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문을 일으켰던 스타들의 명확한 컴백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그들의 연기가 어떤 평가를 받을지 귀추가 주목된다.과거 마약복용과 위안부 누드, 카지노 도박 등 공인으로서 사회에 큰 물의를 일으키고 방송활동을 중단했던 성현아, 이승연, 신정환 등 스타들이 컴백했다. 이들의 컴백 시기도 비슷하다. 이렇듯 한꺼번에 문제의 연예인들이 TV에 등장하기 시작하자, 이들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 역시 높지만 톱스타들의 복귀가 그리 반갑지 만은 않다. 이들이 지은 죄질(?)의 강도와 자숙의 시간이 다른 만큼 컴백에 대한 의견도 분분한 실정이다.
성현아 “연기력 탁월했다”
성현아가 컴백했다. 지난달 24일 SBS 금요드라마 ‘어느날 갑자기’를 통해 5년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했다. 지난 2002년 3월 마약복용 파문으로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며 방송을 중단했지만, 그녀의 복귀는 낯설지만은 않다. 그리고 대중들의 반발도 그리 심하지 않고, 네티즌들 역시 성현아에 대해서는 관대한 편이다. 그 이유가 뭘까. 일단은 성현아는 그동안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주홍글씨’, ‘첼로’, ‘연애’, ‘손님은 왕이다’ 등 영화에 연달아 출연하면서 대중들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을 했고, 그녀가 연기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보여줬다. 또한 엑스터시 복용 파문이 지난 2002년 3월이었으니까, 그로부터 지금까지 5년이라는 시간 동안 나름대로 자숙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 또한 대중들을 관대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시청자들이 그녀의 과오를 눈감아 주려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그녀의 ‘연기력’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첫 방송이 나가고 난 뒤 시청자들은 “성현아씨 연기하는 걸 보니, 그냥 묻혀버렸다면 아까웠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현아씨 연기에 깊이가 있다”, “성현아씨 연기에 빠져들 것 같다”면서 과거는 이제 덮어주자는 의견을 보였다. 또한 지금까지 영화에서 그녀가 맡아왔던 역할들이 대부분 섹시한 요부와 어두운 내면 연기를 필요로 하는 역들이었다. 이번에 안방 복귀작인 ‘어느날 갑자기’에서 성현아가 맡은 역할 역시 비련의 여인이다. 실제 아픔을 겪었던 성현아의 과거와 배역의 느낌이 비슷해 시청자들이 쉽게 공감대를 형성 할 수 있어 반발감이 덜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성현아는 복귀 기자회견에서 “복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으나, 연기자가 좋은 작품에서 연기하고 싶은 게 당연하다”면서 “복귀가 조심스러우면서도 연기는 하고 싶다”고 연기에 대한 열정을 보였다.
이승연 “얼굴 보기 부담스럽다”
지난 2004년 2월 ‘위안부 누드 파문’으로 한동안 브라운관을 떠났던 이승연도 복귀했다. SBS 드라마 ‘사랑과 야망’에서 미자(한고은)가 영화배우로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의상 디자이너 혜주 역을 맡은 것. 지난달 25일 첫 방송을 탄 이승연에 대해서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영 시원치 않다. SBS 시청자 게시판에서 이승연에 대한 글들은 대부분 “연기를 잘해도 보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이승연의 방송이 나간 며칠 뒤인 3·1절을 계기로 시청자들의 이승연에 대한 반응은 더욱 격해졌다.
시청자들 중의 상당수는 “이승연씨가 왜 TV에 다시 나오는지 모르겠다. 출연진을 교체해달라”, “연기를 하는 것이 뻔뻔하고, 보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왜 이렇게 이승연에 대해서는 반응들이 안좋은 것일까. 우선, 이승연이 반성하면서 자제했다고 말하는 2년간의 시간이 그녀가 지은 죄에 비해 상당히 짧다는 느낌이다. 지난 2004년 ‘위안부 누드 사건’은 단지 해당 연예인의 ‘불법행위’가 아니었다. 민족의 치부를 들춰서 개개인의 사리사욕을 챙기려 했다는 데서 그 비난의 강도가 다른 연예인들과 많은 차이를 보인다. 지난 2년 동안 이승연은 나름대로 봉사활동도 하고, 자신의 개인사업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간 중간 김기덕 감독의 영화 ‘빈집’을 찍기도 했고, 다른 드라마의 출연 여부가 논의되기도 했다.
