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혜교, 한가인, 려원, 전지현 등 자연미 과시
일부에서 “쌩얼이 전부는 아니다” 따끔한 지적도
연예인 ‘쌩얼’ 열풍 진단
요즘 연예계에 급속도로 ‘쌩얼’ 열풍이 불어 닥치고 있다. 쌩얼이란, 쉽게 말해 ‘맨얼굴’을 일컫는다. 쌩얼이 연예계 미의 또다른 척도로 급부상하면서 ‘쌩얼스타’ 대열에 합류하지 못하면, 오히려 ‘미인’의 기준에 미치지 못한 인상마저 준다. 성형 등으로 예뻐진 ‘인위적인 미’를 경계하고, 깨끗한 피부를 강조하면서 ‘자연적인 미’를 강조하는 쌩얼 스타들. 하지만 물속에서 빠른 발짓을 하고있는 우아한 백조처럼, 이들의 겉모습 뒤에는 피부과를 밥 먹듯 다닐 수밖에 없는 절박한 현실이 공존하는 것도 사실이다. 연예계 핫이슈 ‘코드’로 떠오른 쌩얼 스타의 두 얼굴을 짚어본다.
연예계의 ‘외모’ 트렌드가 또 다시 바뀌고 있다. 과거 ‘얼짱’에 이어, ‘몸짱’, ‘동안’이 유행하더니 이번에는 ‘쌩얼’ 열풍이 연예가를 덮치고 있다. ‘쌩얼’이란 화장을 하지 않은 맨 얼굴을 이르는 말. 인터넷을 중심으로 10대들 사이에서 유행되기 시작한 말로 이제 연예계를 점령하고 있다.
스타들, 너도나도 ‘쌩얼’ 열풍
최근 쌩얼로 부각된 스타들은 누가 있을까. 우선 최근 한 인터넷 사이트의 설문조사에서 당당히 1위에 오른 미시스타 한가인이 있다. 그녀는 잡티하나 없는 깨끗한 피부와 오똑한 콧날, 갸름한 턱선에 선한 눈매 때문에 데뷔하자마자 최고의 ‘자연미인’으로 꼽혀왔다. 특히 드라마 ‘닥터깽’에 같이 출연했던 탤런트 양동근이 한가인의 콧날을 두고 “콧날에 베일 것 같다”는 우스갯 소리까지 할 정도로 한가인은 자연적이고 예쁜 코를 가지고 있다. 또한 그녀는 지난해 탤런트 연정훈과 결혼을 하면서 뭇남성들의 마음을 아프게(?) 만들기도 했지만, 결혼후에도 연기활동을 계속하면서 미시스타의 파워를 자랑하고 있다.
최근 미니홈피를 통해 공개된 노현정 아나운서의 ‘쌩얼’ 사진 역시 인터넷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노 아나운서의 미니홈피에 올려져 있던 쌩얼사진은 초록색의 편한 티셔츠 차림에 화장기 없는 맨얼굴을 셀카로 찍은 것이다. 이 사진이 공개된 이후 네티즌들은 노 아나운서의 ‘쌩얼’을 직접 보니 꾸미지 않아도 원판(?)이 예쁜 미모를 지녔다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생얼 열풍은 신인의 탄생에도 단단히 한 몫하고 있다. 신인 ‘민효린’은 해당 연예 기획사에서 유포시킨 한 쌩얼 셀카 사진 몇장이 인터넷상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키면서 주목을 받았다. 이후 그녀는 생짜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파격적인 조건으로, 광고 제의가 쏟아지고 있어 주변 관계자들이 오히려 더 놀라고 있다고 한다.
