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기사에서 은행지점장까지‘인생역전’
“열정으로 이룬 꿈, 마흔도 늦지 않아”
[일요서울 | 박찬호 기자] “낯설고 거친 길 한가운데서 길을 잃어버렸대도 물어 가면 그만이다. 물을 이가 없다면 헤매면 그만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목적지를 절대 잊지 않는 것이다”- 한비야
은행에 운전기사로 입사해 보일러공을 거쳐 30년 만에 은행 지점장이 된 이철희 지점장. 지방의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의 학력으로 은행원의 업무를 본다는 것은 꿈꿀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낙심하지 않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작은 일이라도 열심히 해왔던 그는 직원들의 신임을 받으며, 은행 보조 업무를 배우게 되었다. 야간대학을 거쳐 금융 자격증 9개를 취득한 그는 마침내 2002년 1월, 20년 만에 정식 은행원이 되었다. 초심을 잃지 않고 오전 7시에 출근하여 보일러를 점검했던 그는 마침내 2012년 7월, 30년간 몸담은 은행의 지점장 자리에 올랐다. 한 번도 ‘은행원이 되겠다’는 꿈을 버리지 않았다고 말하는 이 지점장. 그가 “열정으로 이룬 꿈 마흔도 늦지 않아”(행복에너지)성공 스토리를 책으로 내놓았다. 현재는 ‘이철희열정연구소’를 운영 중이며 늘 잃지 않는 미소와 따뜻한 마음, 어두운 곳을 밝게 비추는 긍정의 힘을 전하고 있는 이철희 전 지점장(57)을 만나본다.

포기하기 위한 핑계를 만들지 말자
작은 것이라도 오늘부터 시작하자
멀리 돌아가더라도 끝까지 가자
현재 하는 일도 인정받아야 한다
자기 하는 일에 가치를 부여하라
꿈이 부끄럽지 않을 만큼 부지런하자
스스로가 바뀌어야 인생도 바뀐다
이철희 전 지점장. 그는 1959년 전남 영암에서 태어났다. 가난했던 탓에 중학교만 졸업하고 서울로 올라와 플라스틱공장에 취직했다. 1년간 일하며 모은 돈으로 다시 고향에 내려가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공장에서 야간 고등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을 보고 적어도 고등학교는 나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고등학교까지 졸업은 했지만 현실은 그대로였다. 다시 서울로 올라와 플라스틱공장에 들어갔다. 쥐꼬리만 한 월급으로 형편은 나아지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공사 현장에 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막일을 하다 보니 인생이 비참해졌다.
“어느 날 비가 와서 일을 쉬는데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대 후 운전면허를 땄다. 덕분에 한 가정집 운전기사로 취직했다. 열심히 일을 했고, 기업은행 운전기사 취직 추천을 받을 수 있었다. 1983년의 일이다.
그는 이명재 당시 기업은행 비서실장의 차를 몰았다. 고(故) 이 전 실장은 탤런트 이순재 씨의 형이다. “하루는 이 실장님이 롯데호텔을 가자고 했는데 제가 신라호텔로 갔습니다. 서울 지리에 익숙하지 않았거든요. 실장님은 오히려 제 어깨를 다독여주셨죠. 정말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은행 비서실장 운전기사를 하다 보니 자연스레 은행원을 많이 보게 됐다. 그렇게 은행원이 되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그러나 현실의 벽은 높았다. 대학도 안 나온 그가 은행원이 될 길은 없었다. 가장 빠른 길은 기술계 별정직으로 채용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시간이 될 때마다 차 안에서 틈틈이 공부를 시작했다. 1989년 열관리기능사, 1990년 위험물취급기능사 자격증을 땄다. 결국 1990년 별정직인 보일러기사로 기업은행에 취업했다. 7년간 7명의 비서실장을 모시며 공부한 끝에 얻은 결과다. 지금의 아내를 만나 ‘은행에서 과장까지 하겠다’고 목표를 제시하고 결혼에도 성공했다.
그는 기업은행 성동지점에서 보일러기사 생활을 시작했다. 일을 하다 보니 다시 꿈이 생겼다. ‘진짜 은행원’이 되겠다는 것이다. “기능사가 아니라 기사 자격증을 따면 ‘기술계 은행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근데 대학을 안 나오면 안 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인덕전문대 사무자동학과 야간과정에 입학했습니다.”
