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닫는 은행권…구조조정은?
문 닫는 은행권…구조조정은?
  • 강휘호 기자
  • 입력 2016-01-04 09:39
  • 승인 2016.01.04 09:39
  • 호수 1131
  • 3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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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B 하나·신한·국민·우리·NH 등 한파…은행권 암흑기 도래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KEB하나, 신한, KB국민, 우리, NH농협 등 5대 은행은 내년 통폐합 방식으로 지점 등 100곳 이상의 점포를 폐쇄한다는 방침이다. 은행마다 모바일과 인터넷을 이용한 비대면 고객이 급증하면서 영업실적 부진 점포를 정리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러한 움직임과 관련해 은행권 대규모 구조조정도 예고되는 가운데, 이들이 좀비기업을 양산하는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무인점포 경쟁 발발 …자리 잃는 은행원들
은행이 오히려 좀비기업 양산 지적 최고조

새해 들어 은행 점포 구조조정 한파가 극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5대 대형은행으로 분류되는 KEB하나, 신한, KB 국민, 우리, NH농협 등에서만 전국 100곳 이상의 점포가 문을 닫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먼저 우리은행은 서울과 수도권의 중복 점포와 저수익 점포를 대상으로 전체 958개 점포 가운데 30곳에서 40곳을 폐쇄할 것으로 전해졌다. NH농협은행은 국내 최대 점포(1169개)를 자랑하고 있지만 저수익 점포를 중심으로 20곳 가량 줄일 예정이다.

KEB하나은행도 전국에 933곳의 점포를 두고 있다. 다만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을 계기로 중복 점포 정리를 할 것으로 보인다. 1134곳의 점포를 둔 KB국민은행은 지난달 이미 대학가를 중심으로 개설된 출장소 21곳을 정리한 데 이어 실적 부진 점포 등을 23곳 더 줄인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신한은행도 전국 896곳 점포 가운데 부진한 점포를 중심으로 점포 조정 폭을 가늠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움직임들은 은행들의 영업 부진이 심화되고 있는 데다 내년부터 인터넷은행 영업 개시를 계기로 인터넷과 모바일 뱅킹이 급속히 확산될 것이기 때문에 강제 퇴출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또 이러한 분석은 금융당국이 22년 만에 비대면 본인 확인을 전면 허용하면서 가시화 되고 있다. 실제 은행권 무인점포 경쟁이 촉발되고 있는 것이다.

비대면 본인 확인이 시행되면 신규 계좌 개설과 카드 발급 업무 등 은행 창구에서만 허용되던 업무의 대부분이 온라인이나 자동화기기를 통해 가능해진다. 이를 기반으로 은행권에서는 창구직원이 없는 무인점포를 앞다투어 도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신한은행은 비대면 본인 확인 제도 시행에 맞춰 무인점포 디지털 키오스크를 선보인다. 키오스크는 창구업무를 자동화기기에서 처리하는 무인점포다. 본인확인 방식으로는 정맥인증 방식이 사용되며, 향후 지문인식과 기존계좌 이용 방식이 추가된다.

앞서 씨티은행도 반포점의 텔러(창구 직원)를 없애고 컴퓨터와 대형 모니터 위주로 점포를 개편했다. 국민은행, 농협은행, KEB하나은행 등도 생체인증 핀테크 기업과 손잡고 창구업무를 대신할 자동화기기 도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일각에서 지적되고 있는 무인점포 도입이 은행권 인력감축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우려다. 은행 업무 자동화가 은행원의 일자리 감소와 직접적인 연관이 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은행권의 순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어 우려는 점점 증폭되고 있다. 실제 올해 3분기 국내 시중은행의 당기순이익은 약 1조4000억 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5.7%(3000억 원) 감소했다.

2016년 1분기 실적쇼크도 벌써부터 거론된다. 지난해 11~12월 실시된 대기업 수시 신용위험평가로 대손충당금을 반영해야 해서다. 신용위험평가는 정기적으로 2분기에 실시, 충당금을 반영했는데 올해는 수시로 한 차례 더 실시한 바 있다.

인력 감축 칼바람

지난달 30일 금융감독원이 밝힌 금융권 대출 등 신용공여액 500억 원 이상 대기업 중 368개사에 대한 수시 신용위험평가결과 구조조정대상 신용공여액은 총 12조5000억  원이다. 대손충당금은 1조5000억 원으로 신용공여액의 98%를 은행권이 차지하기 때문에 충당금 대부분이 은행 수익 감소로 직결된다.

이미 시작된 인력감축도 여기에 한 몫 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012년 12월말 이후 올해 6월말까지 약 2년6개월간 KB국민, 신한, 우리, KEB하나, 기업, NH농협, 씨티, SC은행 등 8개 시중은행의 국내 지점(출장소 제외) 수는 303개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나는 은행원이 약 3600명에 달한다는 조사도 나왔다. 국민은행이 5년 만에 희망퇴직을 시행하면서 올해 1121명이 짐을 쌌고, SC은행도 희망퇴직을 통해 전직원의 약 20%에 달하는 961명이 퇴사했다.

매해 희망퇴직을 시행하는 농협은행과 신한은행, 우리은행에서도 각각 344명, 311명, 240명이 희망퇴직으로 자리를 잃었다. 농협은행은 만 56세 직원을 대상으로 지난달 4일부터 8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으며, 임직원 344명이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역시 기업은행이 임금피크제 시행을 앞두고 희망퇴직을 받아 188명의 직원을 내보내기로 결정했다. 신한은행과 국민은행도 임금피크제 대상자를 상대로 희망퇴직을 추가 실시한다.

한 시중은행 직원은 “현재 은행권 종사자들 대부분이 같은 심정일 것”이라면서 “‘나는 언제 자리를 잃을까’, ‘내 차례가 빨리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반복해서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쯤 되니 기업 채무 관리를 주도해야 할 은행이 오히려 좀비기업을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도 무리가 아닌 상황이다. 구조조정 역할을 하기는커녕 제대로된 운영도 하지 못하고 있고, 무분별한 대출만기 연장으로 기업 체질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주요 은행 대부분이 가계대출 중심의 소매금융에 치중해 위험 부담이 큰 기업금융 기능은 거의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문제가 된다. 또 이것이 1년 영업이익으로 은행 이자도 갚지 못하는 만성 한계기업, 일명 좀비기업의 급증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이다.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좀비기업이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도 38%나 급증한 2561개에 달했다. 또 좀비기업의 차입금의존도는 정상기업(24.6%)의 두 배를 넘는 56.3%다. 부채 규모가 큰 대기업들도 좀비기업에 포함되면서 부채비율이 2013년 173.4%에서 2014년 260.2%로 대폭 상승했다.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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