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위시한 친노 운동권 세력과 권노갑·정대철 구민주계의 목숨을 건 사투가 가관이다. 친노 진영은 탈당 세력을 구정치세력으로 몰고 있는 반면 구민주계는 친노 세력을 친노·운동권 세력으로 옭아매고 있다. 어느 진영이 울고 웃을지는 오는 총선과 내년 대선에서 명확하게 갈릴 전망이다. 외형상 친노 진영은 방어하는 입장이고 구민주계 및 안철수 신당은 연대해 공격하는 모양새다. 그 전면에는 안철수-김한길 두 인사가 신당창당으로 친노 압박 작전에 나서고 있지만 배후에는 DJ와 함께한 동교동계 및 구민주계 호남 인사들이 한몫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권노갑·정대철 등 원로급 인사들이 탈당을 하는 사이 한솥밥을 먹던 권 전 고문의 동지인 DJ 3남 김홍걸씨와 정 전 고문 아들 정호준 의원은 당에 남아 엇갈린 정치행보를 보이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더민주와 신당 감정 다툼이 동지와 가족까지 정치적 노선을 다르게 만들고 있다.
- ‘동교동 좌장’ ‘구 민주계 대표’가 떠나는 사연은…
- 아버지와 아들 정치적 결별說…누가 승자?

친노가 득세하는 가운데 2차 갈등은 2007년 대선을 앞두고 터졌다. 이번에는 김한길 의원을 필두로 22명의 의원이 탈당해 당을 창당했다. 당시 열린우리당으로는 차기 대권이 힘들다는 판단에 따라 중도통합민주당을 탄생시키면서 친노를 배척해 되돌리기 힘든 감정의 골이 생겼다. 그러나 대선을 4개월 앞둔 시점에 어쩔 수 없이 두 세력은 다시 합쳐 정동영 후보를 내세웠다. 하지만 이명박 후보의 압승으로 끝이 났다.
현역 탈당 18명 박지원 탈당 ‘후폭풍’
2012년 대선 때에는 안철수 바람이 불면서 구민주계는 당내에서 문재인 후보에게 대통령 후보 자리를 내줬지만 내심 안 후보의 승리를 기대했다. 그러나 주류세력이었던 친노 세력은 무소속 안 후보가 대통령 후보 자리를 양보해 박근혜 후보와 맞대결을 벌였지만 아깝게 패하면서 분노를 삼켜야 했다. 이후 친노 세력과 구민주계 세력은 주류와 비주류로 나뉘어 선거와 전당대회를 치르면서 치열한 공방을 벌여왔다. 급기야 20대 총선을 몇 개월 앞두고 비주류 세력들이 순차적으로 탈당을 감행하면서 본격적인 세 대결을 벌이고 있다.
지금까지 더민주당 탈당 인사들을 보면 안철수 의원을 기점으로 현역 의원만 16명이다. 문병호(재선 인천부평갑),유성엽(재선 전북정읍), 황주홍(초선 전남장흥강진영암), 임내현(초선 광주북을), 김동철(3선 광주광산갑), 최재천(재선 성동갑), 권은희(초선 광주광산을), 김한길(4선 서울광진갑), 김영환(4선 경기안산상록을, 김관영(초선 전북군산), 최원식(초선 인천계양을), 주승용(3선 전남여수을), 장병완(재선 광주남구), 신학용(3선 인천계양갑), 김승남 의원(초선 전남고흥보성) 등이다. 여기에 천정배(5선 광주서을).박주선 의원(3선 광주동구)까지 더하면 18명이다.
이번주 박지원 의원(3선 전남 목포)을 비롯해 김영록(재선 전남해남완도진도), 이윤석(재선 전남무안신안), 김승남(초선 전남고흥보성). 박혜자(초선 광주서갑), 이개호 의원(초선 전남담양함평영광장성) 등 6명이 추가적으로 탈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럴 경우 호남에서 1당 지위를 더민주가 빼앗길 운명이다. 아울러 신당은 숫자적으로 원내교섭단체 요건인 20석을 만들 수 있게 됨으로써 숨통이 트이게 된다.
