칙으로 삼고 있는 100% 상향식 공천, 전략공천 불가, 인재영입 대신 인재추천에 대해 비판의 화살을 날린 셈이다.

김 대표도 이런 움직임을 경계하고 있다. 일단 여의도 정치로 복귀한 최 의원에 대해선 “정권의 막강한 실력자다. 서로 많은 대화를 해 의견을 조율하겠다”고 말했다. 이 때 까지는 김 대표가 돌아온 실세 최 의원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형성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곧 반전이 일어났다. 김 대표가 최 의원을 넘어 박근혜 대통령을 직접 비판하는 파격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26일 국회선진화법 제정과 관련해 “그 때도 우리 당내 거의 많은 의원들이 반대를 했는데, 당시 ‘권력자’가 찬성으로 돌자 반대하던 의원들이 모두 다 찬성으로 돌아버렸다”고 말했다. 2012년 5월에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주도로 국회선진화법이 통과된 상황을 놓고 ‘대통령 책임론’을 펼친 결과가 됐다.

김 대표는 또 자신이 험지 출마를 설득한 안대희 전 대법관을 공석 중이던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전격 임명했다. 그러자 친박계 홍문종 의원 등은 “최경환 의원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 아니냐”고 발끈했다.

4·13 총선이 끝나고 정치권 지형이 재편되면 김무성 세력과 TK-충청 연합세력이 차기 대선후보 자리를 놓고 격돌할 것임을 예고하는 징조들이다.
ilyo@ilyoseoul.co.kr 

류제성 언론인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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