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 정치이야기-35]千·安·文 수 싸움, 누가 최종 웃나
[알쏭달쏭 정치이야기-35]千·安·文 수 싸움, 누가 최종 웃나
  • 일요서울
  • 입력 2016-01-25 09:53
  • 승인 2016.01.25 09:53
  • 호수 1134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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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열’을 통해 야권 새로운 질서 창출해야
- 천정배 '캐스팅보트' 역할, 주목해야


총선이 3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그런데 아직도 선거구 획정이 이루어지지 않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싸우려는 전사는 있는데, 싸울 장소가 사각의 링인지, 옥타곤인지 정해지지 않은 것이다. 정치가 무책임한데 그 무책임을 탓할 주체도 마땅치 않다. 정치의 실종, 정치의 총체적 위기 상황이다.

이러한 틈을 타 박근혜 정부는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을 ‘최종적’ ‘불가역적’으로 일본의 아베 정부와 해결했다고 선언했다. 해가 바뀌어서는 한 술 더 떠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행동에 나섰다. 경제계가 주도하고 있는 소위, 경제활성화 법안 조속 입법을 위한 ‘민생구하기 입법 촉구 천만 서명운동’에 동참하여 서명을 한 것이다. 한 나라의 최고 권력자이자 국가원수인 대통령이 입법부를 압박하기 위해 돌출행동에 나선 것이다.

정부.여당이 이러한 상황임에도 이를 막아내고 견제해야 할 야당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보이지 않는다. 같은 당내에 있을 때에는 끊임없이 계파싸움을 해대더니, 당을 달리해도 그 싸움의 본질은 바뀌지 않고 있다. 사람을 더하고 빼고 줄 세우면서 오로지 대권행보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개혁과 혁신은 말뿐이고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

야당을 구성하는 기본골격인 민주, 진보, 개혁적 가치는 그 근본부터 무너져 내리고 있으며, 야권의 심장이라는 광주는 이미 오래전에 그 기능이 멈춰 있다. 야권 전체 곳곳에 곪아터진 생채기는 단순한 봉합수술이 아닌 외과적 수술을 필요로 하고 있지만, 혈액형도 다르고 수술방법도 옳지 않은 돌파리 의사에 의해 생채기를 이리저리 전이시키고 있는 형국이다. 주요 야권은 생채기를 대충 안 보이게 봉합하는 것으로 어물쩡 넘어가려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손에 의해 서서히 죽어가고 있는 것이 현재 우리나라 야당의 현실이다. 야권의 근본적인 재편이 필요한 이유이다.

작년 4월 이러한 야권의 모습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생각으로 20년간 정치를 함께했던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하여 혈혈단신 광주 보궐선거에 출마한 사람이 천정배 의원이다. 그러한 그를 기꺼이 보듬어준 것이 광주의 민심이었다. 광주민심이 천정배를 선택했던 것은 그를 통해 야권의 새로운 정치질서를 만들어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천정배는 당선 후에 자신의 역할을 다음과 같이 규정했다. ‘한국정치의 전면적 재구성’ ‘호남개혁정치 복원’ ‘뉴 DJ들을 많이 발굴하여 야권의 총선승리 주도’ 그리고 이를 통한 ‘정권교체’였다. 천정배를 통해 나타난 광주시민의 야권재편 열망을 천정배는 국민회의의 창당을 통해 실현하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녹록치 않은 것 같다. 국민회의의 창당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이지만 야권을 둘러싼 정치 환경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으며, 그것은 천정배의 힘으로 컨트롤 가능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민주연합 탈당과 그로 인해 시작된 야권재편의 과정이 천정배의 국민회의 창당을 아주 작은 이슈로 묻어버렸기 때문이다. 현재 야권을 둘러싼 정치상황은 야권재편의 중대한 변곡점에 도달해 있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변곡점에 선 야권재편 상황에서 제대로 된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야권분열이 단순한 세력분열로 그쳐서는 의미가 없다. 야권은 이러한 분열을 통해 야권의 주도세력을 교체하여 더 크고 강한 야당, 더 큰 희망을 만들어내는 새로운 야당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그것이 ‘돌격 앞으로’를 표방하고 국민과 야당을 무시하는 정부여당에 대한 날카로운 국민적 심판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다. 총선 승리를 상상하면서 기고만장해 있는 정부여당에 불의의 일격을 가하는 행위인 것이다. 국민의 삶을 포기할 수 없기에 야당은 새롭게 국민에게 비전과 희망을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

지금의 분열을 통해 야권은 새로운 정치질서를 만들어내야 한다. 계파논리와 정치적 이해득실이 아니라 야권의 총선승리와 정권교체를 실현하기 위한 야권재편구상을 논의해야 한다. 야권의 주요 세력들은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대의를 위해 자신을 초개와 같이 버릴 수 있는 용기를 보여줘야 한다. 그러나 누구도 이러한 대의에 선뜻 나서지는 못하고 있다. 말하자면 눈치작전을 펴고 있는 것이다. 다르게 표현하면 치열한 수싸움을 전개 중이다.

