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우리나라와 마카오 간의 조세정보교환협정 타결소식이 지난 24일 알려진 직후 재계가 불안에 떨고 있다. 수면 아래서 조용히 진행되던 도박수사 소식이 떠오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미 사정기관은 그동안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추가 증거확보에 나선 상태이며 이번 협약을 통해 그동안 지지부진하던 기업인 해외원정도박 수사도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일례로 S그룹 2세가 원정도박으로 30여억 원을 탕진한 것과 관련, 자료 확보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그 실체가 밝혀질 지 여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 외에도 L 기업 등도 수사대상에 오를 것이란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그 내막을 살펴봤다.
마카오 조세정보 교환협정 타결…떨고 있는 B·L사
검찰 수사 앞두고 주변인 소문 무성…설? 진실?
당시 수사로 화장품업체 ‘큰손’으로 불리는 A사 대표가 구속됐다. A대표는 100억 원대의 마카오 원정도박을 한 혐의다. 이와 함께 폐기물처리업체 B사 대표 임 모씨도 기소됐다. 그는 A대표와 같은 수법으로 도박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둘은 조직원에게 도박자금을 받고, 이길 경우 딴 금액에 일정 금액을 얹어 다시 돈을 주기로 했다.
본지도 [지령 1103호 - ‘조폭 연계’ 마카오 원정도박 풀스토리 “유명 스포츠 스타 3명 연루됐다”]와 [지령 1128호 - 검찰, 마카오 원정도박 수사 어디로 가나] 제하의 기사를 통해 당시의 수사소식을 전했다.
당시 본지와 접촉했던 수사관계자는 “출국할 때 외화 반출 한도에 걸리지 않기 위해 마카오에 만들어 놓은 페이퍼 컴퍼니로 거액을 빼돌린 뒤 이를 현금화해 카지노에서 마음껏 쓰는 수법으로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간 기업인들이 더 있다”며 조세협약이 이뤄지지 않은 국가라 수사의 어려움이 많다는 점을 토로했다.
이어 마카오를 직접 가지 않고 홍콩으로 입국해 배나 헬기를 타고 마카오로 들어간 경우도 있어 흔적을 추적하기도 쉽지 않았다고 했다. 이는 S기업 2세와 L기업 2세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당시 증권가 정보지에서는 S와 L그룹 2세도 해외원정도박에 나섰다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수사는 진행되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냈다. 일각에선 이들에 대한 증거가 부족해 공개수사를 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설명이 덧붙여지기도 했다. 여기에 갖가지 음모론도 판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서초동 주변 및 마카오 원정 도박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인사들에 따르면 S그룹 2세도 마카오 원정도박을 떠났고, 마카오에서 30여억 원이 넘는 돈을 탕진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를 두고 검찰이 수사를 하지 않는다는 소문과 함께 이 뒤를 봐주는 검찰 인사가 연루된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L기업도 마찬가지다. L기업 2세는 도박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몇 차례 도박장을 찾은 사실이 알려졌고, 이 과정에서 수억 원의 돈을 탕진한 것으로 알려진다. A대표와 함께 마카오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증언이 곳곳에서 나오기도 했다.
본지 취재 과정에서 만난 인사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A대표는 하루 먼저 마카오를 찾았고, 다음날 L기업 2세와 측근이 마카오를 방문했다는 증언을 확보할 수 있었다. S그룹 2세와 마찬가지로 국내에서 거액을 들고 나가지도 않았고 여권에는 홍콩에 입국한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았다.
또 해당기업에 홍콩 출국 여부에 대해 문의해도 “회사 공식업무로 나간 적은 없다. 다만 개인일정은 확인이 어렵다”는 말만 반복됐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홍콩의 경우 출입국할 때 여권에 도장을 찍어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 24일 우리나라와 마카오 간의 조세정보교환협정 타결소식이 알려지면서 이들에 대한 수사가 진행될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A대표의 경우에는 검찰에서 수사하지 않은 마카오 원정도박이 더 있다는 설이 지인들을 통해 흘러나오고 있어 추가적인 금액이 더 드러날 지, 아니면 ‘설’에 불과할 것인지에 대한 결말도 나올 것이란 추측이 나오고 있다. 마카오와 조세정보교환협정 타결됐던 것이 결정적이기 때문이다.
사정당국 총력수사설
한편, 마카오와의 조세정보교환협정 타결로 마카오 조세 당국이 갖고 있는 우리 국민과 기업의 금융·과세 정보를 직접 확인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2013년 역외탈세 방지를 위한 국제공조 일환으로 우리나라가 마카오에 협정 체결을 제안한 이후 2년여 만에 타결된 것.
향후 정식 서명·국회 비준 등의 절차를 거쳐 한-마카오 조세정보교환협정이 공식 발효되면 우리 과세당국은 마카오 과세당국이 보유한 우리나라 국민·기업의 금융·과세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필요하다면 상대국 세무조사에도 참여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출국할 때 외화 반출 한도에 걸리지 않기 위해 마카오에 만들어 놓은 페이퍼 컴퍼니로 거액을 빼돌린 뒤 이를 현금화해 카지노에서 마음껏 쓰는 원정 도박을 적발하기가 수월해진다. 지금까지는 한국 법인의 송금 기록, 출입국 일시, 목격자 증언 등의 정황 증거를 기반으로 도박 여부를 확인하고 자금 흐름을 추적했었다.
이와 관련해 문경환 기재부 국제조세협력과장은 “개인이나 법인에 이상 징후가 있으면 곧바로 마카오 과세 당국에 공조를 요청할 수 있기 때문에 도박이나 탈세 등 범죄 사실을 빠르고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면서 “정부는 다자 간 조세행정공조협약, 금융 정보 자동 교환 등 역외 탈세 방어망 구축을 위한 국제 공조를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현재 기업인 해외원정 수사와 관련 특별히 할 말이 없다”고 잘라말했다.
S, L 2세의 연루 혐의에 대한 물음에도 “사실을 확인해 줄 수 없다”고만 했다.
또 S, L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해보겠다”면서도 “개인적인 일이고, 중대한 사안이라 취재협조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내부적으로 논의를 해보겠다”고 덧붙였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