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송승환 기자] 과거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중수부)의 기능이 그대로 복원됐다. 지난 6일 단행된 고검검사급 인사에 맞춰 서울고등검찰청에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이 공식 설치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앞서 5일 국무회의에서 경제활성화를 위한 적폐·부패 척결을 강조하며 고강도 사정(司正)을 주문한 만큼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의 활동 방향과 수사 대상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무부는 부패범죄특수단을 설치하는 것과 동시에 김기동(52·사법연수원 21기) 대전고등검찰청 차장을 단장에 내정하고, 1팀장과 2팀장에 주영환(46·27기) 부산고등검찰청 검사와 한동훈(43·27기)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정거래조세조사부장을 각각 보임했다. 다만 이 기구는 정식 직제(職制)가 아닌 ‘한시적’ 태스크포스(TF) 형태다. 검찰은 특별수사의 위상을 재정립하고, 부정부패를 일소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목표도 함께 제시했다.
범죄 첩보 분석후 내사 업무 진행
지자체·공기업·공공기관 바짝 긴장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를 대체하는 전국 단위의 비리(非理) 수사기구인 부패범죄특별수사단(특수단)이 지난 13일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특수단은 단장을 맡은 김기동 검사장을 비롯해 1·2팀장인 주영환·한동훈 부장검사, 각 팀의 부팀장인 이주형(46·사법연수원 30기), 정희도(50·31기) 부부장검사로 일단 꾸려졌다. 대검과 일선 검찰청에 차출된 수사관 10여 명도 합류했다.
김 단장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을 지낸 대표적 특수통 검사로 꼽힌다. 작년에는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장을 맡아 1년간 방산비리 수사를 진두지휘했다.
주 팀장과 한 팀장도 해당 기수에서 특수수사 전문가로 통한다.
주 팀장은 재작년 세월호 참사 이후 ‘세월호 실소유주 비리 특별수사팀’에 참여했고 작년에는 ‘성완종 리스트 의혹’과 관련된 검찰 특별수사팀의 한 축을 담당했다. 한 팀장은 전문화·고도화된 기업 수사에 일가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표면적으로는 1팀이 정치인과 지방자치단체장을 비롯한 공직 비리, 2팀이 대기업 비리를 전담하는 체제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가능하다.
서울고검과 서울중앙지검 별관에 사무실을 마련한 부패범죄특수단은 옛 중수부의 ‘DNA’를 그대로 옮겨 검찰총장 직속 수사기구로 기능할 전망이다.
이들은 시설물 보안점검부터 특수단 운영 계획 수립 등의 업무를 우선 처리할 것으로 전해졌다. 현판식 등의 행사는 열지 않았다. 인력 충원이 종료되지 않았기 때문에 정식 출범 단계로 보기는 어려운 데다 상설 기구가 아닌 태스크포스(TF)형 조직으로 출발했기 때문이다.
특수단은 이르면 이달 하순께 단행될 평검사 인사가 마무리되면 평상시 인력 규모를 갖추게 된다. 단장을 필두로 1·2팀에 검사 5명씩이 배속돼 검사 수는 총 11명 가량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비리 수사에 착수하면 전체 인력 규모는 2∼3배 이상 늘어난다.
전국 검찰청에서 수사와 재판에 필요한 정예 파견인력을 수시로 수혈할 계획이다.
수사 착수 전 단계에서는 기존에 축적해 둔 범죄 첩보를 분석하고 몇몇 의혹 사안들에 대한 내사(內査) 업무가 진행된다.
법조계에서는 2013년 대검 중수부 폐지 후 김수남 검찰총장 체제를 맞아 처음 도입되는 특수단의 활동에 주목하고 있다. 특수단이 과거 중수부처럼 대형 게이트 수사에서 성과를 낼수 있을지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황교안(59·13기) 국무총리가 최근 이른바 ‘부패방지 4대 백신 프로젝트’ 가동을 선언하는 등 범정부 차원의 ‘부패 척결 드라이브’가 가시화된 만큼 검찰로서는 넉넉한 동력을 갖춘 상황이다. 자연스럽게 특수단이 어떤 사건을 ‘제1호 사건’으로 수사할지에 이목이 집중된다.
정부가 부패 사건 중에서도 예산 낭비를 초래하는 비리 단속을 강조한 만큼 부실 의혹이 있는 대형 국책사업이나 지방자치단체·공기업·공공기관 비리부터 손을 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수단 운영방식이
중수부 스타일?
매출이 크고 전국에 사업장을 둔 대기업집단에서 저질러진 부정부패, 정치권이 개입한 권력형 비리 사건 등도 특수단의 표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부패범죄특수단은 운영방식은 중수부 스타일을 그대로 따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우선 보고체계가 대검 반부패부-검찰총장 라인으로 간소화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3차장검사와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이어지는 보고라인에 더해 수시로 대검 반부패부 및 총장의 재가(裁可)를 받아온 점을 고려하면 의사결정 시간이 크게 단축됨은 물론이고 수사 보안도 크게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옛 중수부가 갖췄던 ‘가변적 수사인력 시스템’도 그대로 이식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특수단 운영과 관련해 아직 구체적인 방침이 정해진 것은 없지만 중수부의 장점만을 살려 운영의 묘를 살리겠다는 게 대원칙”이라고 말했다.
중수부 대신 특별수사의 중심으로 기능해온 기존 서울중앙지검 특수 1∼4부와 어떤 식으로 역할 분담을 해 운영의 묘를 살릴지도 관심사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첫 수사 시점과 타깃 선정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부패범죄특수단 성패의 관건은 결국 수사 공정성 확보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송승환 기자 songwin@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