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박철언 전 체육청소년부장관은 SK 최태원 회장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을 공식화 하자 발끈하고 나섰다. ‘6공의 황태자’로 불리던 박 전 장관은 노태우 정권 시절 정무1장관, 체육부장관 등을 지내며 권력 실세로 움직였다. 특히 박 전 장관은 노 전 대통령 부인 김옥숙 여사와 고종사촌관계로 노소영 관장과도 인척관계가 된다. 그런 박 전 장관이 1월7일 처음으로 <일요서울>과 인터뷰에서 최 회장에 대한 섭섭함과 함께 김옥숙 여사와 노 관장 모녀에 대한 애틋한 감정도 솔직하게 표출했다. 박 전 장관은 최 회장이 이제라도 기업인으로서 가장으로서 본연의 자세로 돌아와 가정과 경제살리기에 매진할 것을 간곡하게 호소했다.
- “숱한 의혹에 사정당국이 적극 나서야”

또한 최 회장은 내연녀와 사이에 아이가 있다고 고백했다. 최 회장은 “저의 보살핌을 받아야 할 어린아이와 아이 엄마를 책임지려고 한다”며 “두 가정을 동시에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재차 이혼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혼외자는 6살 난 여아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편지가 공개되던 날 저녁에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부인인 김옥숙 여사를 방문해 경위를 설명하고 이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에 대해 박 전장관은 거짓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전 장관은 “예고도 없이 방문해 이혼얘기는 꺼내지도 않은 것으로 안다”면서 “제가 잘 모시겠다는 말만 되풀이 한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양해를 구했다고? 최 회장 거짓말하고 있어”
이어 박 전장관은 “이혼이 양해를 구할 성질이냐? 사람이 좀 혼이 빠진 것처럼 굴었다”고 했다. 특히 김옥숙 여사는 역대 영부인중 유일하게 어록이 없고 고전적인 현모양처로 유명하다. 이혼에 대해 찬성할 스타일이 아니라는 게 박 전 장관의 설명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딸의 이혼소식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박 전장관은 “병상에 있어 아직 모르고 있다”며 “만약 알았더라면…”이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1932년생인 노 전 대통령은 올해로 85세 고령인데다 2002년 전립선암 수술 등으로 인해 입.퇴원을 반복해 왔다. 작년 12월 10일에는 천식 기운으로 9일간 서울대병원에 입원했다 퇴원했는데 건강상태가 상당히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은 노 관장의 심경도 전했다. 그는 “1일 제사때 만나니 노 관장은 하루 속히 최회장이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기업의 총수로서 본연의 위치로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면서 박 전 장관은 “우리나라 대기업 총수가 바람피고 외도를 한 적은 봤지만 가정을 버린 적은 없었다”며 “시간이 가면 본 정신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노 관장은 편지가 공개된 이후 “이혼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나아가 내연녀가 낳은 혼외자식까지도 직접 키우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박 전 장관은 “노 관장은 현재 마음을 비우고 있는 상태”라며 “최 회장이 내연녀에게 금전적으로 배려한 것으로 아는데 빨리 본연의 자세로 돌아와 경제난 해결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재차 강조했다.
한편 최 회장의 혼외자 자식의 나이가 6살이라는 점에서 김옥숙 여사와 노 관장 두 모녀가 진작에 알고 있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박 전 장관은 “들은 바에 따르면 최 회장이 사진을 흘린 적이 있어 모녀가 감지는 하고 있었던것 같다”면서“그러나 감지한것과 인정해야 하는것은 두 모녀가 받는 충격이 엄청나게 다를 수밖에 없다”고 발끈했다.
실제로 노소영 관장은 최 회장이 감옥에 있는 동안 여성지와 인터뷰에서 부부생활의 고충을 솔직하게 털어놓은 바 있다. 노 관장은 “어느 부부나 마찬가지지만 한 여자하고 한 남자하고 만나서 그렇게 오랫동안 해로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고비고비를 넘는 거고 그걸 어떻게 극복하고 살아가느냐가 성숙하는 거더라”며 “어렸을 때, 젊었을 때야 멋모르고 좋았던 감정에 사는데 그 다음엔 여러 가지 일이 생기죠. 아이도 낳고요. 인생의 길에서 맞닥뜨리는 고비를 지혜롭게 넘기는 게 진짜 인생의 성공이 아닌가 싶다”(여성조선, 2014.10.24)고 술회했었다.
이어 박 전 장관은 최 회장이 편지를 언론에 공개한 것에 대해 ‘음모론’도 제기했다. 최 회장이 간통죄가 폐지된 후 각본에 따라서 움직인 게 아니냐는 주장이다. 최 회장은 2013년 1월 횡령 혐의로 법정 구속됐다. 이후 광복절 특사로 2015년 8월15일 사면됐다. 간통죄는 작년 2월 26일 62년 만에 폐지됐다.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7(위헌)대2(합헌) 의견으로 형법 제241조 간통죄에 대해 “성에 대한 국민 의식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낡은 법”이라고 판단했다.
박 전 장관은 “위헌 판결이후 편지를 공개하는 등 노골적으로 두 모녀를 궁지에 빠뜨리려는 각본 냄새가 난다”면서 “폐지전에는 형사범죄로 떳떳하게 얘기할 수 없는데 헌재 판결이후 각본대로 움직인 게 아닌가 싶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혼파동 단초, SK 온갖 비리의혹 풀리나?
또한 정가에서는 SK의 급성장 배경에 대통령 사돈기업으로 특혜 논란이 있었던 만큼 이번 이혼과정에서 숨겨진 여러치부가 드러나지 않겠느냐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SK그룹(옛 선경그룹) 2대 회장이었던 고 최종현 회장과 노 전 대통령 가문이 사돈의 연을 맺은 것은 1988년 9월이다. 대통령 사돈기업이 되고나서 최 회장이 새로운 사업에 진출 할때마다 특혜 논란에 휩쌓일 수밖에 없었다.
SK가 급성장한 첫 번째 계기는 1980년 11월 당시 공기업이던 대한석유공사(유공) 인수였다. 유공의 매출액은 선경의 10배가 넘는 상황으로 재계에서는 ‘새우가 고래를 먹었다’는 평이 쏟아졌다. 유공 인수과정에 노태우 전 대통령이 신군부 보안사령관이던 시절 그의 비서실장이었던 안병호 전 수방사령관은 언론을 통해 “유공이 삼성 몫이었는데 막판에 선경그룹으로 바뀌었다”고 특혜 의혹을 제기한바 있다.
두 번째는 이동통신 사업의 진출이다. 노태우 정부는 한국이동통신을 민영화하기위한 사전단계로 제2이동통신 사업자를 선정했다. 당시 선경그룹과 포항제철, 코오롱 등 3사가 경쟁을 벌였고 선경그룹이 최종 사업자로 선정됐지만 대통령 사돈기업에 대한 특혜 논란이 일어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는 전화위복이 됐다. 정권이 바뀐이후 선경은 민영화된 이동통신 주식을 인수하고 1999년에는 신세기통신마저 인수하면서 국내 제1의 이동통신 사업자가 됐다.
노태우 정부에서 ‘황태자’로 군림하던 박 전 장관은 SK의 여러 가지 의혹에 대해 “사정 당국에서 공명정대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태원 회장의 알려지지 않은 많은 비리문제가 노 관장과의 이혼소송 과정에 벗겨질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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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