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영화배우 겸 탤런트 이지현이 괴한들에게 납치됐다 풀려나는 사건이 일어났다. 다행히 이지현은 납치된지 2시간만에 무사히 탈출했지만, 현재(15일 기준) 범인은 잡지 못한 상태다. 범인들은 이지현이 연예인이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경찰은 이번 사건을 부유층을 노린 금품 탈취사건이라고 보고, 수사를 진행시키고 있다. 하지만 일부 네티즌들은 지난 6월 있었던 무명 모던록 가수 ‘청안’의 자작극처럼 이번 이 사건 역시 ‘인지도’를 얻기 위한 ‘자작극’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최진실·도지원·방송인A씨 등 연예인 납치 잇달아
영화배우 겸 탤런트 이지현이 납치된 것은 지난 11일 밤 10시. 이지현이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적한 뒷골목에 주차된 자신의 아우디 승용차에 타려던 순간, 20대로 보이는 남자 2명이 그녀의 차에 뒤따라 탔다. 이어 이들은 이지현을 흉기로 위협해 차 뒷자리에 태운 뒤, 발목에 각각 수갑을 채웠고, 신용카드 1장과 현금 10여만원을 빼앗은 뒤 양수리 쪽으로 차를 몰았다.
이지현, 납치 2시간만에 극적 탈출
2시간 동안 끌려 다니던 이지현은 12일 0시 25분께 경기도 양평군의 한 주유소에서 납치범들이 주유하는 틈을 타 뒷문을 열고 탈출해 주유소 종업원들에게 “살려달라”고 도움을 요청했고, 납치범들은 주유구도 닫지 못한 채 달아났다. 이후 이지현의 차는 5시간 후인 12일 오전 5시께 주유소에서 8㎞가량 떨어진 양수리 북한강변 폐식당 주차장에서 차량화재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발견됐다. 이지현은 현재 집에서 휴식과 안정을 취하고 있으며, 건강상에는 큰 이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연예인 납치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98년 최진실은 자신의 집 엘리베이터 안에서 흉기를 든 괴한에게 납치당할 뻔한 위기에 처하기도 했고, 지난 99년 도지원은 괴한에게 청테이프로 눈과 입을 가리고 양손을 묶인 채 트렁크 속에 5시간 동안 감금됐다가 풀려났다. 이후 2003년에는 방송인 A씨가 자신의 외제 승용차에 탄 채 납치돼 온갖 협박을 받다가 거액의 현금을 요구받았다. 이지현 역시 2시간만에 극적으로 탈출을 하지 못했다면, 어떤 봉변을 당했을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소속사 “자작극 말도 안된다”
이지현의 납치 사건을 접한 대부분의 네티즌들은 “큰일 날 뻔했다”면서 “기지를 발휘해 탈출했으니 정말 다행이다”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이번 사건이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자작극’이 아니냐”며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사실 네티즌들이 이렇게 비꼬는 시선으로 이 사건을 바라보는 이유는 ‘홍보를 위한 연예인 자작극’의 전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신인가수 청안이 생방송 출연을 위해 라디오 방송국으로 향하던 중 지하철 역에서 강도를 당했다고 신고했다가, 결국 경찰에 의해 자작극이었음이 밝혀진 것. 당시 솔로앨범을 준비하던 청안은 자신의 얼굴을 핸드폰으로 때려가면서 강도 자작극을 벌였다. 당시 청안은 그 이유에 대해 “오랜 무명시절과 경제적 고통, 심적인 부담 등으로 인해 우발적으로 그런 짓을 벌였다”면서 “자신만 독해지면, 소속사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스스로 얼굴을 때리고, 칼로 셔츠를 찢는 등 일을 꾸몄다”고 밝혔다. 이 사건으로 인해 청안은 하루아침에 무명 신인가수에서 며칠 동안 인터넷 검색순위 1위에 올라 있을 정도로 유명세를 얻게 됐지만, 가수생활을 계속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지현 소속사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자작극 의혹에 대해 “말도 안된다”며 “특별한 활동을 하지 않는 지현이가 지금 이런 자작극을 벌여서 얻을만한 게 뭐가 있느냐”면서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한편, 영화배우 겸 탤런트 이지현은 99년 연극 ‘내게 거짓말을 해봐’로 데뷔, 영화 ‘미인’(2000), SBS 드라마 ‘순자(2001)’, 영화 ‘보스상륙작전’(2002) 등을 통해 활동하다가 잠시 휴식기를 갖고, 지난 8월 공포영화 ‘스승의 은혜’(2006)로 4년만에 다시 연예계에 컴백해 활동하고 있다.
