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쟤가 걔야?”… “눈물, 노출, 발음… 문제없어요”
“아니! 쟤가 걔야?”… “눈물, 노출, 발음… 문제없어요”
  • 김민주 
  • 입력 2006-05-17 09:00
  • 승인 2006.05.17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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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배우들의 연기력에 대한 호평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연기 호평을 받고 있는 여배우들이 모두 과거 ‘연기 부족 논란’을 일으켰던 배우들이어서 주목된다. 김민희, 정려원, 추자현, 한고은 등이 바로 그 주인공. 하지만 이들은 이제 뛰어난 감정·눈물연기와 내면연기로 연기력에 대해 재평가를 받으면서 칭찬 세례를 받고 있다. 우려를 극찬으로 바꾼 이들의 연기 변신 비결을 알아봤다.


KBS ‘굿바이 솔로’의 김민희, MBC ‘넌 어느별에서 왔니’의 정려원, 영화 ‘사생결단’의 추자현, SBS ‘사랑과 야망’의 한고은.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연기력 논란을 빚었던 배우들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현재는 시작할 때의 우려와는 달리 극중 누구보다 돋보이는 연기를 펼쳐 칭찬이 끊이질 않고 있다는 공통점도 있다. 이들이 자신들에게 쏟아지던 가시돋친 말과 비판을 뛰어난 극찬으로 승화시킨 비결은 무엇일까.

김민희 악바리 근성으로 ‘열연’

지난달 20일, 종영된 KBS2 ‘굿바이 솔로’에서 김민희는 솔직하고 당당한 ‘미리’역을 맡았다. 상대 파트너였던 이재룡을 사랑하면서 겪게 되는 아픔과 슬픔을 표현해내는 캐릭터. 지난 99년에 청소년 드라마 ‘학교2’로 데뷔한 김민희는 N세대 대표 아이콘으로 불리며, CF스타로 유명세를 떨쳤다. 예쁘게 웃는 밝은 모습에 CF 제의가 끊이질 않았던 것. 하지만 정작 연기자 ‘김민희’에 대한 평가는 형편없었다. ‘순수의 시대’, ‘형수님은 열아홉’ 등의 드라마에서는 ‘대사를 하는 게 아니라, 국어책을 읽는 것 같다’, ‘표정연기와 말투가 일치가 안된다’는 등의 악평이 줄을 이었다. 특히 연예인이 아닌 일반 국민들에게 ‘평민’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급격하게 안티팬이 늘어나기도 했다. 때문에 ‘김민희 캐스팅’은 논란을 불러왔다. 대다수 드라마 관계자들이 그녀의 캐스팅에 우려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굿바이 솔로’의 노희경 작가에게 김민희가 ‘다섯 번이나 퇴짜를 맞았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이야기. 김민희는 드라마 제작발표회장에서 ‘다섯번 퇴짜’ 이야기가 거론되는 가운데, 기자들이 보는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급하게 기자간담회장을 빠져나가는 보기드믄 광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드라마가 시작되고 나서부터는 상황이 달라졌다. 김민희의 이런 캐스팅 비화를 전해들은 시청자들은‘김민희의 연기’를 관심 있게 지켜봤고, 최선을 다하는 김민희의 연기력에 ‘합격점’을 줬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김민희의 연기가 많이 달라졌다”, “미리역은 김민희가 아니면 상상할 수도 없다”, “다른 주인공들도 많은데, 김민희에게만 눈이 간다”는 등의 호평이 이어졌다. 김민희가 이렇게 연기호평을 받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악바리 같은 근성’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번 드라마에서는 톡톡 튀는 의상, 진한 화장, 화려한 액세서리, 예쁜 척(?) 하는 표정 등은 찾아볼 수 없었다. 화장기 없는 얼굴과 아무렇게나 흐트러진 머리, 헐렁한 티셔츠 등으로 기존에 그녀가 가지고 있던 화려한 이미지는 모두 버리고, 진솔한 모습으로 작품에 임했다.

