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김현지 기자] 5일 서울시교육청은 23개 사립유치원에 대해 공금횡령 등을 적발하고, 유치원장 3명 및 설립자 1명을 고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7월6일부터 12월28일까지 총 12개 사립유치원을 대상으로 한 ‘사립유치원 경영 실태 특정감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른 것으로, 공금횡령 등 80건의 문제가 발견됐다.
누리과정 예산, 전체 공금 중 상당 부분 차지
피해자는 원생과 학부모…“정기적 감사 할 것”
서울시교육청은 이번 감사를 통해 유치원 설립자 및 원장들의 ▲ 공금 횡령 ▲ 회계질서 문란 행위 ▲ 예산의 목적 외 사용 ▲ 예산 집행 부적정 ▲ 시설 무단변경 ▲ 시설 적립금 운영 부적정 ▲ 통학버스 미신고 운영 ▲ 공사업체 선정 부적정 등 유치원 회계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한 다수의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특히 문제가 된 부분은 공금 횡령 등 예산과 관련된 부분이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적발된 유치원 원장 등은 회계를 부당하게 처리한 뒤, 횡령한 공금을 사적으로 유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3년 12월부터 2014년 8월까지 A 유치원 원장은 유치원 회계에서 공과금 명목으로 돈을 지출하는 등의 방식으로 공금을 횡령했다. 이 원장은 약 342만 원의 공금을 자신 및 배우자(설립자) 차량 자동차세, 자택 관리비·가스요금 등으로 지출했다.
또한 A 유치원 원장은 2014 회계연도의 예산을 집행하는 과정 중, 유치원 회계에서 강사 2명에게 지급해야 할 5건의 내역을 본인 및 배우자의 개인계좌로 이체·처리하는 방식으로도 공금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방식으로 횡령한 금액은 약 1700만 원이었다.
B 유치원 원장 역시 공금을 차량 렌트 비용으로 유용했다. 이 원장은 2012년 12월5일부터 지난해 6월5일까지 ‘승용차 사용료’ 명목으로 총 31회에 걸쳐 약 4150만 원을 렌터카업체에 지급하는 방식으로 공금을 횡령했다. 이는 B 유치원 원장이 승용차 에쿠스를 개인적으로 타고 다니기 위함이었다.
공금으로 차 렌트비 지급
특히 C 유치원 원장은 유치원 시설 공사비를 횡령한 것도 모자라, 이 과정에서 공사를 실시하지 않았음에도 허위견적을 첨부하는 등 유치원 회계질서를 문란하게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C 유치원 원장은 지난해 2월28일 기계실 배관보수공사비 명목으로 약 2500만 원, 난방 배관보수공사비로 약 1500만 원을 부외계좌로 부당하게 이체했다. 관할청 보고예결산서에도 이와 같은 내용을 숨기고 기재하지 않았다.
또한 해당 원장은 2014년 2월에도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시설공사비 약 5500만 원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에도 정확한 지출내역을 기재하지 않는 등 수법으로 공금을 사적으로 유용했다. C 유치원 원장은 당시 시설공사업체 이사의 개인계좌로 시설공사비 5500만 원을 송금했고, 해당 유치원장 배우자의 반환 요청에 따라 시설공사업체의 이사는 이후 1000만 원을 제외한 4500만 원을 3차례에 걸쳐 반환했다.
해당 유치원 원장은 2013년 11월28일에도 비슷한 수법으로 지출결의서에 시공하지 않은 업체의 견적서를 첨부, 이 업체와 무관한 개인계좌로 2200만 원을 송금하기도 했다.
유치원 업계에 밝은 한 내부관계자는 “과거에도 이런 일이 비일비재했고, (현재에도) 그런 내용이 들린다”며 “하지만 이런 문제를 유치원 원장 개인의 잘못으로 돌리기도 애매하다”고 말했다. 또 “유치원 초기 비용이 워낙 많이 드는 등 설립 및 운영을 할 때 고초가 많다는 이야기를 심심찮게 들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시교육청은 감사 결과 드러난 이런 문제에 대해 즉시 시정하도록 하고, 관련자에 대해서 주의 또는 경고 조치 했다. 횡령 등 중대한 사안의 관련자인 유치원장 3명 및 설립자 1명에 대해서 고발 및 수사의뢰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9개 사립유치원에 대해 횡령 등의 사항에 대해 약 8억6000만 원을 회수해 유치원 회계에 보전하도록 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앞으로 사립유치원을 연간 감사계획에 포함해 매년 정기적으로 감사를 실시할 것"이라며 “처분뿐만 아니라 유치원 회계 운영의 정상화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도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회계운영 정상화 절실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싸고 정부와 시도교육청의 갈등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터진 이번 감사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유치원 회계는 정부에게 받는 누리과정 지원금과 학부모에게 받는 학비로 조성되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가 지원해야 할 누리과정 편성을 두고 사회적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누리과정 지원금이 전체 유치원 회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이 예산에서 횡령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교육청 측 역시 이 같은 입장이다.
때문에 이번 감사 결과를 두고 일부 유치원 원장들의 비행을 제재·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누리과정 예산 편성도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 일부 원장들의 공금 횡령에 학부모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현재 시도교육청이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거부하고 있는 데 대해 정부는 검찰 고발, 감사 청구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며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5일 담화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시도교육청이 1월 중으로 예산을 편성하지 않을 경우 정부는 감사원 감사 청구, 검찰 고발을 포함한 법적·행정적·재정적 수단 등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 강력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라며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둘러싼 갈등에 초강수를 뒀다.
한편 누리과정은 지난 2011년 5월 당시 김황식 국무총리의 발표로 시작됐다. 당시 정부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으로 양분돼 있던 만 5세 어린이의 교육과정을 하나로 통합해, 이에 대한 지원을 단계적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그 다음해인 2012년 1월 만 3~4세까지 누리과정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연말 대선에서 ‘0~5세 보육 및 유아교육 국가완전책임제’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정부가 누리과정 재원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부담하도록 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이런 정부와 시도교육청 간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보육대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작 학부모 등 혜택을 받아야 할 당사자들이 외면되고 있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드러난 일부 유치원의 비행 역시 논란을 가중시킬 것으로 관측된다.
김현지 기자 yon88@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