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그들을 집중 견제 관리하는 차원에서 ‘김혁규 총리론’을 공공연하게 퍼뜨리고 있다. 김혁규 전경남지사는 차기 대권 주자이지만 아직 우리당 당내 기반이 취약하기 때문에, 노 대통령 입장에서는 세 강력한 대권주자를 이중삼중으로 관리한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총선 직전에 경남지사와 한나라당을 포기하고 우리당으로 들어간 김혁규 전 지사에 대해 한나라당의 반발은 거세다. 또한 민주노동당이나 상당수 시민단체도 그의 반개혁적 보수 성향 때문에 반대하고 있다. 이런 반발에도 불구하고 노 대통령이 김혁규 총리론을 밀어붙이는 이유에 대해 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는 문희상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노 대통령은 CEO형 총리에 기울어져 있다. 그리고 지역구도 타개에 종교적 신념에 가까운 열정을 가지고 있기에 더욱 더 김 전지사에 매달리는 것이다. 이는 지방분권시대에도 어울린다. 김 전 지사는 도지사로서 행정능력을 인정받았고, 노 대통령이 최우선 가치로 여기는 먹고 사는 문제에 최적임자”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표면상의 이유일 뿐이고, 실제 우리당 안팎에서는 노 대통령과 김혁규 전지사간의 ‘밀약’이 자주 회자되고 있다. 즉 노 대통령은 이미 김 전지사에 대해 오래 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작년 말 김 전시사가 입당하기 전에도 자주 독대하면서 향후 정국구상을 공유했다는 것이다. 이는 김 전지사가 6·5 보궐선거를 앞두고 부산 경남 지역을 순회하면서 “부산 경남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노 대통령이 엄청난 선물을 줄 것이다. 주요 요직에 경남인이 대거 포진할 것”이라고 말한데서도 알 수 있다. 열린우리당의 가장 강력한 차기 대권 후보는 역시 정동영 김근태 의원이다. 이들은 노 대통령의 견제 의중과 자신들의 ‘행정 능력 필요’ 욕구에 의해 입각이 기정사실화되었다. 그런데 이번에 소폭 개각이 결정되면서 문제가 생겼다.
여권 소식통에 의하면 이번에 통일, 보건복지, 문화관광부 세 곳만 교체한다고 한다. 게다가 물러나기로 확정된 고건 총리가 임명 제청에 동의하지 않고 있어 그 개각 폭의 시기와 폭이 어떻게 될지 의문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정동영 의원측과 김근태 의원측의 눈치작전에 대한 비판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들의 입각 문제에 정통한 한 측근은 “둘 다 장관 자리에 대한 전문가적 식견이나 봉사보다는 일종의 대권 주자 후보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이 측근은 또 “둘 다 통일부 자리를 원하고 있는데, 통일부는 사실 손해볼 게 없는 자리이다. 남북 관계의 특성상 나빠진다고 해서 통일부를 탓하지는 않는다. 반면 좋아지면 칭찬받는 자리다”며 두 사람이 통일부 자리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이유를 설명했다.
보건복지부 자리를 둘 다 회피하는 이유에 대해 “국민연금, 의약분업 등 숱한 지뢰가 놓여 있다. 통일부와 반대로 복지부는 잘해야 본전일 것”이라고 말해, 두 사람의 속내를 설명했다. 이런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듯 지금 양측은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원래 입각을 결정하고 통일부총리를 원한 사람은 김근태 의원 쪽이었다. 그런데 한참 뒤에 정동영 의원 쪽이 입각을 결정하고 통일부총리를 기정사실화하니 김근태 의원 쪽에서는 마치 ‘기 싸움’에서 밀리는 듯하게 보여 몹시 불쾌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모든 언론이 비판하고 있다. 장관 자리를 고도의 전문성이 아니라 ‘정치적 결정’으로 흥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복지부장관 자리는 여권 내에서 김홍신 전의원 같은 최고의 전문가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정치적 차원에서 이 분야에 대해 비전문가인 김근태 의원과 정동영 의원이 회자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여권 안에서 이런 사정에 대해 비판의 움직임도 높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해양수산부 장관 7개월을 거친 것이 대권 후보 이미지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해서 대권 주자가 앞다투어 입각을 희망하고 있는데, 이들은 시대가 바뀐 것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전문성 없이 그저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 입각하려고 하면 예상과 달리 역풍에 휘말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상봉 pneuma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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