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지는 갈등의 골…누리과정 예산 편성 두고 시끌, 보육대란 우려
깊어지는 갈등의 골…누리과정 예산 편성 두고 시끌, 보육대란 우려
  • 김현지 기자
  • 입력 2016-01-06 11:04
  • 승인 2016.01.06 1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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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김현지 기자] 누리과정(3~5세 무상 공통교육 과정) 예산을 둘러싸고 정부와 시도교육청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시도교육청이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거부하고 있는 데 대해 정부는 검찰 고발, 감사 청구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입장이다.  

5일 담화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시도교육청이 1월 중으로 예산을 편성하지 않을 경우 정부는 감사원 감사 청구, 검찰 고발을 포함한 법적·행정적·재정적 수단 등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 강력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라며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둘러싼 갈등에 초강수를 뒀다.
 
이어 최 부총리는 "교육감이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는 것은 재량사항이 아니라 반드시 준수해야 할 법률상 의무"라며 "이런 법적인 의무에도 불구하고 시도교육감이 누리과정 예산을 미편성하는 것은 엄연한 직무유기"라고 언급했다.
 
지난 20115월 당시 김황식 국무총리의 발표로 누리과정 사업은 시작됐다. 당시 정부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으로 양분돼 있던 만 5세 어린이의 교육과정을 하나로 통합해, 이에 대한 지원을 단계적으로 늘리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보건복지부는 그 다음해인 20121월 만 3~4세까지 누리과정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연말 대선에서 ‘0~5세 모육 및 유아교육 국가완전책임제를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돼, 누리과정이 국가적으로 이슈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가 누리과정 재원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부담하도록 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정부가 교육청에 교부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매년 내국세 수입의 20.78%이다. 매년 수입이 일정하게 정해져 있는 시도교육청 측의 상황에선 중앙정부 정책에 따라 연간 4조 원 규모의 새로운 지출 부담을 떠안게 된 셈이다.
 
중앙정부와 시도교육청 간의 누리과정 예산 갈등이 매년 반복되는 원인이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시도교육청이 자체적으로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할 수 있는 여력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학생 수 감소 등으로 시도교육청의 지출 부담을 줄일 수 있는데도 구조조정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는 시각이다. 또 일부 시도교육청들이 무상급식 등 자체 사업을 위해 의도적으로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 부총리는 "누리과정에 필요한 재원은 이미 중앙 국고에서 4조 원 전액을 교부했고 이 외에도 국고 목적예비비 3000억 원, 교육청 평가 인센티브 1000억 원을 누리과정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추가 지원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3년 만에 증가세로 전환돼 18000억 원 증가할 전망이고 지자체로부터 전입 받는 세입도 1조 원 이상 증가할 전망"이라며 "이에 반해 학교신설 및 교원 명퇴 소요 등 지출부담요인은 감소해 지방교육재정 여건이 전년에 비해 크게 개선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시도교육감들의 입장은 이와 다르다.
 
박재성 시도교육감협의회 사무국장은 "정부가 누리과정에 소요되는 4조 원을 모두 지원한다는 것은 법적으로 하게 돼 있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총액을 교부한다는 내용이지 누리과정을 위해 별도로 더 지원을 한다는 얘기가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정부는 올해 교부금이 18000억 원 늘어난다고 하지만 그 중 인건비 상승분이 12000억 원이고 지방채 상환액이 3000억 원"이라며 "늘어난 교부금 규모는 17개 시도교육감을 합쳐서 2000억 원 정도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시도교육청들이 지출 구조조정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우리가 선심성 사업을 무엇을 했는지 정부에게 물어보라""우리는 인건비를 교육부와 행자부 방침인 4.8%(인상)보다도 더 줄여서 4.5% 정도로 편성했고 최근 2~3년간 지출에서 5~10%를 계속 줄여왔다"고 반박했다.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싸고 정부와 시도교육청 간의 갈등이 심해지면서 보육대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갈등이 정작 학부모 등 혜택을 받아야 할 당사자들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란 비판도 끊이지 않고 있다.
 
현재 정부는 예산이 편성되지 않을 경우 가능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시도교육청들은 정부의 추가 지원이 없을 때 예산을 제대로 편성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박 사무국장은 "정부가 오늘 발표한 내용은 기존에 하던 얘기에서 별 차이가 없고 사실관계를 여전히 왜곡하고 있다""6일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의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yon88@ilyoseoul.co.kr
 

김현지 기자 yon88@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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