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연기자 물리치고 드라마 ‘안방접수’
전문연기자 물리치고 드라마 ‘안방접수’
  • 김민주 
  • 입력 2006-04-12 09:00
  • 승인 2006.04.12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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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안방극장에는 가수출신 연기자와 미인대회 출신 연기자들이 넘쳐나고 있다. 특히 MBC에서는 가수출신 연기자들이 집중적으로 활동하고 있고, SBS는 미인대회 출신 연기자들이 주로 활동하고 있다. 주연 배우들의 성향이 드라마의 시청률을 견인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면서 SBS와 MBC의 시청률 경쟁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최근 가수와 연기자, 미스코리아 등 각 분야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 가수를 하다가 연기를 하는 경우, 연기자를 하다가 가수로 데뷔하는 경우, 미스코리아로 데뷔해 가수와 연기자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2006년 안방극장의 두드러진 특징은 가수출신과 미인대회 출신들이 여주인공 역할을 독점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방송사에 따라 포진하고 있는 배우들의 특성도 달라 눈길을 모으고 있다.


‘궁’ 윤은혜 연기 ‘호평’

우선 MBC는 가수출신 연기자들이 대부분의 드라마를 장악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궁’에는 베이비복스 출신의 윤은혜가 여주인공을 맡았고, 지난 1월부터 방송을 시작한 MBC 일일드라마 ‘사랑은 아무도 못 말려’에는 가수로만 활동해 오던 홍경민이 남자주인공이다. 지난 2월 사고로 방송이 중단된 MBC 월화드라마 ‘늑대’에는 샤크라 출신의 이은이 여주인공이다. 최근 인기리에 방송중인 MBC 월화드라마 ‘넌 어느 별에서 왔니’에는 샤크라 출신의 정려원이 여주인공을 맡았다. 또한 지난 8일 첫 방송된 MBC 주말 연속극 ‘진짜 진짜 좋아해’에서는 여성 3인조 그룹 SES 출신의 유진이 여주인공을 맡았고, 오는 5월 방송 예정인 MBC 수목드라마 ‘어느 멋진 날’의 여주인공은 핑클 출신의 성유리가 맡는다.

이에 반해 SBS는 시청률을 이끌고 있는 드라마의 여주인공들이 대부분 미인대회 출신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최근 6개월간 대장정의 막을 내린 SBS 대하드라마 ‘서동요’ 여주인공 선화공주 역의 이보영은 2000년 미스코리아 대전충남 ‘진’ 출신이며, 지난달 22일 첫 방송을 시작한 수목드라마 ‘불량가족’에서 여주인공 역을 맡은 현영은 1997년 SBS 슈퍼엘리트 모델출신이다. 지난 2월 첫 방송을 시작한 SBS 금요드라마 ‘어느 날 갑자기’의 두 여주인공 성현아와 송선미 역시 미인대회 출신들이다. 성현아는 1994년 미스코리아 ‘미’출신이고 송선미는 1996년 SBS 슈퍼엘리트모델 선발대회에서 2위에 입상한 경력을 갖고 있다.

지난 2월 방송을 시작한 SBS 드라마 ‘사랑과 야망’에 출연중인 이승연은 1992년 미스코리아 ‘미’출신이며, 같은 드라마에 여주인공 역으로 출연중인 한고은도 1995년 슈퍼엘리트모델 대회에 출전한 경력이 있다. 최근 30%가 넘는 시청률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SBS 주말극장 ‘하늘이시여’의 여주인공 윤정희 역시 2000년 미스코리아 경기 ‘미’ 출신이며 같은 드라마에서 자경의 메이크업 친구로 등장하는 이민아는 2002년 미스코리아 미스갤러리아로 뽑힌 바 있다.

연기력 평가 엇갈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시청자들의 평가는 긍정적인 부분과 부정적인 부분으로 엇갈리는 양상이다. 우선 MBC 드라마 ‘궁’의 여주인공 채경 역을 맡았던 윤은혜는 연기검증이 안된 가수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미스캐스팅 논란으로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하지만 드라마가 시작된 이후 윤은혜는 “건강하고 밝은 이미지가 드라마 캐릭터와 잘 맞았다”는 호평을 받았고, 드라마 ‘궁’ 역시 28%의 높은 시청률로 종영하며 캐스팅 논란을 잠재웠다. ‘사랑은 못말려’로 처음 연기에 도전하는 가수 홍경민에 대해서는 아직 여러 가지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네티즌들은 홍경민에 대해 “첫 연기 치고는 괜찮지만, 일일드라마를 이끌어가기에는 카리스마가 부족하다”는 지적과 “홍경민의 연기는 자연스럽고 좋은데 시청률이 낮은 것은 다른 이유”라는 의견이 공존하고 있는 상태다. ‘사랑은 못말려’는 지난 1월 첫 방송 이후에 KBS의 ‘별난여자 별난남자’의 기세에 눌려 줄곧 한 자릿수 시청률을 보여주다가 최근에 겨우 두 자릿수를 기록하는 등 다소 저조한 시청률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홍경민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가수출신이 연기하는 데 유리한 점은 없다”며 “다만,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내공이 쌓여 연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은 것 같다”고 말해 가수 출신들이 연기를 하게 되는 이유를 대변하기도 했다. 이에 반해 샤크라 출신의 정려원은 ‘연기의 물이 한껏 올랐다’는 평을 받고 있을 정도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정려원은 지난해 50%의 시청률을 기록한 국민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을 통해 성공적인 연기자 신고식을 마쳤다. 그러나 이어 출연한 ‘가을 소나기’에서는 3%라는 최악의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연기를 잘하는 것이 아니라 운이 좋았다”는 쓴소리를 들어야 했다. 하지만 지난달 초에 방영을 시작한 ‘넌 어느 별에서 왔니’가 2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자 이제 정려원의 연기력에 대해서는 대부분 ‘인정한다’는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정려원의 이런 성공 뒤에는 연기를 위한 절치부심도 단단히 한몫 했다.

