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고의 스타배우와 스타작가, 스타PD가 만들어내는 드라마들의 향연, 얼마나 완성도 높고 성공적인 작품들이 나올지 방송가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봄 기운이 한껏 느껴지는 3월, 드라마를 좋아하는 시청자들은 행복한 고민에 빠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지상파 방송3사가 이달 초부터 스타작가와 PD, 유명 배우들을 동원해 만든 드라마를 앞다투어 내놓고 있는 것이다. 이달만 해도 각 방송사마다 2편씩 총 6편의 드라마가 새로 시작된다. 도대체 어떤 드라마이며 누가 나오는 것인지, 시청자들의 행복한 고민을 조금 덜어줄 수 있도록 방송3사의 드라마 경쟁력을 체크해 봤다.
KBS ‘굿바이 솔로’ ‘봄의 왈츠’
우선 드라마 질주의 첫 스타트는 KBS가 끊었다. 사실 KBS는 지난해 40%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했던 ‘장밋빛 인생’과 30% 이상의 시청률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일일드라마 ‘별난남자 별난 여자’, 10%대의 무난한 시청률을 보였던 ‘황금사과’ 등으로 드라마국의 높은 인기를 지켜왔다. 하지만 최근 종영한 ‘안녕하세요, 하느님’ 등 젊은층을 겨냥한 트렌디 드라마 부분에서는 저조한 시청률을 보여왔던 것이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었다. 이에 KBS는 노희경 작가의 ‘굿바이 솔로’와 윤석호 PD의 ‘봄의 왈츠’를 통해 20~30대를 겨냥한 트렌디 드라마를 내놓으면서 약점 보완에 나섰다.
▷굿바이 솔로= 지난 1일 첫 전파를 탄 노희경 작가의 신작 ‘굿바이 솔로’는 첫날 20%가 넘는 시청률을 보이면서 스타 작가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다음날 시청률이 다소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그동안 노희경 작가의 작품들이 대부분 높은 인기를 얻었던 것을 감안하면 시청률은 걱정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사실 노희경 작가는 ‘거짓말’, ‘꽃보다 아름다워’, ‘바보 같은 사랑’ 등을 통해 마니아 층을 형성할 정도로 유명세를 얻고 있는 작가다. ‘굿바이 솔로’는 천정명, 윤소이, 이재룡, 김민희, 이한, 나문희, 배종옥 등 주인공을 7명이나 등장시키면서 영화 ‘러브 액츄얼리’처럼 주인공들의 삶을 각자의 시점에서 풀어나가는 독특한 전개방식을 쓰고 있어 관객들에게 어떤 평을 받을지 기대가 되는 작품이다.
▷봄의 왈츠= 지난 6일 첫 방송을 한 ‘봄의 왈츠’는 ‘가을동화’, ‘겨울연가’, ‘여름향기’에 이어 윤석호 PD가 연출하는 계절연작의 마지막 작품이라는 점에서 국내외 취재진들의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명성에 걸맞게 드라마임에도 50억원의 높은 제작비가 투입됐을 뿐만 아니라, 드라마에서는 보기 드물게 극장에서 대규모 시사회를 갖기도 했다. 첫 회 드라마 시청률은 10% 초반에 머물면서 제작진의 기대에 못미쳤지만, 오스트리아를 배경으로 보여준 수채화 같은 영상미 면에서는 “역시 윤석호 감독이다”라는 시청자들의 호평이 쏟아졌다. 시청률 부진은 봄의 왈츠와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고수하고 있는 SBS 드라마 ‘서동요’가 이달 말 종영을 앞두고 있어 지금의 저조한 시청률은 점차 나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윤석호 PD의 아름다운 영상미와 더불어 남녀주인공 한효주와 서도영, MBC ‘내 이름은 김삼순’으로 스타덤에 오른 다니엘 헤니가 얼마나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주느냐에 따라 드라마의 성공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MBC ‘너 어느 별에서 왔니’ ‘닥터 깽’
지난해 여러 가지 악재로 시청률 부진에 시달려야 했던 MBC가 올해는 ‘드라마 왕국’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까. 올 초 MBC는 일일드라마 ‘사랑은 아무도 못말려’, ‘궁’, ‘늑대’ 세 편을 자신있게 내놓았으나 드라마 ‘늑대’는 불의의 사고로 인해 방영이 중단되는 사상초유의 상황이 벌어졌고, 일일드라마 ‘사랑은 아무도 못말려’는 KBS ‘별난남자 별난여자’의 기세에 눌려 주연 배우들의 열연 속에서도 시청률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다행히 캐스팅 논란을 일으켜 제작진을 걱정시켰던 드라마 ‘궁’은 동시간대 최고의 시청률(25%)을 기록하면서 그나마 MBC의 위안이 되어주고 있다. MBC가 꺼내든 카드는 표민수 PD의 신작 ‘너 어느 별에서 왔니’와 김규완 작가와 박성수 PD가 손을 잡고 양동근-한가인을 내세운 드라마 ‘닥터깽’이다.