‘어렵게 따낸 역할, 욕먹기는 죽어도 싫었다’는 게 김민희의 각오. 미리 방송국에 찾아가서 대본을 받아오고, 대본이 나오면 손에서 놓지 않고 연습을 했다. 이러한 노력 때문인지 끊임없는 발음 연습으로 국어책 읽는 것 같은 발음 역시 상당히 자연스러워졌다는 평을 받았다. 화려한 의상과 진한 화장을 벗어던지고, 연기자로서 인정받고 싶었다는 김민희. 이제는 N세대 CF스타가 아닌, 진정한 연기자로 거듭나고 있다.

정려원 최고의 ‘눈물연기’


지난 2일 막을 내린, MBC ‘넌 어느별에서 왔니’의 정려원 역시 이번 드라마로 기사회생한 케이스. 2000년에 여성그룹 샤크라의 멤버로 연예계에 데뷔해 5년 동안 가수로 활동했지만, 연기자의 꿈을 안고 전격 ‘전업’을 선언했다. 1년간의 공백을 가지면서 연기공부를 했고, 수없이 오디션에 떨어지면서 연기를 갈망했다. 그러다가 힘들게 얻게 된 행운은 바로 지난해 50%라는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던 ‘내 이름 김삼순’의 희진 역에 캐스팅된 것. 오랫동안 연기를 하고 싶던 열망은 그 드라마를 통해 자연스럽게 표출됐고, 정려원은 연기자로서 화려한 신고식을 마쳤다.

하지만 바로 뒤이어 시작한 드라마 ‘가을 소나기’는 MBC 드라마 사상 유래 없이 최악의 시청률(3%)을 기록하면서 ‘연기 부족 논란’을 일으켰다. 때문에 엄태웅과 에릭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역할이었던 ‘늑대’의 여주인공 자리마저 고사한채, 잠시 휴식기를 가졌다. 정려원의 이런 기다림과 휴식은 ‘늑대’의 방영중단 사고를 피할 수 있었고, 대신 표민수 PD의 드라마에서 김래원과 환상적인 호흡을 맞출 수 있었다. ‘넌 어느별에서 왔니’에서 정려원은 도시적인 세련미를 과감히 벗어던지고, 촌티나는 트레이닝에 티셔츠를 선택했다. 의상뿐만 아니라 양갈래로 땋은 머리, “~했거덩요” 등의 사투리로 시골처녀의 맛깔스런 역할을 너무 천연덕스럽게 소화했다는 평을 받았다.

MBC 시청자 게시판에는 “세련된 이미지를 가진 정려원이 시골처녀 역도 너무 잘 어울린다”, “진짜 복실이처럼 보인다”, “연기를 정말 잘하는 것 같다”라는 칭찬이 쏟아졌다. 특히 정려원의 연기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던 장면들은 바로 ‘눈물연기’. 극중 정려원은 사랑하는 남자친구와 헤어지는 장면 등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렸는데, 보고 있는 시청자들도 같이 눈물을 흘려야 했을 정도로 가슴 절절한 사랑을 표현해냈다. 극중 정려원이 눈물연기를 선보일 때마다 다음날 인터넷 게시판에서는 “눈물연기가 최고였다”며 감정연기를 칭찬하는 글들이 넘쳐났다. 그리고 정려원의 이런 호연덕인지 드라마는 동시간대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막을 내렸다.

추자현 “노출도 부담없어”

최근 영화계가 ‘진흙속의 진주’를 발견하고는 기쁜 내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영화계 관계자들을 이렇게 흥분시킨 주인공은 바로 배우 추자현. 영화 ‘사생결단’의 홍일점을 맡았던 추자현은 영화가 개봉되기 전까지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배우다. ‘사생결단’에는 연기파 배우 ‘황정민과 류승범’만이 나온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영화가 오픈되고 나서 사람들은 두 남자배우들 사이에서 전혀 기가 눌리지 않는 추자현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영화에서 추자현은 마약중독자 ‘지영’ 역을 실감나게 펼쳐보였던 것. 데뷔 8년차인 추자현.

그녀는 지금까지 ‘카이스트’, ‘명랑소녀 성공기’등을 통해 중성적이고 보이시한 매력만 보여줬다. 하지만 추자현은 이같은 배역은 이제 그만 하고 싶다고 판단, 단호하게 연기생활을 중단했다. 사람들에게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나고 싶었기 때문. 그렇게 1년을 쉬었다. 그리고 2005년 과감히 누드도 찍었다. 그동안 중성적인 이미지가 강했던 추자현은 누드를 통해 “여성스럽게 보이길 원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또 몇 개월 뒤, 우연히 접한 ‘사생결단’ 시나리오. 추자현은 신인의 마음으로 ‘지영’역을 맡기 위해 오디션에 도전했다. 오디션을 보는 당시에는 지영역을 기대했던 것도 아니라고 한다.

