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들 ‘밤무대’로 몰리는 이유?
가수들 ‘밤무대’로 몰리는 이유?
  • 김민주 
  • 입력 2006-11-10 13:49
  • 승인 2006.11.10 13: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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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들의 밤무대 ‘출연료’ 전격 공개


최근 몇 년 동안 지속되는 가요계의 침체로 인해 가수들이 설자리가 없어 울상이다. 음반 제작자들은 음반 제작 사업을 접겠다고 선언하고 있고, 가수들은 먹고 살기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방송 출연 기회 역시 요즘은 하늘의 별따기다. 때문에 대부분의 가수들은 방송 출연 등으로 돈을 벌기 보다 ‘밤무대’와 여러 ‘행사’ 등을 통해 돈을 벌고 있으며, 사실상 행사 비용이 주된 수입에 가깝다. 일부에서 가수들의 권리를 찾자는 운동을 전개하고 있지만, 현실적인 상황이 쉽지만은 않다. 뗄래야 뗄수 없는 밤무대 행사와 가수들과의 관계, 뭐가 서로 얽혀 있을까.


“요즘 음반 사업이 너무 불황이라 가수 본업만 해서는 정말 먹고 살기 힘들어요. 그래서 대부분 가수들은 연기자로 전업을 선언하거나 병행하는 게 보통이죠. 특히 최근에는 행사마저도 잡기 힘들어서 죽을 맛이에요.”

음반 관계자들 “요즘 죽을 맛”
유명 가수의 매니저를 하고 있는 김 모씨의 푸념이다. 이런 사실은 이미 음반 관계자들과 가수 매니저들 사이에 널리 잘 알려진 사실이다. MP3와 불법 다운로드 등으로 인해 이미 음반시장에서는 ‘죽을 맛’이라는 하소연이 끊이질 않고 있다.
사실, 이제는 대부분의 가수들이 ‘음반’을 자신들의 홍보 수단으로 이용할 뿐이다. 음반 한 장당 가수들이 받는 수입은 겨우 ‘몇십원’에 불과하고, 방송 출연료 역시 몇십만원 수준이다. 특히, 신인 가수들의 경우에는 음반 발매 이후 공중파 방송에 출연하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 보다 어렵다.
가수들의 방송 출연료는 경력과 나이에 따라 원로급, 특급, 가급, 나급, 다급, 라급으로 구분되며, 이 역시 방송사 및 가수분과위원회가 인정했을 경우에만 해당된다.
원로급은 경력 40년 이상에 나이 70세 이상으로 회당 50만~60만원, 특급은 경력 30년 이상으로 40만~50만원, 가급은 경력 20년 이상 30만~40만원, 나급은 경력 10년 이상 20만~30만원, 다급은 경력 5년 이상 20만원대 초반, 라급은 경력 5년 미만인 신인 가수들로 15만원 안팎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수들은 방송 출연료로는 교통비와 밥값도 모자라는 형편. 특히 이들 가수가 방송 무대에 한 번 서기 위해 투자하는 시간과 노력, 돈을 계산하면 더욱 이들의 상황이 이해가 된다.
예를 들어 최근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 댄스 가수 길건이 ‘쇼 음악중심’ 이나 ‘뮤직뱅크’ 같은 공중파 방송 무대에 서는 데 얼마나 들까.
관계자 말에 의하면, 백댄서, 코러스, 의상, 헤어, 메이크업, 스타일리스트, 교통비, 식대 등을 모두 합쳐 1회 방송을 하기 위해서는 100만원 이상 들어간다고 한다. 특히 컴백 무대 같은 경우, 백댄서가 더 많아질 경우 돈은 2배로 더 든다.
하지만 길건은 아직 데뷔한지 5년 미만인 신인에 속하기 때문에 출연료는 10만원 안팎이다. 자신이 받는 출연료의 10배 이상을 지출하면서 방송에 출연하고 있는 셈.
같은 방송이라도 공중파가 아니라 ‘케이블 방송’일 경우에는 좀 더 출연료가 높다. 하지만 높아도 많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공중파 출연료에 비해서는 높게 받는다는 것.