누구와 손잡을 것인가? 누구를 고립시킬 것인가? 대의명분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은 무엇인가? 제갈공명이 환생해도 해결하기 어려운 야권의 혁신과 통합, 그리고 총선승리와 정권교체를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를 두고 백가쟁명의 논쟁만이 아니라 춘추전국시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실질적인 세력을 둘러싼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싸움의 포문은 더민주당의 문재인 대표가 열었다. 문재인 대표는 지난 19일 신년기자회견에서 지금까지 천정배 의원이 주도하고 있는 국민회의 및 정의당과의 통합을 위해 물밑에서 교섭을 해왔음을 언급하면서, 이제부터는 공개적으로 그리고 공식적으로 야권의 통합을 위한 논의에 나설 것을 제안했다. 그리고 자신은 더민주당의 총선 선대위 체제가 어느 정도 골격을 갖춰가는 즈음에 당 대표직을 사임하고 그 권한을 총선 선대위에 넘길 것도 약속했다. 대략 27일 정도가 그 타임인 것 같다.

이러한 제안에 야권의 주요 액터들이 반응했다. 다음날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야권 통합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면서도 총선 승리를 위한 야권연대에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천명했다. 소위 야권연대 위한 ‘범야권 전략협의체’ 제안이 그것이다. 반향은 그리 크지 않았다. 군소정당 그리고 한국적 정당정치 구조에서 진보정당이 가진 한계일 것이다.

문재인 대표의 기자회견이 있던 날 저녁에는 더민주당의 야당패권에 대항하기 위한 사람들이 만찬을 함께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김한길 의원과 국민회의 천정배 위원장과의 회동이 있었던 것이다. 그 날 이루어진 대화내용은 구체적으로 보도된 것이 없으나 양측의 대주주인 안철수 의원과 천정배 의원이 만난 것은 안철수 의원의 탈당 후 처음이라고 하니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상당히 크다고 할 것이다. 어쩌면 비공식적인 논의가 꽤 깊숙히 전개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조만간 두 정치세력 간 통합을 위한 구체적인 협상이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하겠다.

이러한 야권재편 과정에서 실질적으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정치세력은 천정배 의원의 국민회의다. 천정배 의원은 21일 신당준비위원회 모두발언을 통해 문재인 대표의 제안에 부정적으로 답했다. 문재인 대표가 영입한 김종인 선대위원장의 과거 전두환 정권시절의 국보위 참여를 비판한 것이다. 그리고 야권연대를 위한 3원칙을 더욱 또렷하게 천명했다.

그가 천명한 야권연대 3원칙은 가치와 비전의 연대, 반패권 연대, 그리고 승리와 희망의 연대다. 이 중에서 더민주당에 특히 주문한 것은 반패권 연대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하라는 메시지였다. 친노 패권주의에 의해 당이 분열하는 상황을 맞이했는데도 실질적인 당내 패권적 행위는 변화하지 않았다는 진단이 천정배 국민회의의 입장인 것 같다. 공은 다시 더민주당으로 넘어갔지만, 곧 사퇴할 문재인 대표에게는 패권을 청산할 정도의 힘이 남아있지 않은 것 같다.

그렇다고 안철수 의원 쪽에게 유리한 국면이 조성된 것 같지도 않다. 천정배 의원은 정동영 전 대선 후보, 박지원 의원 등 호남의 대표적인 정치인들을 영입했기 때문이다. 더민주와 국민의당의 2파전에 자신의 몸값을 올리던 국민회의가 어느덧 두 정당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3자 정립구도를 형성한 것이다. 이번 주말에는 국민회의가 중앙당 창당을 하고 정식으로 데뷔하게 된다. 야권재편의 치열한 수 싸움, 누가 최후에 웃을 수 있을지 천정배를 주목해야 할 또 다른 이유다.  <김영필 전북대 겸임교수>

일요서울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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