다만, 이렇게 열심히 할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 아무 배역이나 달라는 뜻이었다는 것. 그렇게 마음을 비웠더니 ‘지영’역이 그녀에게 맡겨진 것이다. 영화가 개봉되고 나서 기자들은 물론, 영화 관계자들, 관객들 모두 이번 영화를 두고 ‘추자현의 재발견’ 이라는 데 이의를 달지 않았다. 영화속 지영은 죽은 애인에 대한 슬픔을 감당하지 못해 우연히 마약을 접하게 된다. 이후 약에 취해 짐승 같은 섹스를 하고, 강제로 마약주사를 맞고, 강간을 당하는 등 리얼한 마약중독자역을 표현해낸다.

또한 금단현상 때문에 온몸에 바퀴벌레가 달라붙어 괴로워하는 연기를 하면서 류승범과의 멜로라인까지 완벽하게 소화해내 박수를 받았다. 또한 마약중독자 연기를 하는 가운데, 전라 노출신도 아무렇지 않게 해냈다. 이에 대해 추자현은 “노출연기는 극중 꼭 필요한 장면이었기 때문에 전혀 부담은 없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시사회 직후 이어지는 칭찬과 연기 호평에 추자현은 “너무 기쁘고 행복하다. 두 남자 배우들에게 뒤지지 않게 열심히 쫓아가려고 했을 뿐”이라면서도 “앞으로 이 자세를 잊지 않고 연기에 임하겠다”는 당찬 각오를 밝혔다.

한고은 밤낮으로 발음연습

최근 탤런트 한고은의 연기 재평가도 한창이다. 172cm의 늘씬한 몸매와 도회적인 세련미를 자랑하는 한고은. 그녀는 그동안 빼어난 외모에 비해 연기력이 뒷받침 되지 않는 배우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이번 SBS 드라마 ‘사랑과 야망’을 통해 이같은 평가를 뒤엎고 있는 중이다. 김수현 작가의 리메이크 작품으로 화제를 모았던 ‘사랑과 야망’. 처음 한고은이 여주인공에 캐스팅됐다는 소식에 주변 사람들은 우려섞인 시선을 감추지 못했다.

불안한 시선처리, 혀짧은 발음, 뚝뚝 끊어지는 말투 등으로 ‘연기력’ 면에서는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던 것. 하지만 최근 한고은의 연기력은 과거에 비해 일취월장 수준이다. 부정확하던 발음과 시선처리는 이제 많이 안정되어 있는 상태. 특히 지난달 방송됐던 선우재덕(남편)의 죽는 장면에서 한고은의 ‘오열하는 눈물연기’는 일품이었다는 지적이다. 이날 시청자 게시판에는 “눈물연기는 최고였다”, “한고은이 울자마자 같이 따라 울었다”, “한고은의 연기가 예전에 비해 많이 좋아진 것 같다”는 등의 평들이 나왔다.

물론 일각에서는 “한고은의 연기는 아직 멀었다”, “전혀 감동이 안온다”라는 지적이 있기는 하다. 깊이 있는 내면연기를 하기에는 연기자로서의 내공이 부족하다는 것. 한고은 역시 이번 작품에 대해 자신의 인생을 걸고 있는 상태. 때문에 작품에 캐스팅됐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발음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밤낮으로 ‘발음연습’에 매달렸다. 또한 연기도 김수현 작가에게 직접 지도를 받는 등 남다른 각오로 임하고 있다. 최근 드라마의 극중 전개가 한고은과 조민기의 ‘재결합’으로 흘러가면서 또 다시 시청률이 올라가고 있다. 극중 한고은의 역할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둘의 역할과 연기가 시청률을 이끌고 있는 것은 사실인 것. 이에 MBC ‘신돈’, KBS ‘서울 1945’를 제치고, 동시간대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김민주  kimm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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