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박시은 기자] 숙박 애플리케이션업계의 1,2위를 다투는 ‘야놀자(대표 이수진)’와 ‘여기어때’가 홍보 스티커 훼손 여부를 놓고 시시비비를 가리고 있다. 여기어때를 운영하는 위드이노베이션(대표 심명섭·이하 여기어때) 측은 “야놀자 관계자가 여기어때가 특허 개발한 홍보 스티커를 두 차례에 걸쳐 훼손시켰다”고 주장한다. 또 “야놀자 측에 내용증명을 보냈으나 묵묵부답”이라고 밝혔다. 반면 야놀자 측은 “내부 확인 결과 이러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이다. 양사의 갈등이 깊어지면서 이번 논란은 법정다툼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졌다.

여기어때 “조직적 움직임 증거 확보했다”
최근 호텔 및 모텔 등을 예약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O2O(온·오프라인 연결) 숙박 애플리케이션 시장이 커지고 있다. 특히 ‘야놀자’와 ‘여기어때’는 단순히 시장을 연결시켜주는 것에서 벗어나 새로운 서비스와 접근성을 높이는 방법을 이용해 규모를 키워가고 있다.
야놀자의 경우 모텔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없애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일례로 중소형 숙박업소를 대상으로 하는 ‘몰카안심존 인증 프로젝트’는 이용자들이 안심하고 업소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기존 모텔의 합리적인 금액과 호텔의 시설, 게스트하우스의 독특한 테마를 조합한 ‘코텔(KOTEL)’은 호텔과 모텔로 양분화된 국내 숙박업 형태의 틈새시장을 공략해 눈길을 끌고 있다.
후발주자로 나선 여기어때는 수수료 0%의 예약 기능을 갖춘 ‘바로예약’ 서비스를 통해 중소형 숙박업소들과의 상생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용자에겐 편리성과 새로운 문화를 제공하고, 업소에는 수익을 주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이 결과 국내 숙박시장은 10조 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대형 투자자들도 나타나 업계 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야놀자는 100억 원, 여기어때는 13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마케팅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야놀자와 여기어때 간에 홍보 스티커 훼손 여부 진실공방이 벌어져 이목을 집중시킨다. 지난해 2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여기어때의 홍보 스티커가 훼손됐는데, 야놀자 측의 조직적인 행동으로 벌어진 일이란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논란이 된 홍보 스티커는 여기어때 서비스를 사용하는 이용자가 객실 내부나 프론트에 있는 QR코드 형태로 제공된 혜택존 스티커를 촬영할 때 숙소 예약이나 기프티콘 구매에 쓸 수 있는 현금포인트를 제공하는 서비스로 이용되고 있다. 여기어때 측은 제휴를 맺은 숙박 업소에 ‘혜택존 스티커’를 붙여 서비스를 제공한다. 해당 스티커는 여기어때가 6개월 동안 2억 원을 들여 개발했으며, 특허도 출원했다.
그런데 지난해 2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서 혜택존 스티커가 사라지는 일이 발생했고, 여기어때 측은 해당 사건의 주도자를 야놀자로 지목하고 있다. 한 제휴 업주로부터 “야놀자 직원들이 혜택존 스티커를 떼갔다. 다시 붙여달라”는 요청을 받고 확인한 결과란 주장이다.
이미지 타격 우려도
여기어때의 한 관계자는 “해당 스티커는 숙소 예약과 현금포인트 등 금전적인 서비스 부문이기 때문에 도난, 훼손방지를 위해 위치추적 기능이 실행된다. 훼손된 스티커에 대한 위치를 추적했을 때 야놀자 사옥에서 위치가 확인된 바 있다”고 밝혔다.
또 “제휴점 CCTV 확인 결과 야놀자 직원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찍혀 있었다”며 “당시 제휴 업소의 직원이 야놀자 직원에게 ‘왜 스티커를 뜯어가냐’고 물었을 때, ‘여기어때 측으로부터 허락을 받았다’고 거짓말을 했다는 증언도 확보했다”고 주장한다.
그는 “현재 정황 추정이 아닌 실질적인 추적을 통해 제휴점에 부착된 스티커 훼손 상황을 파악한 상태”라면서 “지난해 2월 있었던 훼손 사건에 대해서 용서란 결정을 내렸었는데 같은 일이 재발된 점, 특히 다수의 인원을 조직적으로 업무시간에 동원해 스티커를 훼손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여기어때는 야놀자 측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내용증명을 발송한 상태다.
여기어때 측은 “내용증명을 발송한 지 일주일가량이 지났다. 야놀자 측은 언론을 통해 해당 내용을 부정하고 있지만 정작 우리는 어떤 공식적인 답변도 받지 못한 상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건이 알려지면서 양사의 싸움으로 비춰지고 있는데, 우리는 잘잘못을 따지며 싸우자는 것이 아니다”며 “이번 사건에 대한 잘못을 야놀자 측이 어떻게 사과할 것인가의 문제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여기어때 관계자는 “야놀자 측의 향후 태도에 따라 여기어때의 대응도 달라질 것”이라며 “지난해 2월 처음 이 문제가 일어났을 때 야놀자 측에서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기 때문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지만 같은 문제가 다시 일어났고, 이에 대한 제대로 된 사과가 없다면 영업방해, 재물손괴죄 등에 대한 내용의 소송도 진행할 계획이다. 또 공정거래위원회 제소 등에 대한 계획도 있다”고 밝혔다.
여기어때 측이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야놀자 측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지만 여기어때의 혜택존 스티커를 훼손시킨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으며, 훼손한 일도 없다는 것이다.
다만, [일요서울] 측이 여기어때 측에서 보낸 내용증명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과 이번 사안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에 대한 질문에는 “담당자에게 연락하도록 전하겠다”는 답변만 남겼다.
한편, 이번 사건으로 업계 이미지 타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1, 2위를 다투는 경쟁업체 간의 진실공방이 법정다툼으로 이어질 경우 양사 모두 이미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