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개봉을 앞두고 바쁜 홍보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이성민은 “직장인 된 것 같다. 3일째 인터뷰를 하고 있다”며 부쩍 바빠진 일정 덕분에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더욱이 지난 20일 삼청동 한 카페에서 [일요서울]을 만난 시간대가 이른 아침이라는 점도 그의 푸석한 표정에 한몫했다. 하지만 그는 단순히 일정뿐만 아니라며 주연 배우로서 개봉을 앞두고 어떻게 봐주실까, 영화가 잘 될까 하는 걱정에 최근 잠을 제대로 못잘 정도로 걱정이 앞선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소재에 도전한다는 점에서 수많은 궁금증을 갖고 있었다.
이성민은 “다들 잘 봤다고는 하는데 실제 관객들의 반응을 알 수 없어 궁금하다”면서 “로봇이라는 소재가 이색적이었다. 영화가 어떻게 나올지 상상도 못했다. 원래 좀 더 슬펐다. 하지만 지금은 경쾌해 졌다. 기술 시사 때는 왜 그렇게 했을까 의문도 들었지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이유에 대해 이해를 했고 뒤에 더 연기가 남아 있다는 생각도 했지만 그게 미덕인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당초 시나리오보다 절제된 감정 덕분에 개봉을 앞두고 감독님과 서로 ‘못 되면 내 탓, 잘되면 니 탓’이라고 농담을 주고 받는다며 “아빠인 ‘해관’을 연기하는 데 있어 실제 딸이 있어서 그 감정을 쉽게 이해하고 몰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더욱이 사춘기 딸이 있는데 그 아이를 키우는 과정, 성장하는 과정을 보면서 느끼는 것들이 투영됐다는 게 그의 솔직함이었다.
이성민은 “딸을 키우는 부모로서 극중 ‘해관’의 방식이 문제가 있지만 그게 부성이고 아빠의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연기를 시작할 때 반대가 심했다는 이성민은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부모님이 원하는 인생으로 살진 않겠죠. 연기보다는 딴 것을 해보고 싶다. 연기는 이제 지긋지긋하고 그냥 농사도 지어보고 싶고 기술자도 되보고 싶다. 머리 안 굴려도 되는 정직한 직업, 땀을 흘리는 직업에 종사하고 싶다”고 전했다.
자신의 딸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성민은 “(내가) 금방 싫증을 잘 내는 편이어서 우리 애는 안 그랬으면 좋겠지만 뭔가 배운 듯하면 관두고 해서 딸아이의 인생이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면서도 “그래도 연기를 할 거냐고 물으면 ‘싫다’”고 대답해 안심한다고 털어놨다.
그는 딸이 뭘 하든간에 놔둘 생각이라면서도 “반대하는 직업은 있다. 연기나 그와 관련된 일이다. 너무 힘든 길임을 아니깐 안 했으면 좋겠다. 아내도 무용전공이라 무용하기 싫어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그저 평범한 아버지이자 평범한 직장인일 뿐이라고 설명하는 이성민는 “평소 무언가에 큰 애착이 없는 편이지만 연기는 늘 가지고 있는 부족함 때문에 계속할 수 있는 것 같다. 아쉬움이 보이면 다시 한 번 해보고 싶은 마음처럼, 근본적으로 이 일이 나의 생활이기도 하고 일에 대한 애정일 수도 있고 실망하면 못할 수도 있는데 도전을 하는 이유는 부족함에서 비롯된다”면서 “연기도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간 연극 작품 출연 횟수도 많았다. 하지만 쉰다, 여행 간다는 것에 대해 이해를 못했다. ‘맨날 노는데 해야지’ 그랬던 것 같다”며 끊임없이 한 길을 달려온 이유를 풀어놨다.
더욱이 그는 드라마 ‘미생’을 촬영하면서 “일반 직장인들이 대단한 사람들이라고 느꼈다. 우리(연기자들)는 거저 사는구나 라고 생각할 정도였다”고 스스로 특별한 사람이 아님을 재차 강조했다.

특히 그는 “많은 분들이 알아본다는 건 많은 불편함이 있다. 대중들이 이제 좀 익숙해진 것도 같고 이에 맞춰 조심하는 부분도 있다. 함부로 짜증도 못 낸다”며 “특별하고 싶지 않은 이유도 있고 그 동안 살아왔던 생활 패턴이 있다. 지금 환경이 확 바뀐 것에 적응하는 단계인 것도 있지만 편한 것을 바꾸고 싶지 않다”고 전했다.
그는 또 “맨날 김치하고 수제비만 먹고 살다가 메뉴가 스테이크로 바뀌었다고 해도 젓가락이 잘 가지 않는 것과 같다. 이렇게 나는 의식하지 않는데 주변에서 괜히 불편해하고 어려워하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번 영화에 대해 이성민은 “캐스팅되고 ‘해관’을 연기하면서 주인공이 됐다는 생각은 없었다. 촬영 때도 큰 부담이 없었고 크든 작든 연기하는 것은 똑같다”면서도 “개봉을 준비하고 알려지면서 책임감이 확 느껴지기 시작했다. 잠을 계속 제대로 못자고 피곤하고 소화도 안 되고 묘한 불안감과 스트레스가 있다”며 막중함 책임감이 든다고 전했다.
더욱이 그는 “해내야 하는 몫이고 해야 하는데 정말 이렇게 내가 말을 많이 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며 “어린 친구들이 대단한 것 같다. 젊은 친구들은 얼마나 힘들겠냐”고 혀를 내둘렀다.
큰 부담감에도 불구하고 이성민은 “관객들에게 생각보다 재미있다, 슬프다, 괜찮다라는 평가를 듣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으로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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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촬영=송승진 기자>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