이지현 측 관계자 일문일답
“나를 죽일 건가요?” …이지현 침착 대응
-이지현씨가 많이 놀랐겠다. 지금 상태는 어떤가.
▲ 외출을 최대한 자제하고, 집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다. 건강에도 이상은 없다.
-사건당일, 매니저가 왜 이지현씨 옆에 없었나.
▲ 그날 공식적인 스케줄이 없었다. 지현이는 그림을 배우기 위해 혼자 압구정동 화실을 다녔다. 차는 갤러리아 백화점 맞은 편 공원앞 주차장에 주차해 놓고, 화실에서 걸어오는 길이었다. 매일 똑같은 동선을 다니기 때문에 혼자 다니는 것을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괴한들은 전혀 일면식이 없는 사람들이었나.
▲ 당연하다. 아마 그들은 강도짓을 하려고 물색 중이었던 것 같다. 지현이가 지나가면서 남자들이 담배를 피우며 서 있는 것을 봤다고 한다. 하지만 그리 늦은 시간도 아니었기 때문에 신경을 안썼다고 한다. 그러나 지현이가 차를 타는 순간, 같이 따라 타서 바로 수갑을 채우고 양평으로 달렸다고 한다. 그리고 양평까지 가서 기름을 넣는 중에, 차의 잠금 장치가 해제 돼서 지현이가 문을 열고 나온 것이다.
-괴한들에게 폭행을 당하지는 않았나.
▲ 타자마자 지현이에게 수갑을 채웠기 때문에 양쪽 손목에 가벼운 상처가 있지만, 다행히 폭행을 당하지는 않았다.
-괴한들이 지현씨에게 협박한 것은 없나.
▲ 오히려 지현이가 정보를 캐내기 위해 범인들에게 이것저것 물어봤다고 한다. 지현이가 “나를 죽일 거냐”, “수갑이 너무 아프니까 약간 풀어달라”고 했더니, 뒷자리에 동승했던 사람이 수갑을 약간 느슨하게 해줬다고 한다.
-그 상황에 정보를 캐내기 위해 질문할 정도면 매우 침착했던 것 같다.
▲ 나름대로 침착하게 대응한 것 같다. 나도 지현이가 그런 면이 있는지 처음 알았다. 지현이가 보기에 형동생 사이 같았다고 한다. 그런데 범인들이 자꾸 자신들의 정보가 드러나는 것 같은지, 처음에 조금 대답하다가 곧바로 침묵했다고 한다.
-괴한들은 지현씨가 연예인이라는 것을 몰랐나.
▲ 지현이가 모자를 푹 눌러쓰고 있었으니까 잘 몰랐을 거다. 그들은 끝까지 지현이가 연예인인줄을 몰랐던 것 같다. 하지만 그들이 지현이의 신분증과 카드, 지갑, 핸드폰 등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범죄에 악용될까봐 수사가 끝나고, 사건이 마무리 될 때 까지 비밀수사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경기 지역에 있는 매체를 통해 기사화되기 시작해 이렇게 오픈 됐다.
일부에서는 지현이가 연락이 되지 않아서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기사가 나왔는데, 그건 말도 안되는 기사다. 최대한 수사에 협조를 잘 하고 있다.
-소속사에서 늦게 알았다는데, 보통 이런 일이 있으면 매니저에게 가장 먼저 연락하지 않나. 경찰이 12시 즈음에 연락을 받고 왔는데. 소속사에서는 어떻게 아침까지 몰랐나.
▲ 핸드폰을 빼앗긴 상태라 연락할 길이 없었는지, 아니면 전화번호가 생각이 안 났는지, 지현이가 정신이 없었던 것 같다.
-일부에서 나오는 자작극 이야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 그런 의심을 받으면 화가 난다. 현장에서 지현이의 불탄 차까지 발견됐다. 차를 구입한지도 얼마 안됐는데, 새 차를 불태우면서까지 얻을게 뭐가 있나. 지현이의 아버지까지 같이 모시고 현장에 가서 확인했는데, 자작극이라니 말도 안된다.
- 공식적인 입장 발표는….
▲ 상황이 정리될 때까지는 공식적인 입장 발표는 하지 않을 계획이다.
김민주 kimm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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