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스타 ‘겹치기 출연’에 시청자 ‘비난 폭발’
특정 스타 ‘겹치기 출연’에 시청자 ‘비난 폭발’
  • 김민주 
  • 입력 2006-05-11 09:00
  • 승인 2006.05.11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공중파 방송 3사의 오락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들의 비난이 끊이질 않고 있다.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해야 할 오락프로그램이 특정 스타들의 영화와 음반을 홍보하는 공간으로 전락해 버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계속 지적되어 온 방송의 영화 홍보 논란은 최근 MBC ‘몰래 카메라’를 기점으로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최근 방송된 ‘몰래카메라’에서는 영화 ‘맨발의 기봉이’에 주연을 맡은 신현준이 출연, 방송사가 나서서 노골적으로 영화를 홍보해 시청자들의 빈축을 산 것. 이에 특정 스타의 영화, 음반 홍보를 위한 오락프로그램을 개선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MBC의 ‘몰래 카메라’ ‘신현준 편’이 방송되고 난 뒤, 인터넷 게시판에는 한동안 시청자들의 항의와 비난이 끊이질 않았다. 이날 ‘몰래카메라’에서는 신현준이 출연한 영화 ‘맨발의 기봉씨’를 위해 신현준이 가짜 팬들과 함께 홍보버스를 이용, 시사회장으로 향하던 중 도심 한가운데서 총격전에 휘말린다는 내용이었다.

이같은 내용을 촬영하기 위해 제작진은 신현준과 야산 창고에서 액션영화 버금가는 총격전을 연출했다. 하지만 가끔씩 움찔대며 당황해하는 신현준과 가짜 연기자들의 어설픈 액션연기는 재미는커녕 실소만 자아냈다. 이에 대해 한 네티즌은 ”방송에서 대놓고 영화를 홍보하는 것에 정말 어이가 없었다”며 “시청자들이 왜 이런 홍보방송을 보고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일주일에 2~3회 출연도

TV 프로그램에 스타들이 출연해 영화나 음반을 홍보하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동안 대부분의 토크쇼와 오락프로그램에 톱스타들이 출연, 자신이 출연하는 영화를 홍보하거나 가수들이 나와 자신들의 최신 앨범을 홍보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했던 것. KBS ‘상상플러스’, ‘해피투게더’, ‘해피선데이’ 와 SBS ‘야심만만’, ‘실제상황 토요일’, ‘일요일이 좋다’, MBC의 ‘놀러와’, ‘강력추천 토요일’, ‘일요일 일요일밤’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이들 프로그램에서는 새로운 영화나 음반이 나올 때마다같은 연예인들이 비슷한 시기에 타 방송사에 겹치기로 출연, 시청자들은 일주일에도 2~3번 이상 그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을 봐야 했다.

스타들이 무리를 해가면서 이렇게 방송에 나와 홍보활동을 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이에 대해 한 영화 관계자는 “사실 영화나 음반을 홍보하는 데 있어서 방송만큼 효과가 좋은 것도 없다”고 밝혔다. 신문광고나 일반 마케팅 광고로는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기 힘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비용까지 많이 든다. 하지만 영화를 주연한 톱스타들이 직접 TV에 출연해 영화를 홍보하면, 너무나 쉽고 간편하게 전국의 모든 시청자들에게 영화를 알릴 수 있다. 더욱이 배우들은 영화를 흥행시켜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본인들 스스로 자청해서 TV 오락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는 상태.

영화 홍보 관계자들의 입장에서는 주연 배우들이 이렇게 희생(?)을 해주면 감지덕지 할 뿐이라고 한다. 방송 프로그램을 영화인들에게 내어주고 있는 방송사들의 입장은 어떨까. 방송사의 입장에서도 시청자들이 원하는 톱스타들의 출연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방송사에서 쉽게 모시기 힘든 톱클래스 스타들이 적극적으로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몸을 사리지 않으면서 방송을 하는데 어찌 싫다고 할 수 있을까. 이러한 스타들의 모든 행동이 곧 시청률로 연결되기 때문.

시청률로 연결돼 무시 못해

지난 1월 31일 ‘흡혈형사 나도열’의 개봉을 앞두고 ‘상상플러스’에 출연한 김수로는 전국에 ‘꼭짓점 댄스’ 열풍을 일으키며, 해당 프로그램을 30%가 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게 만들었다. 이후 영화 ‘흡혈형사 나도열’도 150만 관객 동원이라는 성과를 낳았다. 또한 코미디 영화로 600만 이상의 대히트를 기록한 영화 ‘투사부일체’의 주인공들 역시 오락프로그램 홍보 덕을 많이 본 케이스. 영화의 주연을 맡았던 정준호, 정웅인, 정운택, 이상중 등의 주연배우들이 방송3사의 모든 오락 프로그램에 출연해 영화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나선 것.

당시는 TV만 켜면 이들의 얼굴을 볼 수 있었고,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왜 매일 똑같은 얼굴이 방송에 나오는 것이냐”며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영화 관계자들 사이에서 영화 ‘투사부일체’ 자체에 대한 평은 그리 좋지 않았다. 전작 ‘두사부일체’의 웃음 코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어 다소 식상하며, 연기자들의 호연에도 불구하고 진부한 내용과 억지웃음을 유발시키고 있다는 비난을 면치 못했던 것. 하지만 이러한 비관론에도 불구하고, ‘투사부일체’는 코미디 영화사상 처음으로 610만 관객동원이라는 ‘대박’을 터뜨렸고, 홍보를 열심히 하면 얼마든지 ‘대박’이 가능하다는 공식을 만들기도 했다. 상황이 이러한지라 스타들은 1주일에 2~3번 이상 TV 오락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경우도 쉽게 목격하게 된다.

시청자들 “그들만의 잔치”

방송사와 영화사의 이해관계로 계속 이어지고 있는 오락프로그램의 의도된 관행은 고스란히 시청자들이 피해로 돌아오고 있다. 그리고 시청자들 역시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시청자게시판에는 “영화 배우들의 오락프로그램 겹치기 출연이 너무 심하다”, “너무 성의 없게 방송한다”, “도대체 뭐하려고 방송에 나왔는지 모르겠다”, “영화 홍보하려면 다른 방법으로 하라. 짜증난다”등의 의견들이 게시판을 도배하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시청자들을 배제한 채 그들만의 잔치로 전락해버린 방송3사의 오락프로그램. 대중들의 볼거리와 알권리를 충족시켜줘야 하는 이들 오락프로그램들이 언제쯤 다양한 아이템과 개성있는 출연자들로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만족시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민주  kimmj@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