32세에 늦깎이 대학생이 됐다. 낮에는 보일러를 고치고 밤에는 공부를 했다. 1993년 대학을 졸업하고 1996년엔 열관리기사 자격증을 땄다. 덕분에 1998년 기술계 은행원이 됐다.
‘포기하기 위한 핑계를 만들지 말자, 작은 것이라도 오늘부터 시작하자. 멀리 돌아가더라도 끝까지 가자. 현재 하는 일도 인정받아야 한다. 자기 하는 일에 가치를 부여하라. 꿈을 부끄럽지 않을 만큼 부지런하자. 스스로가 바뀌어야 인생도 바뀐다.’라는 이철희 전 지점장의 7가지 꿈을 이루는 원칙을 소개한다.
특히, 이 '꿈을 이루는 7가지 원칙' 은 잔잔한 감동을 안겨준다. 꿈을 잃어버리고 살아가는 우리 현대인들이 꼭 읽어보고 삶의 지침서로 삼았으면 하는 마음까지 일어나게 해 준다. 과거 아버지 세대의 산업시대 역군의 열정과 꿈을 잃어버린 한국 사회에서 꿈을 가진다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우리가 어떻게 열정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일깨워주는 책이다.
이철희 전 지점장에게 책을 읽은 주변 사람들의 반응에 대해 묻자 ‘평범하고 성실한 이야기들이 쌓여서 희망이 된 이야기, 사례를 통해서 쉽게 해설, 기족이야기래서 공감이 감, 힘든 과정을 어떻게 견뎠을까’등의 반응이 보였다고 한다.
책에서 강조한 내용에 대해“무엇 하나 분명치 않고 막연하기만 해서 도전할 마음을 먹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습니다. 의문과 불안 설렘 시선들을 거치며 늦깎이로 꿈을 이룬 사람의 이야기를 한번 들어본다면 마음의 결정을 내리기가 조금 더 쉬워질지 모른다는 생각을 합니다.”라고 인터뷰 말미에 말한다.
그가 가장 존경하는 조준희 전 IBK기업은행장은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없다’는 말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보여주는 대표적 인물이 이철희 지점장이라고 소개한다. 운전기사로 입사했지만 끊임없는 노력으로 은행원이 되고 지점장까지 승진한 그의 인생역정이 이 책 속에 잘 끓인 곰탕같이 녹아 있다. 미래가 보이지 않아 좌절하는 젊은이들에게 ‘진정으로 꿈꾸고 노력하면 이루어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인물이라고 이철희 전 지점장에 대해서 말한다.
이철희, 꿈과 열정으로 미래를 그리고 있다. ‘너무 늦었다’고 사람들에게 ‘아직 늦지 않았다’라고 그는 그의 책 ‘열정으로 이룬 꿈, 마흔도 늦지 않아’에서 오늘도 말하고 있다.
# 이철희 전 지점장은
1974년 중학교 졸업한 그는 무작정 상경. 플라스틱 공장, 아파트 공사장 등에서 등짐을 지면서도 기술을 배워야겠다는 마음으로 점심시간을 이용해 운전학원에 다녔다.
1983년 기업은행에 운전기사로 취업한 그는 공사판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편하다고 생각했지만 양복 입은 은행원들을 보면서 항상 부러운 맘이 들었다. 한편 평생 운전만 할 수 없을 것 같아 열관리 자격증을 땄다.
운전대를 놓은 뒤 기업은행 성동지점에서 8년간 보일러공으로 일하면서, 은행원들이 부러워 자청해서 지점 잡무를 도왔다.
더 나은 장래를 위해 뭐든 해야겠다는 생각에 야간 전문대도 다니고 선물 거래상담사, 금용자산관리사 같은 금용관련 자격증 9개를 따고, 어깨 너머로 은행 업무를 익혔다. ‘오늘도 행복하게 살자’는 마음이었다고.
마흔 세 살이던 2002년 금융자격증을 많이 딴 그에게 상사들이 은행업무를 맡기기 시작 했다. 처음엔 어음 교환이나 서무일을 시켰는데 일 처리를 야무지게 하자, 그를 창구 직원으로 발령해 달라고 상사들이 본점에 건의 했다. 은행근무한지 20년 만이다.
2012년 2월 부지점장으로 승진한데 이어 6개월 만에 다시 지점장으로 승진한 그의 말에 깊은 울림이 있다. ‘하나를 이루고 나니까, 다른 꿈을 꾸게 되더군요’
chanho227@ilyoseoul.co.kr
박찬호 기자 chanho22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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