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서울역고가공원조성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서 이 사업을 실무적으로 주도하고 있는 승효상 서울시 총괄건축가(65세, 이로재 대표)가 주목받고 있다. 이 사업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시절 ‘대권프로젝트’라는 의혹을 받은 청계천복원사업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이 전 대통령은 야당 시장으로서 정부·여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임기 내 추진해 서울시민으로부터 호평을 받았고 이후 대통령에 당선되는 데 적잖은 도움을 받았다. 박 시장 역시 야당 시장으로서 같은 어려움을 겪으면서 임기 내 완공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완공 시점이 2017년 4월로 대선이 있는 해라는 점에서 대권 출마를 위한 사업이 아니냐는 똑같은 비판도 받고 있다. 그 선두에 건축업계에서 유명한 승효상씨가 진두지휘하면서 박 시장의 대권을 사실상 리모델링하고 있다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 서울역고가공원 조성 ‘주도’ ‘대권 프로젝트’?!
- 문재인 경남고 동기동창, 박 시장의 정신적 멘토

제2의 청계천복원사업 고가공원사업 ‘주목’
현재 박 시장은 이 사업을 위해 2015년도에 118억, 올해 232억 원등 예산을 확보하고 지난해 11월말에는 국토교통부로부터 노선 변경 허가를 받아 서울역 고가도로를 폐쇄한 상황이다. 또한 주변 상인과 주민들을 설득하고 코레일, 경찰청, 문화재청 수뇌부 등을 만나 설득해 본격적으로 사업에 착수할 수 있게 됐다. 박 시장이 정부·여당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다소 저돌적으로 추진하는 배경으로 여권에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청계천복원사업’을 예로 들며 차기대권 출마를 위한 대권용 프로젝트가 아니냐는 의혹어린 시각을 보내고 있다.
서울시장 취임 이후 이렇다 할 치적을 내놓지 못한 박 시장으로서 차기 대통령 선거 직전인 ‘2017년 완공’이라는 시한을 정해놓고 추진하고 있고 실제로 완성된 뒤 서울시민들로부터 호평을 받을 경우 잠재적 대권주자로서 위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건축사무소 이로재 대표이자 승효상 서울시 총괄건축가의 역할에 대해서도 정치권은 주목하고 있다. 승 대표는 2014년 민간인 신분으로 서울시 첫 1호 총괄건축가로 임명됐다.
승 대표는 시장 직속으로 있는 행정1.2부시장과 협력하기 때문에 서울시 건축정책과 관련한 주요 결정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에 있다. 대표적으로 2014년 9월말에 당선작이 발표된 사업비 2300억원의 은평구 진관동 ‘소방행정타운’의 설계 당선작도 총괄건축가의 보고회를 거쳐 결정됐다.
승 대표와 박 시장의 인연은 희망제작소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6년 박 시장 주도로 희망제작소가 설립되자 승 대표는 이 단체의 이사로 선임됐다. 2011년 박원순 시장이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했을 때에는 박원순 캠프 ‘멘토단’ 명단에 이름을 올린 적도 있다. 박 시장 당선 후인 2011년부터는 서울시 건축정책위원회 위원장을 맡았으며,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의 ‘멘토단’에도 합류했었다. 승 대표와 문 대표는 경남고등학교 동기동창이다.
문재인·박원순 ‘멘토단’으로 활동
승 대표는 문 후보의 멘토단에 들어가기 전부터 친노 인사들과 친분이 있었다. 2009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살하자 그의 묘역 조성이 구체화되었다. 그때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의 요청으로 노 전 대통령 묘역 설계를 맡은 인사가 바로 승 대표다. 그는 2012년 8월,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개최된 ‘베니스 비엔날레’에 초청되었을 때, 노무현 묘역을 출품하기도 했다.
또한 승 대표는 건축계 유명인사다. ‘수졸당’, ‘수백당’, ‘웰컴시티’ 등의 작품으로 명성이 높은 국내 대표적인 건축가다. 지난 오세훈 전 서울시장 재임 당시인 2007년 4월 서울시가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 설계안을 공모할 당시 초청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DDP 현상공모 설계작은 이라크게 영국 건축가 자하 하디드의 작품(환유의 풍경)이 선정됐다. 이렇듯 문 대표와 박 시장과 친분에 건축계 유명인사인 승 대표가 서울시 총괄 건축가로 나서면서 주변에서는 곱지 않은 시선도 보내고 있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대형 건축개발 사업 관련 민간인 신분인 승 대표의 영향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박 시장이 승 대표에게 전권을 주다시피한 첫 번째 대형 프로젝트가 서울역 고가도로 공원화 사업이다. 승 대표는 자신의 본업인 건축사무실을 운영하면서 일주일에 이틀씩(화.금) 시청으로 나와 일을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크고 작은 의혹에 승 대표가 거론되고 있다. 승 대표는 작년 서울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증인으로 채택돼 서울역고가 공원화 사업 관련 전반적인 상황을 점검받기도 했다.
또한 서울시가 2013년 시유지 3필지(2만644.1㎡)를 롯데쇼핑에 매각할 당시에도 승 대표의 이름이 거론됐다. 당시 롯데쇼핑은 한국자산관리공사와 경쟁입찰로 진행됐는데 롯데 쇼핑이 3필지를 각각 낙찰가 626억원, 567억원, 778억원으로 총 2000억원 가까이 주고 수주했다. 이를 두고 건축업계에서 박 시장과 롯데쇼핑 고위 임원이 사돈관계라는 점에서 특혜 시비가 일기도 했다.
당시 승 대표는 서울시건축정책위원장으로 있었는데 롯데 측은 3필지의 통합 설계용역을 승씨가 대표로 있는 회사인 이로재에 맡겼다. 승 대표는 이런 의혹에 대해 “나는 롯데와 오래전부터 잘 알고 지내왔다. 용역을 받은 것은 아무 문제가 없다”며 “낙찰과정 의혹도 낭설이다”고 입장을 밝혔다.
半사업가 半공직자 ‘로비’에 취약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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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