탈당 인사들을 계파별로 나눠보면 김한길계보로 알려진 김관영, 최재천. 문병호, 주승용 손학규계로는 김동철, 신학용, 임내현, 최원식, 박지원계로는 분류되는 김영록, 박혜자 이윤석 의원 등이 분류된다. 결국 탈당 인사들 면면을 보면 호남중심에 계파별로는 김한길계와 손학규계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일단 탈당파 현역의원들이 신당에 가세할 경우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게 되면 선거를 치를 총알을 마련하게 된다. 올해는 선거가 있는 해로 평년의 두 배인 88억 원의 정당보조금이 생긴다. 자금 다음으로 선거에 중요한 것은 조직이다. 현재 야권의 가장 큰 조직적 기반은 호남이다. 그리고 호남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인물이 DJ이다. 탈당파 중 손학규계를 제외하면 김한길계와 박지원계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불가분의 인사들이다.
김 의원은 첫 정계 입문을 할 당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신한국당의 비례대표 공천제안을 거절하고 DJ의 새천년민주당 의원으로 배지를 달았다. 1999년 대선에서 당선된 여의 대선캠프 공보팀장, 대통령인수위원회 대변인 등을 잇따라 맡았으며 1999년에는 만46세의 나이로 최연소 청와대정책기획수석에 임명될 정도로 DJ의 신임을 받았다. 2000년에는 문화관광부 장관으로 중용되기도 했다. 박지원 의원은 DJ 비서실장으로 두말할 필요가 없는 DJ맨이다.
여기에 동교동계 좌장으로 불리는 권노갑 전 상임고문이 탈당하면서 힘을 보탰다. 지난 12일 더민주당을 탈당한 권 전 고문은 “DJ의 유지를 받들어 통합과 정권교체를 위해 노력해왔다”면서도 “하지만 연이은 선거패배에 책임질 줄 모르는 정당, 정권교체의 희망과 믿음을 주지 못하는 정당으로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탈당 배경을 밝혔다.
‘뭉치는’ DJ맨들…3남 김홍걸 ‘불만’표출
권 전 고문의 탈당은 사실상 야권 원로의 한 축으로 호남 민심에 적잖은 영향을 줄 수밖에 없고 당에 남아 있는 DJ키즈들을 동요하게 만들고 있다. 약속이라도 한 듯 다음날 호남 출신 주승용,장병완 의원이 동반 탈당했다. 이날 권 전 고문은 독자 신당을 추진중인 호남 출신 박주선 의원과 박준영 전 전남지사를 만났고 안철수 신당에 합류한 김한길 의원과도 만나 통합의 가교역할을 자청했다. 일단 호남 신당 세력을 통합한 뒤 안철수 신당과 함께하자는 복안이다.
하지만 권 전 고문의 탈당하기 전날인 11일 DJ 3남 김홍걸씨는 DJ정신을 내세워 탈당하는 것에 대해 간접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김 의원은 “출신이 어디건, 모신 적이 있든 없든 상관없이 그 분의 철학과 원칙을 제대로 따르는 사람이 바로 ‘DJ정신’을 계승하는 정치인”이라며 가신그룹의 DJ 마케팅에 제동을 걸었다.
특히 이 발언은 권 전 고문이 탈당하기 전날 발언으로 더민주당 남양주을 예비후보 출마를 선언한 DJ 비서실장 출신의 김한정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의 축사 자리에서 어머니 이희호 여사를 대신해 지지 글을 낭독하는 자리였다.한 발 더 나아가 김씨는 동교동계와 호남 인사들이 탈당을 하면서 친노 세력을 공격하는 것에 대해서도 “김대중 시대가 따로 있고 노무현 시대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며 “DJ 세력과 친노 세력을 나누려는 시도는 ‘분열’일 뿐”이라고 쓴소리를 보냈다.
