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운서의 변신은 무죄?
아나운서의 변신은 무죄?
  • 김민주 
  • 입력 2006-08-02 09:00
  • 승인 2006.08.02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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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희 아나운서의 ‘미스유니버스 대회 출전’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특히 유니버스 대회중 미스유니버스 조직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노출된 ‘비키니 사진’이 문제를 더욱 크게 만들었다. 이 사진을 두고 네티즌들은 “선정적이다” vs “아니다”란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여기에 MBC 성경환 아나운서국장이 ‘아나운서 이미지 실추 우려’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면서 이에 대한 논란은 MBC vs SBS의 감정 충돌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눈덩이 불어나듯 커지고 있는 ‘김주희 아나운서의 미인대회 출전 논란’, 도대체 논란의 핵심은 무엇일까.


김주희 아나운서에 대한 논란이 온통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2005년 미스코리아 진, 2005년 SBS 13기 아나운서 공채 합격, 생방송 모닝와이드 진행, 2006년 미스유니버스대회 출전, 아나운서 비키니 논란, 아나운서의 신뢰성과 연예인화 논란 등은 김주희 아나운서를 떠올릴 때 생각나는 것들이다.

미스 유니버스대회 출전

최근 한달 동안 많은 이슈들을 만들어낸 김 아나운서. 그녀는 자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논란의 한 가운데 있다.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 9전 10기의 열정으로 방송사 공채 시험에 응시했을 정도로 ‘아나운서’에 대한 집념과 열정이 대단했던 김 아나운서. 그녀에게 미스코리아는 아나운서로 가는 길목에서 한 템포 쉬어가기 위한 선택에 불과했다고 한다.

그러나 잠시 쉬어가기 위해 경험삼아 치렀던 2005년 미스코리아 대회에서 ‘진’에 당선되면서 한국 최고의 미인이라는 타이틀을 얻었고, 곧바로 SBS 13기 아나운서 공채에 합격됐다. 그녀는 지성과 미모의 대명사로 여겨지는 아나운서와 미의 여왕인 미스코리아 타이틀을 둘 다 거머쥐는 행운을 안았던 것이다.

이때 SBS는 미스코리아 출신의 아나운서를 뽑으면서 ‘외모 지상주의’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비난을 들어야 했다. SBS는 미스코리아와 아나운서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밝혔지만, 일각에서는 김 아나운서가 미스코리아에 당선됐기 때문에 아나운서에도 뽑힐 수 있었다는 추측이 나돌기도 했다. 하지만 오랜시간 아나운서를 준비해온 김주희 아나운서는 단기간에 ‘생방송 모닝 와이드’ 진행을 맡아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았다.

‘MBC vs SBS’ 첨예한 대립각 세워

김주희 아나운서의 미스유니버스 대회 출전은 사실 의무의 이행이라고 볼 수 있다. 미스코리아 입상자들은 행사 주최측과 1년 동안 계약을 맺으며, 계약사항에는 국제대회 출전의 의무가 포함되어 있다. 김주희 아나운서 역시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미스유니버스 대회에 출전하는 것에 대해 “내가 해야 할 의무일 뿐”이라고 담담하게 밝힌 바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최근 인터넷을 중심으로 시끄럽게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비키니 아나운서 논란’ 역시 자신의 의무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생긴 부수적일 결과물일 뿐이라는 얘기가 된다. 김주희는 이 대회에서 한복 심사, 드레스 심사와 더불어 비키니 수영복 심사를 거쳤는데, 그 사진이 몇몇 언론을 중심으로 인터넷에 급속도로 퍼지면서 화제를 모았다. 그리고 MBC 성경환 아나운서 국장이 이 사진들은 접한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인터넷에서 선정적인 사진(김주희 아나운서의 비키니 사진)들을 보고 기겁했다”며 “아나운서의 이미지가 실추될까봐 우려된다”고 말해 ‘비키니 아나운서’ 논란을 수면위로 끌어올렸다.

MBC 성 국장의 발언에 SBS 아나운서국 측은 “전혀 문제될 게 없다”고 김주희 아나운서를 옹호하며, MBC에 대해 서운한 감정을 감추지 못하며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네티즌들의 의견도 분분한 상태. “뉴스를 볼 때마다 비키니 사진이 생각날 것 같다”는 의견과 “뉴스 앵커가 비키니를 입으면 안되는 이유는 없다”면서 찬반논란이 한창이다.

또한 일각에서는 김 아나운서가 “대회의 본선에 진출했고, 상까지 탔다면 이렇게 비키니 논란이 확대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 김주희 아나운서가 미스유니버스대회 본선에 당당히 진출하고, 순위권 안에 들었다면 대중과 언론들의 반응이 지금과는 정반대였을 것이라는 것. “김 아나운서가 입상을 해,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 돌아왔다면 모든 언론은 김 아나운서의 칭찬으로 도배를 했을 것”이라는 한 방송 관계자의 말이 단순한 푸념으로 들리지 않는 이유다. 그렇다면 결국 이런 논란은 누구의 잘못일까. 정답은 ‘둘다 아니다’라는 것. 이번 사태는 김주희 아나운서를 비난할 일도, MBC의 성 국장의 의견을 비난할 일도 아니다.

아나운서 인식 변화 계기될 수도

김 아나운서는 자신의 의무 때문에 미인대회에 출전했고, 대회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 비키니를 입었는데, 이것이 김 아나운서에게 죄(?)가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한 아나운서의 이미지 실추를 우려하는 MBC 성 국장의 입장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또한 일부 네티즌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혹시 시청자들이 뉴스를 시청할 때 비키니가 생각난다면, 그래서 ‘아나운서의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면, 그녀가 방송에 복귀하고 일정기간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을 지켜본 후, 판단해도 늦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아나운서의 영역은 더욱 넓어지며 다양해지고 있는 추세다. 아나운서의 위상은 과거에 비해 확실히 변했고, 지금도 꾸준히 변화하고 있다. 시청자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KBS의 강수정·노현정 아나운서가 친근함과 망가진 모습으로 시청자들로부터 호감을 얻고 있는 것을 볼때, ‘신뢰성과 객관성’만이 아나운서의 무기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친근함과 망가짐이 이제는 아나운서의 한 모습으로 인정되고 있다. 이번 사건을 아나운서에 대한 ‘인식변화’의 계기로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정숙한 정장에 단정한 커트 머리 아나운서에 익숙해 있던 우리에게 비키니를 입은 아나운서의 모습은 충격적일 수 있다. 하지만 외국 앵커의 경우 민소매와 어깨를 훤히 드러내놓는 의상을 입고, 자유스러운 머리를 한 채 방송을 하기도 한다. 처음 접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충격적이다. 이제 우리도 아나운서의 ‘상’이 바뀌고 있음을 천천히 인정해 보는 것은 어떨까.

<김민주 기자> kimmj@ilyoseoul.co.kr

김민주  kimm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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