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출신 윤은혜가 연기자로서 성공적인 변신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MBC 수목드라마 ‘궁’은 대한민국을 입헌군주제 국가로 가정하고, 황태자(주지훈)와 일반고교생(윤은혜)이 정략결혼을 하게 되면서 윤은혜의 좌충우돌 ‘궁’ 생활기를 그리는 드라마다. 특히 이 드라마는 인기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어 드라마 촬영 전부터 네티즌 사이에서는 관심이 뜨거웠다. 때문에 여주인공 ‘채경’ 역에 연기 경험이 전혀 없는 가수출신의 윤은혜가 캐스팅됐다는 사실에 대해 인터넷상에서 한바탕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이 열리고 난 뒤, 드라마에 대한 논란은 ‘탄성’과 ‘칭찬’으로 바뀌었다. 우선 드라마는 영화같은 빼어난 영상미와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 ‘가례식’을 화려하게 재현하면서 시청자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또한 김혜자, 강남길 같은 중견급 연기자들과 윤은혜, 주지훈, 송지효 같은 신인급 연기자들이 동시에 포진하면서 신선함과 중후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게 해주었고, 신세대부터 아버님 세대의 시청자들까지 골고루 만족시키고 있다.
# 씩씩한 터프걸
특히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윤은혜의 캐스팅 문제에 대해서는 이제 ‘칭찬’하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는 중이다. 극중 발랄하고 통통튀는 ‘채경’ 역이 밝고 건강한 이미지의 윤은혜에게 너무 잘 어울린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것이다. 극중에서는 라이벌 관계에 있는 ‘효린’ 역의 송지효 역시 윤은혜를 두고 “편견만 없으면 ‘채경’ 역은 윤은혜에게 적역”이라고 칭찬했고, 극중 황태후로 나오는 김혜자 역시 “실제 윤은혜의 철부지 같은 행동이 역할에는 잘 어울린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서는 네티즌들의 의견도 비슷했다.
한 네티즌은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윤은혜의 연기가 생각보다 자연스럽다”면서 “아직 조금 미숙한 부분이 보이기는 하지만 드라마의 흐름을 훼손시키는 정도는 아닌 것 같다”고 윤은혜의 연기력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네티즌은 “밝고 귀여운 ‘채경’의 이미지가 실제 윤은혜의 성격인 것 같다”면서 “몇회의 드라마를 보고 나니 이제는 윤은혜 이외에 다른 사람은 그 역을 못할 것 같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사실 기자들 사이에서도 실제 씩씩하고 명랑한 성격의 윤은혜가 극중 ‘채경’의 모습과 매우 흡사하다고 말할 정도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극중 배역과 실제 윤은혜를 혼동할 정도로 자연스러운 것은 바로 그녀의 ‘밝고 씩씩한 건강미’ 때문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 카메라 앞에서도 당당
밝은 성격 이외에 윤은혜는 이미 인기가수로서 많은 무대에 서봤다는 점도 장점이 되고 있다. 윤은혜는 다른 신인들보다 카메라 앞에서 자연스러운 표정과 행동, 그리고 자신감까지 묻어 나오고 있어 연기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윤은혜 측의 한 관계자는 “연기는 신인이지만, 아무래도 방송 경력이 많으니까 카메라 앞에서 행동하는 게 다른 신인 연기자들 보다 자연스럽다. 이런 점들이 연기하는데 있어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궁’의 황인뢰 감독마저 웬만한 신인들은 생각도 할 수 없는 ‘에드리브’를 윤은혜에게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믿고 맡기고 있는 상태다. 윤은혜의 연기와 드라마 ‘궁’에 대한 ‘사랑’ 역시 윤은혜의 연기 변신에 한몫 톡톡히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처음 도전하는 연기에 대해 논란과 비난이 많았지만, 이러한 시선에 흔들리지 않고 확고히 자신의 신념대로 행동하는 윤은혜의 연기 열정이 그것이다. 또한 연일 계속되는 촬영 때문에 많이 피곤한 상태지만, 본인 한명 때문에 다른 스태프들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기 위해 ‘건강 챙기기’에도 특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고 한다.
# 드라마에 대한 애착 깊어
특히 윤은혜의 드라마 사랑이 눈에 띄는 부분이 또 하나 있다. 평소 미술에 관심이 많았다는 윤은혜가 ‘궁’ 방송 도중 나오는 자막을 자신이 직접 쓰고 있다는 것이다. 이 자막은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글씨가 너무 귀엽고 깜찍하다”면서 화제가 되고 있을 정도다. 이렇게 드라마 곳곳에 윤은혜 본인의 사랑이 가득 담겨 있으니, 드라마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지난 1999년 열 여섯의 어린 나이로 5인조 여성 그룹 베이비복스에 합류하면서 연예계에 첫 발을 들여놓은 윤은혜. 그녀는 6년간 베이비복스의 멤버로 활동하면서 가수로서 화려한 전성기를 맞았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그 화려한 생활을 접고, 드라마 ‘궁’과 영화 ‘카리스마 탈출기’를 통해 새로운 분야인 ‘연기’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일단은 안정적인 시청률과 연기력 면에서 합격점을 받고 있지만, 이제 드라마가 초반부인 만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하지만 “연기자로서는 아직 신인이기 때문에 부족한 부분은 차츰 고쳐나갈 것이고, 다행히도 역에 잘 어울린다는 소리를 듣고 있지만, 나중에는 연기가 많이 늘었다는 소리를 들으면 좋을 것 같다”고 당차게 말하는 윤은혜. 드라마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될 것 같았던 그녀의 연기력 논란이 가라앉으면서 드라마는 앞으로 좋은 평가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갖게 된다.
김민주 kimm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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