즉, 시청자들은 이승연이 반성의 기미를 보이기보다 기회만 되면 언제든지 컴백을 하려 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 것이다. 또 한 가지 2년만에 드라마에 컴백한 이승연의 연기에 대해서도 그리 만족할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SBS 시청자 게시판을 통해 시청자들은 “이승연씨의 연기는 너무 부자연스러웠다”, “연기력이 부족한 것은 용서가 되지만, 국민들과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그런 상처를 주고도 나올 생각을 한다는 게 한심스럽다”며 “그냥 자숙의 시간을 갖고 조용히 살아달라”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한 시청자는 “이승연씨 연기와 최진실씨 연기의 가장 큰 차이점은 얼마나 자신의 마음을 비우고 ‘올인’ 했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최진실씨의 연기에 시청자들이 열광했던 이유는 90% 자신의 마음을 비우고 연기를 했다는 것인데, 이승연씨는 드라마가 60년대 배경인데도 불구하고, 90년대 패션으로 등장해 자신이 아직도 톱스타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 너무 부담스럽다”며 비판했다. 시청자들의 이러한 악플과 비난에도 불구하고, 대장정의 드라마에서 이승연이 어떤 연기를 보여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신정환 “방송복귀 너무 이르다”
지난해 11월 도박혐의로 물의를 빚고 활동을 중단한 가수 겸 MC 신정환도 방송에 복귀한다. 신정환은 지난달 23일 서울 여의도 KBS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KBS 2TV ‘상상플러스’ 녹화에 출연했으며, 24일에는 사이판에서 진행된 KBS 2TV ‘해피투게더’의 ‘여걸식스’ 특집 촬영에도 참가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시청자들의 반응은 “아직 너무 이르다”라는 의견이 많다. SBS 시청자 게시판에는 “아무리 죄의 경중이 차이가 있다고 하지만, 분명히 공인으로서 죄를 지었는데 어떻게 3개월만에 컴백을 하느냐”면서 “그 시간에 얼마만큼의 반성을 했을지 궁금하다”고 비아냥 거렸다. 또한 한 시청자는 “상상플러스의 주요 시청자층이 청소년인 것을 감안할 때, 인기가 있다고 죄를 지은 사람을 다시 쓰는게 이해가 안된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에 대해 신정환은 “다시 태어나는 마음으로 그냥 먼저 매를 맞고 싶었다”며 “다시 열심히 산다는 말을 듣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방송 복귀의 의지를 드러냈다. 신정환의 방송복귀가 이렇게 빨리 이루어진 것은 탁재훈을 비롯한 동료 연예인들의 힘이 매우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신정환의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여론도 생각보다는 크게 나쁘지만은 않았던 것도 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 같다. 하지만 오락 프로그램에서 자신이 죄를 짓고,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전달할 수 있을까. 이 부분이 신정환의 복귀 성공여부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이 되지 않을까.
모호한 컴백 기준 도마위에
성현아, 이승연, 신정환 등 과거 크게 사회적 비난을 받았던 이들이 속속 컴백하면서 이들에 대한 명확한 ‘컴백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스타들의 컴백 시기는 물의를 일으켰던 해당 연예인이 결정한다. 물론 여론을 의식하기는 하지만, ‘물에 물탄듯 술에 술탄듯’ 대중들 속으로 파고 들고 있다. 영화는 관객들이 보고 싶지 않으면, 극장에 가지 않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공중파 TV는 다르다. 보고 싶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TV에 해당 연예인이 나오는 것을 지켜보게 되고, 판단력이 부족한 청소년들까지도 쉽게 해당 연예인을 접할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은 해당 연예인들도 알고 있고, 이들을 받아들이는 방송사들도 알고 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명확한 사회적 기준이 없다는 이유로 누구는 5년, 누구는 2년, 누구는 3개월 만에 방송으로 다시 돌아온다. 이들이 높은 인기를 누리던 톱스타가 아니라 일반인이었어도, 이렇게 관대하게 봤을까에 대한 물음도 이어지고 있다. 앞으로도 톱스타들이 대중들의 비난을 받을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언제든지 제2의 성현아, 이승연, 신정환이 나올 수 있다. 언제까지 이들의 ‘은근슬쩍 컴백’을 지켜봐야 하는 것일까. 그 답은 문제를 일으킨 해당연예인들과 이들을 받아주는 방송사들에 달려 있는 듯 싶다.
김민주 kimm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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