드라마, 영화, CF ‘쌩얼 코드’ 대세
생얼 열풍은 처음 인터넷을 중심으로 화제를 모았지만, 이어 드라마, 광고 등에서 ‘쌩얼 코드’를 사용하고 있다. KBS 2TV 월화드라마 ‘미스터 굿바이’의 이보영은 극중 ‘노메이크업’으로 나오면서 소탈하면서 자연스러운 매력을 연기했다. SBS 수목드라마 ‘스마일 어게인’의 김희선 역시 극중 소프트볼 선수로 나오면서 털털한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노메이크업에 가까운 쌩얼 연기를 펼쳤다.
또한 영화속에서의 노메이크업 쌩얼 스타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사랑을 놓치다’에서 송윤아는 청바지에 티셔츠를 걸치고, 머리를 질끈 묶은 채로 맨얼굴로 스크린에 나섰다. 송윤아는 맨얼굴 촬영을 처음에는 민망해 했지만, 주위에 있던 스태프들 사이에서는 화장한 것보다 더 예뻤다며 칭찬이 절로 나왔다는 후문.
최근 개봉한 영화 ‘각설탕’에서 임수정 역시 맨얼굴 열연이 화제가 되고 있다. 극중 기수로 나오는 임수정은 말과 함께 호흡하면서 여자 기수를 연기하기위해 노메이크업으로 열연했다. ‘각설탕’의 감독 역시 “이렇게 예뻐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여배우는 처음 봤다”고 말할 정도로 임수정의 쌩얼 연기에 감탄했다고 한다.
광고계에서도 쌩얼 열풍이 예외일 수는 없다. 최근 들어 CF에서도 ‘쌩얼’을 강조한 광고가 많이 등장하고 있는 것. 톱스타 송혜교는 한 CF에서 모자를 푹 눌러쓰고, 선글라스를 쓴채 길거리를 걷다가 파파라치들에게 딱 걸린다. 처음에는 파파라치를 피해 도망치다가, 결국 모자와 선글라스를 벗어던지고 자신의 맨얼굴을 파파라치 앞에 드러낸다. 피부미인 송혜교가 맨얼굴임에도 당당하다는 내용.
이밖에 전지현 역시 한 화장품 CF를 통해 자연스러운 쌩얼을 보여주면서 청순미를 과시했고, 정려원도 뉴트로지나 광고를 통해 깨끗하고 맑은 이미지의 쌩얼을 보여줬다. 핑클출신의 연기자 ‘성유리’ 역시 쌩얼미인으로 화제를 모은 스타. ‘스킨푸드’ 광고에서 성유리 역시 두터운 화장을 벗고 투명한 아름다움을 과시하면서 자연미를 보여줬다.
이밖에 보아 등 여자 스타들이 하나둘씩 쌩얼을 자랑인 듯 과시하는 대담함을 보였고, 유재석 등 남자 연예인들도 쌩얼 열풍에 동참했다. 또한 연예인들에 이어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쌩얼이 미인의 척도로 여겨지고 있는 추세다.
피부과, 반영구 화장 인기 폭발
쌩얼이 이렇게 방송연예 전반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자, 연예인들 사이에서는 쌩얼 스타가 되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알려진 것처럼 선천적으로 피부가 좋은 여자 연예인들도 물론 있다. 하지만 그런 이들은 극히 드물다. 상당수의 연예인들은 피부과를 밥 먹듯 드나들며 피부관리를 받고 있는 것.
얼굴 전체 피부를 아기 피부로 만들어 준다고 알려진 ‘박피’는 물론이고, 기미-주근깨-점-여드름 등 잡티가 생길라 치면 쪼르르 피부과로 달려가 치료를 받고 있는 것이 현실. 때문에 연예인들의 피부가 깨끗하고 화사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이상할 지경이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연예인들은 얼굴이 생명이기 때문에 피부과를 집처럼 드나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특히 요즘처럼 맨얼굴이 각광을 받고 있는 시기에는 평소 피부관리에 관심이 없던 연예인들까지 발길을 피부과로 향하게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쌩얼을 강조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 있다. 그건 바로 ‘반영구 화장’. 반영구 화장이란, 눈썹과 아이라인, 입술 등에 문신을 해서 화장을 하지 않아도, 생기있는 얼굴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시술을 말한다. 또한 물이나 땀 등으로 쉽게 지워지지 않도록 표피에 천역 색소를 주입해 뚜렷한 이목구비를 유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일부에서는 연예인들의 ‘투명메이크업’을 쌩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쌩얼 사진이라고 공개하지만, 사실은 투명하고 자연스럽게 화장을 한 경우가 많다는 것.