▷너 어느 별에서 왔니= 오는 13일 첫 방송을 앞두고 있는 ‘너 어느별에서 왔니’는 그동안 ‘풀하우스’, ‘푸른안개’, ‘고독’, ‘바보 같은 사랑’ 등을 연출해 인기를 모았던 표민수 PD가 KBS에서 활동해오다가 MBC에서 처음으로 만드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또한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 영화 ‘미스터 소크라테스’ 등으로 연기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김래원과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정려원이 주연을 맡아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작품은 젊은 영화감독과 그의 첫사랑을 닮은 순수한 시골처녀의 사랑이야기를 다룬 서정적인 드라마다. 특히 ‘가을 소나기’로 최저의 시청률을 기록했던 정려원이 1인 2역을 선보일 예정이어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 닥터깽= 드라마 ‘궁’의 후속으로 오는 22일부터 방영되는 드라마 ‘닥터깽’은 ‘피아노’, ‘봄날’의 김규완 작가와 ‘네 멋대로 해라’의 박성수 PD가 손을 잡은 작품이다. 특히 3년 6개월 만에 브라운관에 컴백하는 양동근과 신입사원 이후 1년만에 안방에 복귀하는 한가인이 캐스팅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이 커플은 최근 한 사이트에서 가장 기대되는 드라마 속 커플 1위로 선정되기도 했다. ‘닥터 깽’은 정직한 양아치가 어머니의 실수로 인해 조직 자금을 유용한 후 가짜 의사행세를 하면서 겪게 되는 갈등과 사랑을 담은 드라마다. 폭력조직의 중간 보스 강달고(양동근)가 가짜 의사 행세를 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린 이 작품은 한가인이 여주인공 김유나 역을 맡아 강달고와 로맨스를 펼칠 예정이다.
SBS ‘불량가족’ ‘연애시대’
SBS는 지난해부터 드라마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월화드라마인 ‘서동요’가 30%에 가까운 시청률을 보이면서 동시간대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하고 있고, 주말드라마로서는 드물게 ‘하늘이시여’ 역시 32%를 훌쩍넘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또한 스타작가인 김수현이 과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사랑과 야망’을 리메이크해 조민기, 한고은, 이훈 등을 캐스팅하면서 시청자들 사이에서 긍정적인 호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 여기에 성인들을 겨냥한 금요드라마까지 ‘성현아-이종원-송선미’등을 내세워 인기몰이를 하고 있어 최근 SBS는 드라마 천국이다. 하지만 MBC와 KBS가 봄을 맞아 강력한 경쟁력을 갖춘 드라마를 들고 나오자, 이에 질세라 스타 배우를 앞장세워 드라마를 내놓을 예정이다.
▷연애시대= 오는 27일부터 ‘서동요’ 후속으로 방영되는 ‘연애시대’는 영화 ‘하루’, ‘고스트 맘마’의 한지승 감독과 ‘동갑내기 과외하기’의 박연선 작가가 손을 잡고 만든 드라마다. 특히 영화 ‘왕의 남자’에서 광대역을 맡아 열연, 한국영화 흥행 1위를 기록한 배우 감우성과 ‘내 머릿속의 지우개’, ‘외출’, ‘작업의 정석’ 등으로 흥행 배우로 평가 받고 있는 배우 손예진이 오랜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한다는 점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드라마 연애시대는 사랑에 실패한 20대 젊은 부부의 이혼 후 모습을 그리는 로맨틱 멜로로 알려졌다. 이혼남으로 나오는 감우성은 서점 주인으로, 이혼녀로 나오는 손예진은 수영강사로 나오며 헤어진 후에도 서로에게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특히 손예진은 이번 드라마 출연에 편당 무려 2,500만원을 받는다고 해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는데, 고액의 개런티를 받는 만큼 그 이름값을 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불량가족= 오는 15일 ‘천국의 나무’ 이후에 방송될 ‘불량가족’은 지난해 인기리에 방송됐던 ‘불량주부’의 유인식 PD가 기억을 잃은 9세 소녀를 위해 서로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이 가족을 이뤄 사는 과정을 코믹하게 그린 드라마다. 이 드라마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바로 KBS 대하 사극 ‘불멸의 이순신’에서 이순신을 열연했던 김명민의 연기 변신이다. 사극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던 김명민이 검은색 정장을 입고 껌을 질겅질겅 씹어대는 불량배로 변신한 것. 이밖에 ‘달콤한 스파이’에서 상큼한 이미지를 보여줬던 남상미와 만능 엔터테이너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현영이 김명민을 사이에 두고 삼각 관계를 펼칠 예정이어서 이들의 연기가 기대된다. 각 방송사들이 시청자들을 잡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는 드라마 전쟁, 이제 그 포문이 열렸다. 방송3사가 나름대로 스타배우와 스타감독, 스타작가들을 총동원해 드라마를 선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제 그 평가는 시청자들의 몫인 것 같다.
김민주 kimm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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