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분할·보험금 때문에? 돈에 눈 먼 비정한 아내
재산분할·보험금 때문에? 돈에 눈 먼 비정한 아내
  • 김현지 기자
  • 입력 2016-01-29 09:53
  • 승인 2016.01.29 09:53
  • 호수 1135
  • 2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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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에까지 스며든 ‘청부살인’

[일요서울 | 김현지 기자] 지난해 말부터 잇따라 발생한 ‘청부살인’ 사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이 사건들의 공통점이 청부업자 혹은 지인을 시켜 남편을 살해하게 한 ‘아내의 청부살인’이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40년 부부생활, ‘살인’으로 마무리?
심부름업체 해외 서버 두고 운영하기도


지난 1월 23일 알려진 ‘교통사고로 위장한 청부살인’은 자세한 내막이 알려지자 사회적 이슈가 됐다. 아내 A(여·45)씨가 지인을 시켜 남편을 살해하도록(살인교사 혐의) 했는데, 지인 역시 남편과 10년 간 알고 지낸 사이였기 때문이다.


경기 시흥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월 22일 오후 11시57분께 시흥시 금이동의 이면도로에서 A씨의 남편은 원인 모를 교통사고를 당했다. 다른 차량이 남편의 차를 들이받은 사건으로, 남편은 이 사고로 숨졌다.


당초 경찰은 이 사고를 뺑소니 교통사고로 간주하고 수사에 나섰다. 하지만 확보된 CCTV영상을 통해 사고 차량이 남편 뒤에서 급가속하는 것을 보고 이상한 점을 감지, 이를 살인 사건으로 분류해 수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사고를 낸 차량의 주인이 남편의 10년지기 지인이자 A씨와도 아는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져, ‘청부살인’의 배경에 궁금증과 각종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지난달 27일 경찰은 A씨가 2003~2004년 남편 명의로 6개의 보험에 가입했고, 2014~2015년에는 상해보험 5개를 추가로 가입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총 11개의 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이번 사건의 배경으로 ‘보험금을 노린 살인사건’으로 좁혀지고 있다.


만일 남편이 뺑소니 사고로 사망했을 경우 A씨가 받는 보험금은 총 16억2200만 원. 이 때문에 그간 A씨가 청부살인의 원인으로 ‘남편 몰래 진 빚 때문에 겁이 났다’는 진술은 거짓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경찰은 보험사에서 관련 자료를 받은 뒤 보험 가입 이유 등을 다시 조사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23일 낮 12시43분께 A씨가 지인을 시켜 고의 살인에 가담한 것으로 보고 긴급 체포했다”고 밝혔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자신의 범행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응급업체 직원이?

지난해 말 발생한 사건도 이와 유사하다. 이혼 이후 재산분할 소송 중 전 남편을 청부살해한 혐의(살인교사)로 붙잡힌 B(여·63)씨의 경우다.


지난해 12월 17일 충남 천안서북경찰서는 청부업자들에게 전 남편을 살해하도록 주문한 B씨와 살해하고 사체를 암매장한 이들에 대해 구속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2014년 4월3일 B씨는 경기도 용인지역의 한 커피숍에서 민간응급업체 이송직원에게 ‘남편을 평생 못 나오는 곳에 넣어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B씨는 이 직원에게 사례비로 5000만 원을 약속했다. 이후 B씨의 부탁을 받은 직원이 자신의 지인들과 함께 ‘일’을 처리했다. 이들은 2014년 5월12일 오전 5시께 B씨의 경기도 양주시 야산에서 남편을 살해하고 매장했다.


B씨의 살인교사 혐의 배경으로 ‘재산’이 지목되고 있다. B씨 부부는 40년 넘게 결혼생활을 해왔는데, B씨 전 남편이 20억 원에 달하는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특히 청부살인을 하던 당시 이들은 이혼 후 재산분할 소송을 진행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재산을 노린 청부살인 아니냐는 목소리가 지배적이었다.

이메일로도

그간 불법 심부름업체의 문제로 치부됐던 ‘청부살인’이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엔 법망을 피해 해외에 서버를 둔 사이트나 이메일 계정을 이용하고 있어, 더욱 문제라는 지적이다.


통상 포털 사이트에 검색되는 심부름업체는 ‘일반적인’ 심부름을 한다고 알려졌다. 한국에 서버를 두고 운영되기 때문에 법망을 피해갈 수 없다는 분석이다. 물론 간혹 일반 심부름업체에서도 ‘비밀스러운 일’을 처리해준다고 광고를 하며, 범법행위까지도 할 수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지만 실제로는 어렵다.


최근엔 이메일로 불법 영업을 하는 심부름업체까지 등장했다. 실제로 싸이월드 클럽이나 카페, 블로그엔 ‘불법심부름업체 광고’글이 버젓이 올라온다. 광고글의 요지는 ‘비밀스러운 일까지도 처리해준다’였지만, 실제 관련 메일로 문의를 하니 “비밀스러운 일들을 처리해준다는 일반 심부름센터와 달리, 우리는 업체가 공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모든 일들’을 처리할 수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청부살인’을 적시하진 않았으나 법에 어긋나는 ‘모든 일들’에는 살인 역시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특히 이런 실체가 없는 불법 업체의 경우, 해외 메일 계정을 이용하기 때문에 단속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이 업체 역시 광고 글에 올린 메일 주소는 ‘다음(daum.net)'을 이용하고 있었지만, 실제로 문의가 가능한 2차 메일 주소는 ‘야후(yahoo.co.kr)’였다. 이 업체 관계자는 “자신들의 해외 계정 메일 주소는 한국인의 힘이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비밀보장이 확실하다”는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런 문제에 대해 일각에선 한국인들이 주로 사용하는 서버가 있는 외국과 공조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yon88@ilyoseoul.co.kr

김현지 기자 yon88@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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