실제로 깨끗하고 청순한 이미지의 한 톱스타 A양의 피부를 위한 노력(?)은 실로 대단하다고 한다. 피부미인으로 잘 알려진 A양은 사실 얼굴에 잡티가 아주 많은 피부타입을 지녔다. 하지만 그동안 가꾸어온 피부미인의 이미지를 깨뜨리지 않기 위해 피부과의 최고 단골 고객이 됐음은 물론, 투명하고 자연스러운 평소 모습도 잡티를 가리기 위해 여러시간 공들인 화장술의 결과였던 것이다.
스타와 팬들, ‘생얼’ 욕구 만났다
이처럼 온갖 수단을 동원해서 ‘쌩얼’을 강조하고 싶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연예인들이 바로 얼짱, 몸짱 등으로 강조됐던 ‘인위적인 미’에서 ‘자연적인 미’를 강조하고 싶은 욕구 때문으로 해석된다. ‘나는 성형하지 않았어’, ‘나는 화장을 안해도 예뻐’, ‘나는 꾸미지 않는 자연미를 좋아해’ 등 자신은 꾸미지 않고도 충분히 아름답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다.
여기에 스타들 원래 얼굴을 보고 싶어하는 팬들의 욕구도 단단히 한몫했다. 스크린이나 브라운관을 통해 화려하게 꾸며진 모습으로 등장하는 스타들. 화려했던 만큼 멀게만 느껴졌던 스타들의 원래 얼굴을 보면서 ‘똑같은 사람이구나’하는 웬지 모를 ‘쾌감’과 ‘친근함’을 느낀다는 것이다. 스타들의 보여주고 싶은 욕구, 스타들의 맨얼굴을 보고싶은 욕구가 만들어낸 환상적인 조합이 ‘쌩얼 열풍’ 이라는 것.
연예인뿐만 아니라 일반인의 ‘피부’에 대한 관심은 최근 피부과에 손님이 갑작스럽게 늘고 있다는 보도를 통해 쉽게 알 수 있다. 또한 일반 백화점 등에서도 ‘피부관리 강좌’가 쏟아지고 있는 것도 이런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요소다.
쌩얼… 알고보면 다 꾸민것?
하지만 일각에서는 연예계와 일반인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불어닥치고 있는 ‘쌩얼’ 열풍을 두고 또다른 ‘외모지상주의’라고 지적하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연예인들이 꾸미지 않은 아름다움을 강조한다고 하지만, 사실 알고 보면 각종 병원을 쫓아다니느라 바쁘다는 것.
과거에는 눈에 쌍꺼풀을 하고, 코를 높이고, 턱을 깎는 등 얼굴의 특정부위를 고치면서 단시간에 눈에 띄는 아름다운 외모를 얻었다. 하지만 ‘쌩얼’은 팬들이 보기에 눈에 띄게 고친 것 같지 않으면서도 어딘가 알게 모르게 예뻐져 있고, 자연스러운 미를 강조할 수가 있다. 이런 문화 현상은 일반인들에게도 성형 못지않은 소비 심리를 자극하면서 ‘피부미인’에 열을 올리게 만드는 것이다.
얼짱이든, 몸짱이든, 쌩얼이든 ‘외모가 전부’인 것처럼 비쳐질 수 있는 이런 트렌드가 무조건 좋은 것인양 따라가는 행동을 한번쯤 다시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김민주 kimmj@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