지난해 겨울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정려원은 “가수에서 연기자로의 전업을 선택하고, 수십번의 오디션에 떨어지는 아픔을 맛봤다”면서 “하지만 정말 연기가 하고 싶었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했을 정도로 연기에 대한 애착과 열정을 보여줬다. ‘진짜 진짜 좋아해’의 유진 역시 ‘러빙유’와 ‘원더플 라이프’를 통해 연기자로서 성공적인 변신을 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아직 ‘연기자 유진’이라는 타이틀은 좀 어색하다고 밝혔다. 최근 그녀는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아직도 주위 사람들은 나에게 ‘가수 유진’이라고 말한다”면서 “아직 시청자들이나 팬들은 나를 연기자로 보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핑클 출신 성유리 역시 연기자 변신으로 적지 않은 눈길을 끌었다. 그녀는 SBS 드라마 ‘천년지애’, ‘황태자와의 첫사랑’ 등을 통해 이미 연기자로서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상태. 아직 ‘연기가 어색하다’는 지적을 듣고 있기는 하지만, 밝고 건강한 이미지로 일단 합격점을 받았다. 성유리는 오는 5월 방송 예정인 MBC 수목드라마 ‘어느 멋진 날’을 통해 오랜만에 브라운관에 모습을 드러낸다.




연기대상 수상 ‘노린다’

가수 출신 연기자들의 ‘연기’에 대한 평가는 의견이 분분한 상태지만, 미인대회 출신 연기자들에게는 매우 높은 점수를 주고 있는 것이 대세다. 2000년 미스코리아 대전충남 ‘진’ 출신이었던 SBS ‘서동요’의 이보영은 그동안 KBS ‘어여쁜 당신’, SBS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등을 통해 연기자로서 입지를 굳혔으며, 사실상 ‘서동요’를 통해 톱스타 대열에 합류한 상태다. 또한 지난해에는 SBS 연기대상 뉴스타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연기에 대해서 인정을 받고 있다. 1994년 미스코리아 ‘미’출신이었던 성현아는 과거 마약복용 파문으로 물의를 일으켰지만, 영화를 통해 꾸준히 연기에 대한 욕심을 부린 결과, 영화 ‘애인’, ‘첼로’ 등을 통해 주연급 배우로 성장했다.

최근 SBS ‘어느 날 갑자기’에 출연하고 있는 성현아에 대해서는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의 복귀임에도 불구하고 ‘연기를 너무 잘해서 과거의 잘못은 모두 눈감아 주고 싶다’는 시청자들의 의견이 많다. 1992년 미스코리아 ‘미’출신이었던 이승연도 최근 SBS ‘사랑과 야망’을 통해 컴백했다. 2년전 ‘위안부 누드’ 파문 때문에 아직 비난어린 시선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이미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연기력만큼은 인정받고 있다. 한고은 역시 1995년 슈퍼엘리트모델 대회에 출전한 경력이 있을 만큼 늘씬한 키와 시원시원한 이목구비를 자랑하고 있다. 한고은은 과거 정확하지 못한 발음 등으로 지적을 받아왔지만, 최근 ‘사랑과 야망’에서는 발음도 나아지고 있고, 연기력도 과거에 비해 일취월장 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요즘 드라마 중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SBS ‘하늘이시여’의 윤정희는 2000년 미스코리아 경기 ‘미’ 출신이다. 지난해 2005 SBS 연기대상 뉴스타상을 수상한 바 있는 윤정희는 이번 드라마가 첫 연기 도전이었음에도 안정적이고 인상적인 연기를 펼쳐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전연예인 연기자화 ‘눈총’

한편, 일각에서는 이처럼 연예인들의 활동영역이 넓어지고, 영역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 우려하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연기자의 전문성이 점점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이런 현상에 대해 “최근에는 음반시장 경기가 좋지 않기 때문에 가수들이 연기에 눈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면서 “하지만 이런 현상이 계속될 경우 나중에는 모든 연예인들이 ‘연기자화’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놓았다.

또 그는 “가수들은 TV에 나와서 얼굴을 보여주고, 노래를 들려줄 수 있는 기회가 너무 적다”면서 “대중들에게 얼굴이라도 익히려면 먼저 드라마를 통해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가수활동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연예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얼굴이 예쁘지 않아도 연기만 잘하면 모든게 용서(?)가 됐는데, 이제는 미인대회 출신들처럼 얼굴도 예쁘고 연기도 잘하는 연예인들이 많아지고 있다”면서 “게다가 얼굴이 예쁘면 연기가 부족해도 눈감아 주는 분위기도 적지않다”고 귀띔했다.

김민주  kimm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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