음반투자금, 제작자들 주머니 속으로 ‘쏙’
물론, 일각에서는 가수들은 각종 행사 출연이나 CF 등으로 수천만원대의 부가적인 수입을 올리며 ‘고소득’의 삶을 살지 않느냐고 지적한다. 하지만 행사와 광고 등에 출연하는 가수들은 몇몇 인기 가수에 불과하며, 대중의 인기를 얻지 못하면 행사 출연료도 받기 힘들다.
특히 요즘은 이벤트와 행사 등도 기업들이 방송사와 손을 잡고 개최하기 때문에, 행사 비용을 방송사 기준으로 받는다는 것. 가수들의 입장에서는 주요 소득원인 행사 비용마저 차단된 셈이다.
그래도 공중파 방송에 출연해 대중에게 얼굴을 알리면, 자연스럽게 음반 홍보가 될 뿐만 아니라, 인지도와 유명세까지 얻게 된다. 때문에 너도나도 방송 한번 출연하려고 기를 쓰고 있는 것.
최근 앨범을 내놓은 한 신인그룹의 매니저는 공중파 음악 방송에 출연을 알아보다가 기겁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방송사로부터 그가 들은 말은 “내년 상반기까지 방송 스케줄이 꽉 차 있다”라는 이야기와 “또한 방송에 출연하기 위해 대기중인 가수들이 셀 수가 없을 정도”라는 것.
아연실색한 신인그룹의 매니저는 결국 본방송 출연은 일찌감치 포기하고, 교양 프로그램의 패널로라도 출연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밝혔다. 음악을 알리는 것보다 우선 대중에게 얼굴을 알리는 게 급선무기 때문.
한 음반 관계자는 “음반 시장 흘러가는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질이 낮은 음반이 무더기로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즉, 음반을 만든다고 투자자에게 투자를 받아도 돈은 모두 제작자의 주머니로 들어가고, 정작 음반 제작은 싸구려로 만든다는 것.
나중에 돈을 투자한 투자자에게는 “가수의 음반이 팔리지 않아 수익이 없다”고 말하면, 투자자도 어쩔 수 없다는 것. 이에 음반시장에 돈을 투자하는 사람도 거의 없다고 한다.
음반시장 침체->저렴한 제작비->저질음반 생산->음반 실패로 이어져 ‘음반시장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

가수출신 입담좋은 개그맨도 인기
이렇게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가수들은 각종 행사, 이벤트를 통해 본격적인 수입을 거둬들인다. 보통 A급은 1,500만원 이상, B급의 경우 500만~1,000만원, C급은 100~500만원, D급은 50만~100만원 순이다.
가수들 중에서는 밤무대 출연만으로 쏠쏠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가수들도 상당수 있다. 대게 젊은 층은 섹시 댄스 가수이거나, 입담 좋은 가수출신 개그맨, 중견가수 들이 여기에 속한다. 밤무대 행사에 많이 뛰는 것으로 잘 알려진 연예인들은 여자 중에서는 장윤정, 백지영, 하리수 등이 있다.
한 밤무대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장윤정은 누구나 쉽게 따라부를 수 있는 흥겨운 트로트 가락과 뛰어난 미모 덕분에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스타일”이라고 한다. 이어 그는 “최근 재기에 성공한 백지영 역시 호소력 짙은 목소리와 섹시한 외모 덕에 손님들이 선호하는 가수”라로 꼽았고, “하리수는 트랜스젠더라는 독특한 이미지와 섹시하고 화끈한 무대매너 때문에 업주나 손님들에게 인기가 높다”고 설명했다.
최근 발라드를 들고 나와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섹시댄스 가수 A씨. 밤무대 행사 비용으로 특급 대우를 받고 있는 그녀는 1회에 노래 2곡 정도 부르고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1,200만원을 받고, 지방은 1,500만원을 받는다고 한다.
또한 남녀노소 모두가 좋아할 만한 음악으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미모의 여가수 B씨.
B씨가 받는 밤무대 출연료는 수도권 1,000만원, 지방은 1,800만원이라고 한다. 이렇게 해서 데뷔 이후 하루도 빠짐없이 행사장을 돌아서 행사만으로 벌어들인 수입이 100억원이 넘는다고.
섹시한 춤과 외모로 밤무대 초청 0순위에 꼽히고 있는 또 다른 여가수 C씨. 한창 몸값이 높을 때는 2,500만원까지 받았으나, 지금은 1,600만원 수준에서 받는다고. 이에 반해 데뷔한지 2년차 댄스가수 D, E씨는 각각 500만원과 700만원 수준.