홍걸씨의 이런 입장에도 불구하고 권 전고문은 다음날 탈당했다. 오히려 15일에는 야권 원로의 또 다른 한 축인 구민주계를 대표하는 정대철 전 고문이 10명의 당원들과 함께 탈당했다. 정 전 고문의 뒤를 따라 40여명의 구민주계 인사들이 탈당계를 더민주에 제출할 예정이다.
또한 ‘DJ 마지막 비서관’으로 알려진 최경환 김대중평화센터 공보실장 역시 더민주당을 탈당하고 안철수 신당인 국민의 당으로 합류했다. 최 실장은 “문 대표가 김대중·호남 세력을 껴안고 갈 생각이 없어 보여 탈당한다”면서 “탈당 전 이희호 여사와 권노갑 전 고문, 박지원 의원을 만나 사전 승낙을 받았다”고 덧붙여 홍걸 씨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일단 동교동계와 구민주계 그리고 박지원 의원 등은 일단 무소속으로 제3지대에서 야권 통합에 매진할 전망이다. 정 전 고문의 경우에는 정균환 전 원내총무와 함께 천정배 신당과 안철수 신당이 통합하는 데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편 정 전 고문의 아들인 정호준 의원(서울 중구)은 당에 잔류했다. 야권내에서는 ‘아버지와 아들 정치적 결별설’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야권내에서 대다수 시각은 20대 공천 임박해서 정 의원의 공천여부에 따라 아버지를 따라갈지 아니면 탈당할지 여부가 가시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편 안철수 신당도 DJ맨 영입에 앞장서고 있다. DJ 최초로 여성 공보수석을 지낸 박선숙 전 의원은 안철수 신당 ‘국민의당’ 창당준비위원회 집행위원장으로 영입했다. 박 전 의원은 2012년 안철수 캠프에서 선대위 공동본부장을 맡은 바 있다. 특히 박 전 의원은 민족민주운동연구소 연구원과 부소장을 지내면서 DJ의 눈에 들었고 이후 1995년 새정치국민회의 부대변인을 걸쳐 2002년 청와대 공부석을 지냈다.
동교동계와 구민주계 그리고 안철수-김한길 신당 세력의 역할이 ‘조직 통합’ 그리고 ‘신당창당’으로 명확하게 분담된 모습이다. 한편으론 문 대표와 더민주당을 친노·운동권당으로 만들고 있다. 신당에 참여하고 있는 한 인사는 “동교동계와 구민주계의 반격이 제1야당에 대한 호남 민심이반이 기반이 되고 있다”며 “문재인으로는 오는 총선과 대선을 치르기 쉽지 않다는 기류가 DJ맨들을 결집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나아가 이 인사는 “현재 선거 구도가 1여다야로 여당이 유리한 듯 보이지만 손학규, 정동영, 정운찬 등 큰 인물들이 신당에 참여하고 박영선 민병두 의원 등 수도권 출신 의원들이 가세할 경우 여당 대 신당 구도의 양강체제로 총선이 치러질 수 있다”며 “신당으로 힘쏠림현상이 가속화될 경우 기호 2번도 총선전에 바뀔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더민주 ‘영입전쟁’ 신당, ‘탈당전쟁’ 승자는
그러나 ‘기호2번’이 신당이 받기에는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존재한다. 여당의 한 인사는 “기호가 바뀔 정도로 신당의 몸집이 커질려면 야당의 20여명이나 되는 비례대표 의원들이 움직여야 한다”며 “하지만 이들이 탈당을 할 경우 의원직을 박탈당하기 때문에 기호 2번은 더민주가 갖고 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야권내에서는 호남 민심을 두고 문재인 ‘영입 전쟁’과 신당의 ‘탈당 전쟁’에서 어느 세력이 멈추지 않고 이어갈 수 있느냐에 따라 총선전 급속한 쏠림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데 동의하는 모습이다. 또한 동교동계와 구민주계의 친노운동권 고사작전의 성패도 갈릴 전망이다.
mariocap@ilyoseoul.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