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 늘려 강제 전환 피하기?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대우증권을 인수하면서 미래에셋캐피탈이 지주사 전환을 피하기 위해 부채 늘리기를 하고 있다는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또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 등으로 미래에셋캐피탈의 미래에셋그룹 내 지배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미래에셋의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미래에셋캐피탈은 현재 논의되고 있는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에 해당되기 때문에 법 통과시 지배구조의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부분이다.
국내 최대 증권사 탄생 앞두고 첩첩산중
여전법 개정안 통과 땐 지배력 약화 우려
미래에셋증권의 대우증권 본실사가 시작되는 가운데 미래에셋그룹의 지배구조에 대한 관심이 높다. 특히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미래에셋캐피탈의 부채 부담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돼 주목된다.
앞으로 미래에셋이 대우증권 실사를 거쳐 2조4000억 원의 인수대금 납부와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까지 통과하고, 합병까지 성공하면 자기자본 7조8000억 원의 최대 증권사가 탄생한다.
미래에셋증권이 대우증권 인수를 완료하면 이들의 지배구조는 박현주 회장-미래에셋캐피탈-미래에셋증권-대우증권으로 이어지는 출자구조를 형성한다. 미래에셋증권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것은 미래에셋캐피탈이다.
2015년 3분기 말 기준으로 미래에셋캐피탈은 미래에셋증권 지분 38.02%, 미래에셋생명 지분 19.01%를 보유 중이다. 박현주 회장은 미래에셋캐피탈의 지분 48.69%를 가진 최대주주다. 여기에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더하면 80% 가까운 지분을 가진다.
그런데 문제는 미래에셋캐피탈이 금융지주회사법 상 지주회사 강제 전환 요건을 피하기 위해 총자산 중 부채 비중을 늘려왔다는 점이다. 현행 금융지주사법은 총 자산 대비 자회사 주식가치의 비율이 50%를 넘으면 지주회사로 전환하도록 규정한다.
하지만 미래에셋캐피탈은 이를 피하기 위해 결산기 때마다 외부 차입을 통한 국공채 매수를 통해 자산총계를 일시적으로 늘리는 편법을 동원해왔다는 지적이다. 미래에셋캐피탈의 2015년 3분기 말 기준 자산총계는 1조2052억 원이다. 자회사 투자 자산은 8831억 원으로 총자산의 73.2% 수준.
이후 미래에셋캐피탈은 해당 비율을 2014년 결산 때에도 차입규모를 확대해 50%대로 낮췄고 2015년 말 결산까지 50% 수준으로 줄이기 위해 부채를 일시로 늘렸다. 미래에셋캐피탈의 이러한 행보는 지주회사가 되면 받아야 하는 각종 규제들을 회피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대우증권 인수 뒤 미래에셋캐피탈의 주식가치 비율이 높아지는 만큼 지주사 전환을 막으려면 추가로 3000억~5000억 원의 자산을 확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미래에셋캐피탈은 오는 6월까지 3000억 원대의 미래에셋생명 전환우선주를 매입해야 한다.
지주사로 전환하면 상장사인 미래에셋증권 지분을 50% 이상 확보하거나 증손회사를 둘 수 없게 된다. 또 비(非)금융회사 주식을 소유할 수 없고 대주주 자격요건도 까다로워지는 등 여러 가지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도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주사를 만들면 관리하기는 좋지만 야성을 잃어버릴 가능성이 있어 고민이 필요하다”며 “장기적으로 느슨한 연대가 좋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렇다보니 미래에셋그룹을 향해 “지배력 유지를 위해 수천억 원 이상의 부채를 늘리는 것은 부담이 될 수 있다”거나 “캐피탈사가 여신업이 아닌, 지배구조 유지에 더욱 신경쓰는 것은 옳지 않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결산 때만 50% 강제 전환 규정을 적용하는 금융지주사법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이 때문이다.
앞으로의 행보는
아울러 지배구조의 정점으로 올라설 미래에셋캐피탈의 계열사 지배력이 약화될 수 있는 요인이 더 있다는 점에 대한 우려가 나타난다.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 합병으로 미래에셋캐피탈의 통합 미래에셋대우증권 지분율이 15%대로 낮아지면 적대적 인수합병(M&A) 가능성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배구조 개편의 또 하나 변수는 여전법 개정안이다. 정무위원회가 논의 중인 여전법 개정안은 여신전문금융사의 계열회사 출자총액을 자기자본의 현행 150%에서 향후 100% 이내로 제한하는 법안이다.
미래에셋증권이 대우증권을 인수하면 미래에셋캐피탈이 두 증권사를 계열사로 두게 된다. 미래에셋캐피탈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의 장부가는 미래에셋증권 6724억 원, 미래에셋생명 1693억 원으로 총 8417억 원이다.
미래에셋캐피탈의 자기자본 대비 계열회사(미래에셋증권 및 미래에셋생명) 출자총액 비중은 이미 자기자본 대비 150% 수준이다. 미래에셋캐피탈 자기자본(5903억 원)을 42% 초과한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유예기간 5년 이내에 계열사 매각 또는 증자로 미래에셋캐피탈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
다만 개정안이 통과되면 미래에셋캐피탈이 통합 대우증권의 지분을 처분하기보다는 추가적인 유상증자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미래에셋캐피탈 측은 이와 관련해 향후에도 문제없이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미래에셋캐피탈의 한 관계자는 여신업에 소홀해질 수 있다는 점에 대해 “현재 여신업무 비중을 늘리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외부차입을 그대로 쥐고 있는 것도 아니고,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고 답했다.
지배구조와 늘어나는 부채부담은 “유상증자 등을 살펴보고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아직 결정된 바는 없으며, 여전법 역시 국회 계류중인 사안이라 앞으로도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