가수들 방송 출연료 현실화 요구
그렇다면 남자 가수들은 밤무대 출연료를 얼마나 받을까. 우선, 남자들 중에 가장 많이 받는 사람은 가수로 데뷔해 연기자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F씨로 1회 1,500만원을 받는다.
최근 각종 TV 프로그램에서 노래보다 입담으로 더 많은 인기를 모으고 있는 가수 출신 개그맨 G, H씨 역시 밤무대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출연료는 30회 출연에 5,000만원에 불과하다. 데뷔한지는 오래됐지만, 이미 가수로서의 생명이 끝난터라 C급에 해당하는 출연료를 받는다는 것.
하지만 아무리 가수들이 행사 기회가 줄어 소득이 없어도 좋은 이미지를 쌓아온 남자 가수들은 절대 밤무대는 뛰지 않는다고 한다. 일례로 감미로운 목소리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I씨는 3,500만원이라는 초특급 대우를 제의했는데도, 밤무대 출연을 거절했다는 것.
한 가수의 매니저는 “지방을 돌면서 밤무대를 많이 뛰기는 하는데, 여러 가지 불미스러운 일들도 원치 않게 많이 생긴다”면서 “가수들의 방송 출연료를 현실화해주고, 처우를 개선시켜 준다면 이렇게 밤무대 행사에만 매달리지 않을 것”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백조가 물밑에서 바쁘게 발을 움직이듯, 겉으로는 그 누구보다 화려해 보이는 가수들이 사실 밤무대 출연이 아니면 먹고 살기 힘들다고 아우성 치고 있다. 가수들의 처우 개선이 언제쯤 이뤄지고 음반 시장의 장기 불황이 언제쯤 끝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 가수들 밤무대 비하인드 스토리

톱 여가수 A씨, 지방 업소에서 조폭 사장에게 감금

톱 여가수 A씨는 밤무대 행사의 단골로 초대되는 가수다. 하지만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다보면, 우연치 않게 불미스러운 일을 당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한 번은 지방의 ‘XX 나이트 클럽’에 초청되어 내려간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곳에 내려가자마자 업소내 한 방으로 불려간 A씨. 이어 덩치 큰 남자들과 조폭 출신의 업소 사장은 그녀를 감금한 채 ‘사인해달라’, ‘같이 사진 찍어달라’ 는 등의 요구를 하더라는 것. 지방의 업소 사장은 그 지역 조직 폭력배가 대부분.
상황이 이쯤 되면, 아무리 간 큰 매니저나 연예인들도 어쩔수 없이 그들의 요구를 들어 줄 수밖에 없다는 것.
게다가 ‘노래를 한곡 더하고 가라’, ‘술자리 만들어 줄테니 술먹고 가라’, ‘자고 놀다가 내일가라’는 등 업소 관계자들의 요구는 끝이 없다고 한다.
또 어느 날은 A씨의 신입 매니저가 “노래 한곡 더 하고 가라”는 지방 업소 한 관계자의 말을 듣고 무심결에 “알았다”고 대답했다가 죽을 뻔 한 적도 있다는 것. 그들의 말을 무시한채, 그냥 서울로 올라가는데 검은색 차량들이 줄지어 A씨 일행을 뒤쫓아 왔다는 것.
결국 수십명의 조폭들에게 순식간에 둘러싸인 A씨 일행. 평소 왕성한 체력을 과시하던 신입 매니저는 그들에게 무릎꿇고 싹싹 빌어서 겨우 살아났다고 한다. A씨는 다시 그 업소로 돌아가 노래를 한 곡 더 하고서야 풀려날 수 있었다고 한다.
<민>

김민주  kimmj@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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