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병원 응급실 24시간 이상 체류땐 제재?…효과 있을까 의문
대형병원 응급실 24시간 이상 체류땐 제재?…효과 있을까 의문
  • 김현지 기자
  • 입력 2016-01-04 09:38
  • 승인 2016.01.04 09:38
  • 호수 1131
  • 2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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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당국, 감염 관리 계획 발표

[일요서울 | 김현지 기자]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다나의원 내 C형 간염 집단 발병 사태 등 ‘감염병’에 관한 이슈가 지난해 한국 사회를 공포로 몰아넣는 등 사회적 논란이 됐다. 통상 감염병은 타인과의 신체 접촉을 통해 옮는 질병인 만큼, 메르스나 C형 간염 등의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인재’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메르스의 경우, 전 국민의 활동에도 지장을 주는 등 국가적 문제로까지 대두됐다.


비응급환자는 중·소형 병원으로 이송돼야  
환자쏠림 맞지만 대책 실효성 여부 관건


중동지역이 아님에도 메르스가 한국에서 창궐한 원인으로 지목된 것으로는 위기의식의 부재, 컨트롤타워의 무능력 등이다. 이 중 한 원인으로 그간 감염병 관리 실태도 지적돼 왔다. 이에 보건당국은 ‘의료관련감염대책 협의체’의 논의 결과 및 향후 계획을 지난달 29일 발표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주 내용은 다음과 같다. 조기 추진과제로 ▲ 병문안 문화 개선 ▲ 응급실 감염관리 강화, 단기 및 중장기 과제로 ▲ 포괄간호서비스 확대 ▲ 감염관리 인프라(병원 감염관리실 설치 등) 확대 등 총 10가지에 달하는 내용이다.


이들 중 눈에 띄는 대목은 ‘감염관리 강화를 위한 대형병원 응급실 과밀화 해소’ 방안이다.


이는 메르스 사태 당시 상당수 감염자가 대형병원에서 발생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메르스 창궐 당시 한 대형병원에서만 감염 환자가 연일 나온 바 있다. 이에 병실 과밀화 및 감염 관리 실태 등을 지적하는 비판이 있었다.


특히 일전에도 대형병원에 응급실 환자가 쏠리는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비응급환자도 대형병원으로 몰리면서, ‘응급환자’의 대기 시간이 길어지는 등의 문제가 알려졌다. 이는 중·소형 병원의 존립 문제와도 직결된 사안이기 때문에, ‘대형병원 응급실 쏠림 현상’에 대한 심각성을 우려하는 여론이 있었다.


이에 지난해 9월 1일 보건당국은 감염병 발생에 대비해 의료관련감염 기본대책 등 ‘국가방역체계’ 전반의 개편방안을 마련해 제시한 바 있다.


이후 복지부는 세부시행계획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의료관련 감염대책 협의체(위원장: 대한의학회장)’을 구성했고, 10월 15일 열린 2차 회의에서 응급실 감염관리 강화 및 과밀화 해소방안이 나온 것이다.

실현 여부 관건

대형병원 응급실 과밀화 해소의 구체적인 방안으로 ▲ 구급대의 경우 비응급환자를 대형병원 응급실로 이송하는 것을 제한(법적 근거 마련 등 필요) ▲ 환자 스스로 대형병원 응급실에 내원을 할 때, 진입단계에서 중증도를 분류해 비응급 환자는 중소병원 응급실로 회송 ▲ 대형병원 응급실 체류시간 단축 등이다. 체류시간 단축 방안엔 ‘24시간을 초과해 체류할 환자 비율을 제한하고 위반할 경우 권역·지역응급센터 및 상급종합병원 지정취소 등 제재처분을 마련’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이번 방안의 실현 여부 등 구체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구급대가 대형병원으로 비응급환자가 이송되는 걸 제한하는 ‘법적 근거’가 필요하지만, 이를 마련하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당장 실현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만일 법적 근거 없이 자체 교육 등을 통해 구급대원이 환자를 임의로 중·소형 병원으로 이송하는 것도, 개인의 선택권을 침해한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환자 스스로 대형병원 응급실로 왔을 때, 진입 단계에서부터 중증도를 파악해 비응급 환자는 중소병원 응급실로 회송하는 방안 역시 이미 이뤄지고 있는 경우도 많다. 응급실을 찾은 일부 환자들이 다른 위급한 환자가 많을 경우, 스스로 다른 병원을 찾는 사례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중순, 6살 아들이 아파 서울 소재의 한 병원의 응급실을 찾았다는 A(여·38)씨. A씨는 “당시 아들이 무작정 배가 아프다고 해 일단 응급실로 남편과 함께 갔다. 하지만 사람이 너무 붐비는 데다, (일부 의료진들의) 무성의한  태도에 화가 났다”며 “더 기다리다간 아들의 고통이 심해질 것 같아 좀 더 작은 병원으로 얼른 갔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알고 보니 위에 조그만 천공(구멍) 때문에 배가 아픈 것이었다. 다행히 다른 병원에서 잘 처치가 되긴 했지만 당시의 나쁜 기억 때문에 이후 나 혹은 가족 건강에 문제가 생긴다면 (상대적으로) 큰 병원의 응급실로 바로 달려가고 싶진 않다”고 덧붙였다.


A씨 외에도 대형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발길을 돌리는 환자들이 상당하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B씨(여·37)는 지난해 가을 유치원에 다니는 아들이 신체 일부가 화상을 입었다. 소풍을 갔다가 뜨거운 물을 자신의 몸에 실수로 쏟았기 때문이다. 당시 B씨와 남편은 선생님의 연락에 먼 길을 달려갔고, 응급실에 가야 할 상황에 ‘ㄱ병원 대신 좀 더 작은 병원을 택했다’고 한다.


B씨는 “ㄱ대형병원으로 갈까 했지만, 워낙 주변인들에게 ‘큰 병원의 응급실엔 대기하는 환자들이 많아 좀 더 작은 병원으로 가는 게 낫다’는 말을 들어서인지 망설임 없이 근처의 ㅇ병원을 갔다”며  “상태의 경중 파악 및 병원 내원 등 절차가 빨리 진행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시각에 한 병원 관계자는 인정을 하면서도 “그럼에도 여전히 대형병원에 환자들이 쏠리는 현상은 심각”하다며 “복지부의 이번 방안이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의 모 대형병원 응급실엔 여전히 응급 및 비응급 환자들이 가득했다. 같은 날 늦은 오후 경기도 소재의 대학병원 응급실 역시 밀려드는 환자로 북새통이었다.

중소병원 이득될까

한편 이번 방안으로 중소병원에도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복지부는 ‘중소병원 응급실 이용 활성화 지원’ 방안을 통해 ▲ 중소병원 응급실(지역응급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비응급환자의 응급의료관리료를 올해부터 내년에 걸쳐 건강보험 급여화하고 ▲ 우수한 중소병원을 선정해 홍보하며 ▲ 과밀병원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를 중소병원을 활용해 진료하는 시범사업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일각에선 외곽지역 혹은 서울 소재의 중·소형 병원에 실질적 이득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yon88@ilyoseoul.co.kr

김현지 기자 yon88@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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